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오후] 호수의 달

공무원수험신문 / 2023-10-09 12: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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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달

                                                                                김명석

 

구름이 시야를 가려 어둠을 조산하는 호수에는

달이 수면으로 내려와

산파술에 능한 할미 갈대의 조산으로 물닭을 해산한다

밤에 부화 되어 검둥이가 된 물닭이 달 속에서의 기억으로

물속으로 딥키스를 하며 호수의 비밀을 캔다

 

밤이 되어 흑막이 드리워져 신비에 싸인 호수에

물그림자가 희미한 기억을 더듬는다

언저리는 달, 착륙하는 한가운데와 수심이 달라

잔바람에도 수심에 잠겨

덥수룩한 버드나무가 긴 팔을 뻗어 허우적거리고

희멀건 아파트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잠 못 이룬다

오존층 파괴로 곰보가 된 달이 눈을 부릅뜬 채

분화구로 찬란한 달빛을 뿜어 어둠을 불사르고

화들짝 놀란 호수가 비명을 지르며 물거품을 토한다

달빛이 흑막을 걷어내며 신비를 벗기고

잠을 깨우는 음악 속에서 비밀이 누설된다


호수에 달이 깨어 있을 때에는 쉿!

 

 

김명석 시인

미래시학 2022년 여름호 시 부문 신인문학상

현대계간문학 2022년 여름호 단편소설 부문 신인문학상

제10회 기독교문예 단편소설 부문 신인문학상

제11회 기독교문예 시 부문 신인문학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바지랑대 자모』 『동행길』 『생의 언저리에서』

장편소설: 『반달』 『후회 없이 돌이키지 않게』 『밀레니엄 그 후』

단편소설집: 『호루라기』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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