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롯데의 경영권 다툼은 페스트의 창궐로 폐쇄된 도시 오랑인가? - 김윤조 서울사이버대 법무행정 겸임교수

/ 2015-08-11 13: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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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를 경영하는 총괄회장은 74차 방정식을 푸는 신(神)

『페스트(La Peste·1947)』는 알베르 카뮈(Albert Camus·1913~60)가 쓴 장편소설로서 북아프리카 알제리 해안의 오랑(Oran)이라는 도시에서 의사 리유가 목격한 쥐 한 마리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이 도시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는 페스트 때문에 주민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오랑은 결국 외부와 단절되고 완전히 폐쇄된 도시가 된다. 이 닫힌 사회에서 페스트와 싸우는 사람들의 다양한 태도를 기술하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실존적 가치를 중시한 소설이다. 

페스트는 소설의 인물들에게서 각각의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이 같은 재앙에 직면하여, 다른 많은 고난들과 같이 그 문제들로부터 도피하는 다양한 길을 선택했다. 어떤 이는 그들 자신의 이익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여 페스트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스트에 맞서서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부류에 합류했다. 

페스트라는 재앙은 하나의 상징적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페스트라는 역병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폭력과 파시즘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으나 다른 면에서는 이를 훨씬 폭넓게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페스트라는 재앙이 발생한 경우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것에 맞선 인간의 투쟁을 다루고 있으며 모든 인간은 선의지(善意志)를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요즘 언론에서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다툼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경영권다툼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실제로 문제 삼고 싶지는 않으나, 많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궁금한 내용이 상당하다.

우선, 가장 궁금한 것이 “정체성(停滯性)”문제이다.

오너 일가(一家)의 국적 등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국민인가? 아니면 일본국민이가? 이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오너 일가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도 현 총괄회장과 회장은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였다. 한국말의 구사능력이 중요한가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롯데를 응원하고 애용했던 소비자, 혹은 국민으로서는 서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는 당해 국가의 언어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그리고 회장과 부회장 아들의 병역문제도 아쉽다. 물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어린 시절에는 일본국적을 가지고, 군대갈 필요가 없을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경우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여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의무로 행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니 이 또한 정체성에 대한 논란을 키운다. 대한민국은 군(軍) 문제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보다도 중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아들이 모두 군에 갔다 오지 않았다니 과연 한국기업이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이를 수긍하기 쉽질 않다.

그리고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롯데가 한국기업인가 일본기업인가의 문제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롯데가 한국에 처음 진출하여 탄생된 것은 신격호라는 한국 이름으로 50%,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라는 일본 이름으로 50%를 투자하도록 해줘서 탄생시킨 것이다.
 
현재 국내 롯데 계열사는 80개나 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가진 전체 지분은 고작 0.05%밖에 안 되며 가족들 지분을 다 합쳐도 2.4% 정도이다. 이것으로 416개에 이르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지탱하고 있는데 그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나 광윤사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장하성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롯데, 2.4% 지분으로 황제경영과 막장드라마을 할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그는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누가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가를 알려면 74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데, 이 구조에는 400개가 넘는 순환고리가 있기 때문에 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 없습니다. 반도체 회로도보다 복잡한 이런 구조를 설계한 신격호 회장은 神격호입니다”라고 평을 달았다.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지분관리용 회사인 일본 광윤사가 있다. 이 광윤사가 3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지주회사 롯데홀딩스, 그리고 12개의 'L제○투자회사'들이 한국 내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그룹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 내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 99%가 일본 회사 소유인 것이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로, 롯데호텔을 통해 한국 롯데그룹 70여 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경영을 분담해왔다. 그룹 규모는 한국롯데가 20배 정도 크지만 지배구조상 일본롯데 지배를 받는 셈이다.

재벌들의 이런 행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롯데뿐 아니라 삼성, 현대, 두산그룹도 재벌 2, 3세 승계 과정에서 거의 예외 없이 갈등이 있었다. 얼마 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주주 이익보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에 반대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미국의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의 기업 중에서도 상속에 의한 경영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소니의 경영권세습을 이사들이 반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후계자 1순위로 지목한 니케시 아로라 소프트뱅크 부사장은 구글 출신 인도계 미국인 이다.

롯데그룹은 정체성, 비밀성 등과 관련하여 현재 문제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경영진은 경영권의 다툼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실존적 현상을 직시하고 페스트라는 무서운 질병이 감옥과 같은 폐쇄적 상태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굳은 신념으로 이를 해쳐나갈 진보적 생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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