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 연쇄 탄핵의 위헌성 고찰: 헌법의 심장, 국무회의의 위기”
| ▲최창호 변호사 |
대한민국 헌법 제88조 제1항은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무회의를 대통령의 보좌 기관을 넘어선 '필수적 심의기관'으로 격상시킨 헌법적 결단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국무회의라는 합의제 요소의 심의를 거치게 함으로써, 대통령 1인에 의한 독단을 방지하고 행정부 내의 민주적 통제와 부처 간의 유기적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정권하에서 다수당에 의하여 국무위원에 대한 연쇄적인 탄핵 소추 시도는 이러한 헌법적 설계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만약 국회가 다수의 국무위원을 동시에 탄핵하여 국무회의 자체가 열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면, 이는 단순한 권력다툼 내지 정치권의 갈등을 넘어 헌법이 예정한 정부의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하게 된다.
2. 국무회의의 구성과 헌법적 책무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헌법 제89조는 국정 기본계획, 예산안, 법률안, 대통령의 긴급명령 및 긴급재정경제처분, 선전포고와 강화, 영전 수여 등 국가의 명운이 걸린 17가지 핵심 사항을 반드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심의'는 단순한 자문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심의 결과에 법적으로 구속되지는 않으나, 헌법상 필수적 절차인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행해진 국정 행위는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중대한 하자가 된다. 즉, 국무회의는 행정부의 최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헌법적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무회의의 정상적인 가동은 헌법 질서의 유지와 직결된다.
3. 탄핵 소추권의 본질과 남용의 경계
헌법 제65조가 규정하는 탄핵 소추권은 일정한 공무원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행사되는 비상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대의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의 독주를 막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부여받은 강력한 무기이다. 하지만 칼은 양날의 검과 같다. 탄핵 소추권이 헌법 수호라는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전락할 때, 그것은 오히려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흉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의결되면 해당 위원의 권한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즉시 정지된다. 만약 국회가 특정 시점에 다수의 국무위원을 동시에 탄핵 소추하여 국무회의 구성원인 '최소 15인'의 요건을 무너뜨린다면, 행정부는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법률안 제출이나 예산안 편성, 긴급 상황 시의 국가 보위 조치를 전혀 취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4. 연쇄 탄핵의 위헌성 논거: 권력분립의 한계와 국가 계속성
가. 권력분립 원칙의 본질적 침해와 그 한계
권력분립은 국가 권력을 나누어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헌법학적 관점에서 권력분립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한 권력이 다른 권력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거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수준의 견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권력분립의 내재적 한계'에 해당하는 것이다.
국무회의를 구성 불능 상태로 만드는 연쇄 탄핵은 입법부가 행정부의 하부 조직을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행정부라는 헌법 기관의 심장을 정지시키는 행위라 할 것이다. 국가기관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국회의 입법권도 권력분립의 원칙상 다른 헌법기관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부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파괴하는 수준의 탄핵 행사는 견제가 아닌 침해이며, 헌법이 설정한 기관 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부정하는 위헌적 행태이다.
나. 국가의 계속성 및 국민 보호 의무의 방기
헌법 전문과 제10조 등은 국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 운영은 단 하루도 멈춰서는 안 되는 '계속성'을 지닌다. 전쟁, 대규모 재난, 경제적 급변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무회의가 열리지 못해 적절한 긴급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회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행정부 전체의 마비를 불사하는 것은 국가의 계속성을 보장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다. 비례의 원칙과 정치적 절제의 상실
헌법재판소는 탄핵의 사유로 '중대한 법 위반'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정책적 실패나 정치적 갈등이 탄핵 사유가 될 수는 없다. 특히 국무회의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의 집단적 탄핵은 그 목적이 헌법 수호에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행정부의 발을 묶기 위한 정치적 전략에 있는지 엄밀히 따져야 한다. 과잉금지의 원칙 혹은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입법부가 가진 탄핵권은 그 행사로 인해 얻는 법익보다 행정 마비로 인한 국익 손실이 압도적으로 크다면 이는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 그러나 헌재는 이러한 권리남용 주장의 인용에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5. 사법의 정치화 경계
탄핵 제도는 헌법 질서의 파괴 행위에 대한 사법적 응징이지 정치적 불신임을 대체하는 제도가 아니다. 국무위원에 대한 연쇄 탄핵이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단순히 개별 위원의 위법 여부를 넘어 '국가기관의 기능 마비'라는 헌법적 사태에 주목하여야 한다.
대의기관인 국회가 정치적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모든 사안을 헌법재판소의 심판대로 끌고 가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 특히 행정부의 심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정지시키는 정파적 의도가 다분한 탄핵시도는 '위헌적 권한 행사'로 판단되어야 한다. 헌법은 결코 한 기관이 다른 기관을 완전히 소멸시키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6. 헌법적 이성의 회복
국무회의는 대한민국 정부의 지혜가 모이는 곳이자, 국정의 안정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국무위원이 직무수행 중 명백하고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탄핵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정치적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국무회의의 구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헌법이 허용한 견제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것이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국정 운영의 두 수레바퀴와 같다. 상대방의 바퀴를 빼버리는 행위는 수레를 멈추게 할 뿐만 아니라 결국 수레 자체를 전복시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헌법 정신에 기초한 정치적 절제와 국정 마비를 막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있다. 헌법은 화석화된 문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 간의 상호 존중과 헌법적 이성을 통해 비로소 생명력을 갖게 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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