소리계단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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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랜드센트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면
부드러운 선율이 발목을 휘감는다
시간도 잠시 쉬어가는 층계참
금발의 남자와 바이올린이 종종걸음을 붙잡는다
이곳은 소리계단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엉킨 걸음이 풀리고
다급한 출근길도 느긋하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소리의 페이지에
그리운 이름이 생각난다
얼마나 많은 슬픔이 쌓여
악기도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까
잔잔하게 파고드는 그 떨림에
굳은 표정이 풀리고 마음이 헐렁해지는 시간
계단을 타고 줄지어 흘러가면
소리를 파는 사내가 우듬지에 살고 있다
이현실 작가
한국예총「예술세계」수필 등단(2003) 「미래시학」시 등단
시집「꽃지에 물들다」「소리계단」「챗-GPT에 시를 쓰지 않는 이유」
수필집 「그가 나를 불렀다」외 1권. 공저「3인의 칸타빌레」외 100여 권
현 계간「미래시학」주간. 도서출판「지성의 샘」주간
한국농촌문학상. 국가보훈콘텐츠 공모 수상. 둔촌이집문학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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