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책임
최창호 변호사
![]() |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의무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에 관한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헌법 제7조 제1항의 ‘책임’은 정치적 책임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을 망라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의 의무는 헌법 이론적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대통령이나 국회 등에 의해 공무원으로 ‘임명’될 경우에 민주적 정당성의 연결고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임명된 공무원은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어 기능주체로서 작동한다. 헌법 제78조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 또한 민주적 정당성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책임에는 형사책임, 징계책임, 변상책임 그리고 국가배상책임 등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공무원의 의무는 징계책임을 묻기 위하여 중요한 쟁점이 되는데,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공무원의 의무를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성실의무는 그 추상성과 모호성으로 인하여 개념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검토하다 보면 특히 공무원의 부작위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판례는 권한의 행사가 공무원의 재량사항이라도 그 부작위가 일정한 경우에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위법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즉 공무원의 행정권한 행사가 관계 법률의 규정 형식상 공무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상황 아래에서 공무원이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는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대판 2016. 8. 25. 2014다225083).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공무원의 업무상과실에 관한 책임이 인정된다면 결국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공이익을 수행할 의무를 가진 헌법상 공무원의 의무를 구체화하고 있다. 우선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공무원이 성실히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를 성실의무와 법령준수의무로 나뉘어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치국가에서 성실히 법령을 준수할 의무를 굳이 성실의무와 법령준수의무로 나뉘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글자 그대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성실히 국가의 이익, 즉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실의무는 공무원의 의무의 원천이 되는 기본적 의무이므로, 각종의 개별적인 직무상의 의무는 물론이고 직무 외에서의 의무도 여기에서 도출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법상 성실의무는 용어상으로는 독일의 충실의무에서 유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내용은 오히려 근무의무 내지 직무수행의무에 가깝다는 견해도 있다. 국민의 혈세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은 성심성의껏 업무에 집중하여 국민과 국가의 안위를 위하여 전심전력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