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관련
재량권 여부”
▲ 최창호 변호사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2024. 12. 31. 국회에서 선출한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의 3인의 후보자 중 조한창 및 정계선 2인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였는데, 마은혁 후보자에 대하여는 여야합의가 없다는 사유로 임명을 보류하였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은 국회 의결로 선출된 재판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명하지 아니하는 임명권 불행사(부작위)가 청구인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추천권한 또는 실질적 임명권한을 침해한다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2. 변론절차에서는 ① 재판관의 선출에 있어서 법적 자격요건 또는 선출절차에 문제가 없다면 피청구인은 임명을 하여야 하는가, ② 대통령에게 헌법재판관의 내용적 심사권이 있다고 보는가, ③ 여야합의의 부재를 이유로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보류하였는데, 여야합의가 재판관 선출의 절차적 요건으로 보아야 하는가, ④ 여야합의가 재판관 임명의 법적 요건인가, ⑤ 여야합의라는 것이 정치적 관행을 넘어 법적 확신에 이르고, 규범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 ⑥ 여야합의란 3인 추천 방식에 관한 것인가, 아니면 특정 후보자를 임명하는가 여부에 관한 것인가, ⑦ 재판소장의 임명과 연계되어 재판소장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것이 여야합의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가, ⑧ 피청구인이 생각하는 여야합의의 방식은 무엇인가, ⑨ 2024. 11. 28.자 신문기사에 의하면 국힘 1인, 민주당 2인으로 합의가 된 것이 아닌가 등이 쟁점이 되었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 2024. 12. 9. 양당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추천의 건’이라는 공문을 국회의장에게 송부한 바 있다. 이러한 공문에 의하면 ① 적어도 국민의 힘은 1인, 더불어민주당은 2인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② 소장 추천과 연계되어 있다는 증거자료가 있는지, ③ 무엇을 근거로 2인은 여야합의가 있고, 1인은 여야합의가 없다는 근거가 있는지 여부도 문제가 된다.
4. 대통령이 국회와 대법원장에 의하여 선임된 재판관을 임명하는 경우 대통령에게 재량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의 문제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대통령의 공직자에 대한 임면행위는 대표적인 재량행위의 영역에 속한다. 헌법에서 국회가 ‘선출한 자’만을 임명할 수 있게 대통령의 공무원임면권을 일부 제한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재량에는 어떤 행위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재량(결정재량)과 다수의 행위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재량(선택재량)이 있는데, ‘국회가 선출한 자’를 임명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극단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재량을 아예 박탈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면, 국회가 국가원수의 지위로서 다른 헌법기관의 구성에 직접적인 권한을 가지는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것을 넘어 침해하는 것으로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5. 만약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재량이 없고, 국회의 재판관 선출권을 종국적이고 창설적·형성적인 인사권으로 해석할 경우, 국회에서 헌법 제111조 제2항 및 헌법재판소법 제5조에서 규정한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헌법재판관으로 선출하거나, 국회법 제46조의3 및 제65조의 2 등에 의하여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소위 날치기 등 본회의 표결 절차 자체가 부적법하게 이뤄지는 등 재판관 선출 절차 자체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대통령은 국회의 선출 행위에 기속되어 이들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하여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6. 또한 과거의 헌법 규정들 중에 명시적으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국회의 동의 등에 귀속되도록 규정한 조항(1962.12.26. 개정헌법 제99조 제1항은 “대법원장인 법관은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대통령은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이 있으면 국회에 동의를 요청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으면 임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임명권이 형식적인 임명권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헌법 제111조 제3항에서 단순히 ‘재판관을 임명한다’고 규정한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권은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국회의 선출행위에 완전히 기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7. 결국 재판관 자격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 및 국회의 선출 절차에 하자가 있는 경우 등에는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 재량권이 존재하는 이상 피청구인이 헌법상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반드시 임명할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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