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를 보며 - 김윤조 서울사이버대 법무행정 겸임교수

/ 2015-07-28 15:41:43

150728_116_73

 

강자(强者)에게 유리한 게임규칙, 약자(弱者)들의 삶은 있는가?

1999년 1월1일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11개국이 단일통화로 새로운 유럽연합(EU)라는 경제블록이 탄생되었다. 유럽 통화가 단일화되면서 독일 마르크화는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1.96마르크를 내고 1유로를 받았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2.2길드, 프랑스는 6.56프랑, 2001년 가입한 그리스는 340.75드라크마를 내고 1유로를 받았다.

유로화가 발행된 후 10여년이 지난 2015년 그리스가 디폴트의 위기에 직면하여 유로존의 존재여부에 어려움이 닥치게 되었다. 그리스는 가입당시부터 우려의 시각이 많았는데 경제구조가 2차와 특히 3차 산업에 편중되어 경제적 펀더멘털이 취약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우려는 최근에 현실로 나타났다. 유럽의 악마적인 금융자본은 그리스 국채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반면 그리스는 엄청난 재정적 압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먼서 그리스 관광산업은 더욱 부진하여 되어 경상수지 적자폭은 커졌고,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두 차례의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는 유로존 채권국에게 부채상환과 긴축안 이행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스는 지난 7월 5일 국민투표를 통해 채권국들이 요구해온 긴축안에 ‘오히(OXI·반대)’표를 던지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채권국들은 만족할 만한 긴축안을 내놓지 않으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용인할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지난 12일 유로존 정상들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3년간 최대 860억유로(약 108조원)를 지원받는 대신 채권국들이 제시한 국유자산 매각, 연금삭감, 세금인상 등의 긴축안을 수용했다. 그리스로서는 ‘경제 사망선고’를 가까스로 피했지만 가혹한 조건의 긴축안 이행이란 큰 짐을 지게 됐다.

프랑스 출신의 저명 철학자 알랭 바디우(78)가 최근 유로존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61%의 반대로 부결시킨 그리스 국민투표를 두고 “그리스 인민의 압도적인 ‘반대’ 투표가 유럽에 대한 거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은행가의 유럽, 무한정의 부채, 세계화된 자본주의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15.7.17. 인터넷).

그리스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이지만 이를 이용한 관광산업을 제외하면 그밖의 다른 산업은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과거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던 무역이나 해운업은 상당히 빛을 잃었고, 침체된 경제로 인해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았으며 이를 타파하고자 추진했던 2004 아테네 올림픽은 상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개최과정에 벌어진 각종 문제와 테러위협으로 시끄러웠고, 그나마도 적자를 기록한데다 때마침 터진 두차례의 대규모 산불(2007년과 2009년)로 국토를 상당 부분(50% 이상!) 손실하는 피해를 겪었다(위키백과, 인터넷).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국채사기사건 등으로 국가의 재정상태의 악화로 도저히 자립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게 되어 2010년 채권단의 지원으로 지금까지 연명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그리스의 재정악화가 과도한 복지를 그 원인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그리스의 일반적인 복지수준은 유럽의 중간수준 정도이므로 단정적으로 확정할 수 없으며, 대체로 연고주의 등에 의한 부정부패와 지배계층의 무능과 해외재산도피와 탈세 등이 원인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 정부는 ‘긴축을 더욱 강화해서 부채를 청산하기가 싫다면 그리스 스스로 유로존을 떠나라’는 식의 그리스 국민과 정부를 향해 볼멘소리를 계속한다. 이를 두고 많은 학자들이 ‘뻔뻔하다’는 반응이 많다. 독일 역시 채무를 제대로 갚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제1·2차 세계대전에서 비롯된 전쟁 부채 중 상당 부분을 국제협약에 따라 탕감받았다. 스위스ㆍ미국ㆍ캐나다ㆍ이란ㆍ프랑스, 특히 그리스를 포함한 국제 채권단은 1953년 2월 런던회의에서 독일의 채무를 62%나 탕감해주면서 지불 기한도 5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해줬다. 이자도 줄여줬다. 국제 채권단의 이런 아량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경제 강국 독일 역시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독일이 다른 나라에 빚 갚으라고 독촉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21세기 자본>의 저자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그리스 투표 다음 날인 7월6일 독일 일간지 <디차이트(Die Zei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보수주의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부인하면서 유럽과 ‘유럽의 이념’을 파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피케티 교수는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과 함께 ‘그리스의 채무 삭감 방안을 채택하라’는 메시지를 메르켈 총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시사IN, 2015.7.17. 인터넷)

3차구제금융에 합의한 것을 신베르사유조약이라고도 한다. 베르사유조약은 1차대전에 패한 독일에 과도한 배상금을 물렸던 베르사유조약과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베르사유조약 때 영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협상에 참가했던 소장 경제학자 케인스는 독일에 과도한 배상금을 물려서는 안된다고 반대했으나 최종적으로는 무거운 배상금으로 결론이 났다. 그 뒤 독일이 과도한 배상금을 갚느라 통화남발에 의존했고, 이는 전무후무한 초인플레이션을 일으켰으며, 그것이 바이마르공화국이라는 약체 민주정부를 무너뜨렸고, 결국 히틀러의 등장과 2차대전으로 이어졌으니 케인스의 선견지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이정우, 경향신문, 2015,7.21 인터넷).

지금의 그리스사태는 예전의 독일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경기침체, 재정악화, 실업증가, 국내총생산 축소...... 그런데 그리스의 입장은 종전의 독일에 비하여 더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일은 통화를 남발하여 미약하나마 대책을 세울 가능성이라도 있었으나, 그리스는 유럽단일통화로 인하여 통화정책으로 재정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었으며, 오로지 긴축과 성장으로만 이를 메꾸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축으로 이를 메꾸라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 IMF 등의 3대채권단의 요구는 객관적으로 너무나 무리하게 보인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컬럼비아 대학 교수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라는 책에서 현대 사회를 ‘1%의, 1%를 위한, 1%에 의한.’ 사회라고 비판하면서 ‘99%가 있어야 1%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 되새겨 진다.

 

[ⓒ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교육전문미디어, 교육뉴스, 공무원시험, 로스쿨, 자격시험, 대학입시, 유아·초중등교육, 취업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