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사립학교 사무직원 육아휴직, 법적 보장과 사학의 자율성 사이의 접점

피앤피뉴스 / 2026-04-29 14:37:47

“사립학교 사무직원 육아휴직, 법적 보장과 사학의 자율성 사이의 접점”




 

▲최창호 변호사

1. 서론: 교육 현장의 조연, 사무직원의 권리를 묻다

최근 사립학교 사무직원의 육아휴직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그동안 사립학교 현장에서 교원과 함께 교육 행정의 한 축을 담당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사무직원의 권리를 명문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논의의 이면에는 사립학교의 운영 자율성과 재정적 현실이라는 단단한 벽이 충돌하고 있다. 헌법적 가치인 모성 보호와 사학 운영의 자유가 맞물린 이 사안은 단순한 근로조건 개선 이상의 법리적·정책적 함의를 지닌다.


2. 보이지 않는 차별: 사립학교 사무직원의 현실과 격차

현행 사립학교법 체제에서 사립학교 교원은 국공립학교 교원에 준하는 신분 보장과 처우를 받는다. 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하여 국가가 법률로써 그 지위를 두텁게 보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학교 행정을 뒷받침하는 사무직원의 사정은 다르다. 현행법 제70조의2는 사무직원의 임용, 보수, 복무 등을 각 학교법인의 정관이나 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처우의 양극화’를 불러온다. 재정 상태가 양호한 대형 사학재단은 국공립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지만, 영세한 지방 사학이나 재정 결함 보조금에 의존하는 학교의 사무직원은 육아휴직 신청조차 눈치를 보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처럼 개별 재단의 재정 여건에 종속된 구조를 타파하고, 사무직원의 육아휴직 처우를 '대통령령'으로 상향 입법하여 국가 차원의 보편적 표준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3. 견해의 대립: 공공성인가 자율성인가

가. 찬성 측 논거: 노동권의 보편성과 국가의 보호 의무
개정안에 찬성하는 이들은 ‘동일 노동 동일 처우’와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를 강조한다. 사립학교 역시 국가 교육 체계의 일원으로서 공교육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구성원인 사무직원에게 부여되는 보육권은 소속 재단의 재력과 무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저출생이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온 현시점에서 육아휴직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헌법 제36조 제2항이 명시한 국가의 보호 의무에 해당한다. 사학 사무직원이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에서 소외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논리다.

나. 반대 측 논거: 사학의 자율성 침해와 재정적 한계
반면 사립학교 측은 ‘사학 운영의 자유’와 ‘실무적 재정 부담’을 호소한다.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건학 이념에 따른 독자적인 인사권을 가진다. 이를 법령으로 강제하는 것은 사학 운영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 인력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부담 등 구체적인 재정 지원 대책 없이 의무만을 부과하는 것은 학교 현장에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재정 결함 보조금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사학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주장이다.


4. 법률적 정합성과 합헌적 입법 태도의 검토


이번 개정안이 합헌적 입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법리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이다. 사무직원의 처우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할 때, 그 대강이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식의 백지 위임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대상과 기간, 복귀 보장 등 핵심 사항은 법률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체계 정당성의 원칙이다. 사무직원의 처우를 상향한다면 사립학교법 내 다른 조항들과 충돌이 없어야 한다. 특히 국가의 강제적 규범이 부과될 때는 그에 상응하는 국가의 재정적 보조 의무도 체계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셋째, 원인자 부담의 원칙이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육아휴직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의 원인은 국가의 결단에 있다. 따라서 재정 여건이 열악한 사학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전가하기보다 구체적인 예산 지원 대책을 적시해야 한다. 지원 없는 의무 부과는 법적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


5. 근로기준법과의 관계와 실질적 격차의 본질

사법상 고용계약 관계인 사립학교 사무직원은 본래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정관에 규정이 없더라도 법이 정한 최저 기준 이하로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교원과의 차이는 '휴직 기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사무직원은 법적으로 1년까지만 강제 보호를 받지만, 교원은 공무원 수준인 3년까지 보장받는 경우가 많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기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사적 자율 영역에 남겨진 사무직원의 권리를 공적 보장 체계로 편입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


6. 결론: 상생을 위한 입법적 지혜와 재정적 보완

사립학교 사무직원의 육아휴직 권리를 법적 보장 체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교육 현장의 정의를 바로잡는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명분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집행 과정에서의 현실적 고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권리의 법영화'와 '재정의 공영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이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가 보장하려는 권리의 비용을 누가, 어떻게 공정하게 분담할 것인가에 있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학교별 재정 자립도를 고려한 차등적 지원이나 정부 예산 지원 방안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법의 목적은 규제가 아니라 보호에 있다. 사무직원이 느끼는 소외감을 닦아주는 동시에 사학의 경영적 고충을 보듬는 조화로운 입법 태도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법치주의의 모습이다. 이번 개정안이 사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독소 조항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모든 구성원이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상생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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