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접견교통권의 한계 및 남용”
| ▲최창호 변호사 |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89조는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 내에서 타인과 접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이 규정은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에 관하여도 준용된다(제209조). 형사소송법 제34조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소송법 규정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보장한 취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피의자 등의 헌법상 기본권을 구체화함과 동시에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게 피의자 등과 자유롭게 접견교통을 할 수 있는 법률상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 등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수사기관 등의 처분으로 이를 제한할 수 없고, 다만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범위에서 법령에 의해서만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66736 판결 등 참조).
2. 주체
가. 형사소송법 제34조에서 규정된 변호인은 사선변호인·국선변호인을 가리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4조의 경우 특히 변호인뿐만 아니라 변호인이 되려는 자도 그 주체가 된다.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변호인선임의뢰를 받았으나 아직 변호인선임신고를 하지 아니한 사람 외에 스스로 변호인으로 활동하려는 자도 포함된다.
나, ‘변호인이 되려는 자’란 주관적으로 변호인이 되려는 의사를 표시한 자로서 객관적으로 변호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변호인이 되려는 변호사는 변호인이 되려는 의사를 표시함에 있어, 그 의사를 인식하는 데 적당한 방법을 사용하면 되고, 반드시 문서로써 그 의사를 표시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56628 판결).
따라서 변호인이 되려는 의사를 표시한 자가 객관적으로 변호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는데도, 형사소송법 제34조에서 정한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가 아니라고 보아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접견교통권의 한계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제도 본래의 목적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므로,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가 구체적인 시간적·장소적 상황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접견하려고 하는 것은 정당한 접견교통권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접견교통권이 그와 같은 한계를 일탈한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헌법상 기본적 권리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9. 선고 2013도16162 판결).
4. 남용
가. 변호인 접견은 모든 수용자의 권리지만 변호사 비용에 부담이 없는 일부 특권계층 수감자들이 그 권리를 남용해서 방어권 보장과는 상관없이 편의를 제공받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거의 매일 수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접견교통권이 오랜 기간 남용되는 경우와 같은 황제접견 문제도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칸막이 없이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는 장소변경접견(특별면회)은 수감자 중 정치인이 주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변호사가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 및 소송준비를 위한 접견이 아닌 다른 목적, 즉 구속되어 있는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개인적인 용무를 심부름하거나 접견실에 불러내어주기 위한 것이거나 단순 안부 교담(交談)을 하는 등의 목적인 경우에는 정당한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5. 위계공무집행방해죄 성립 여부
가.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서신은 교정시설에서 상대방이 변호인임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열할 수 없는바(구 형집행법 제84조 제3항), 그 취지에 비추어 보면 변호인이 접견에서 미결수용자와 어떤 '내용'의 서류를 주고받는지는 교도관의 심사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이 피고인과 소송서류 이외의 서류를 주고받은 것이 교도관들에 대한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나. 형집행법은 수용자와 교정시설의 외부에 있는 사람의 접견 시 일정한 경우 접견 내용을 청취·기록·녹음 또는 녹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구 형집행법 제41조 제2항)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에는 교도관의 참여나 접견내용의 청취 또는 녹취를 금지하고 있는바(구 형집행법 제84조 제1항),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접견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교도관의 감시, 단속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이 피고인의 개인적인 연락업무 등을 수행한 것이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다.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에게 지시한 접견이 변호인에 의한 변호활동이라는 외관만을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형사사건의 방어권 행사가 아닌 다른 주된 목적이나 의도를 위한 행위로서 접견교통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경우에 해당할 수는 있겠지만, 그 행위가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행사가 한계를 일탈한 규율위반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그 행위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려면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함으로써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한다. 만약 그러한 행위가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1도244 판결).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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