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년... 잘 버텨줘서 고마워, 기대할게 새로운 노량진
청춘들에게 노량진은 생존을 위한 전쟁터이자 공부로 아침을 시작하고 공부로 밤을 끝내는 청춘들의 공간으로 멋스럽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지만 ‘젊음’ 이라는 이름 하나로 미래를 꿈꾸는 동네다. 그곳엔 지난 35년간 이들을 묵묵히 지켜온 노량진 육교가 있다. 지난 1980년 9월 23일 준공된 노량진역 앞 보도육교. ‘속세로 가는 길’이라는 별명을 얻은 육교는 그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알 수 없는 흔들림과 덜컹거림, 그 속에서 우리는 조마조마하게 횡단해야 한다. 아슬아슬한 육교는 마치 미래를 알 수 없는 청춘들의 흔들림과도 같다.

마침, 노량진 육교 위에서 만난 한 수험생은 “육교 위에서 학원가나 63빌딩을 바라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어서 빨리 세상 속에 뛰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육교를 건너 속세로 넘어가는 상상을 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수험생의 말대로 ‘속세로 가는 길’이 되어준 노량진 육교가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청춘들과 만난다.
그동안 노량진역 앞 보도육교는 장애인, 노인 등 보행 약자의 이용이 어렵고 안전은 물론 도시미관 저해 등의 여러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노량진역을 통과하는 전동차로 인한 진동과 출렁거림으로 불안을 호소하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어 결국 동작구는 노인과 아이들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보행자 중심의 환경을 위해 오는 10월 17~18일 양일에 걸쳐 육교 철거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이후 이곳엔 횡단보도가 설치된다.

육교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번거로움은 사라지겠지만 육교위에서 바라보는 노량진 전경이며 육교 위에서 쓸쓸히 사색할만한 곳도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동네주민 K씨는 육교 철거에 “어린 시절부터 지나다닌 곳인데 사라진다니 시원섭섭하다”며 “그래도 많이 노후화되어서 그동안 지나다니면서도 불안했는데 횡단보도가 생겨 다행”이라고 전했다.
한편, 동작구는 노량진 육교에 얽힌 추억과 향수를 달래줄 사진공모전을 진행한다. 공모기간은 9월 23일~10월 16일까지다. 현재 육교 위에 설치된 20m 길이의 대형 메모판에는 시민과 공시생들이 남긴 ‘합격기원’, ‘잘될거야’, ‘화이팅’, ‘육교야 고마웠다’ 등의 글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육교가 사라져도 청춘들의 꿈은 계속되기에 새롭게 달라질 노량진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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