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심리상담바우처 사업이 시행 2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실제 상담 참여자들의 심리적 지표 개선 효과와 더불어 현장 중심의 제도 개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중랑구 소재 심리상담센터 재희는 바우처 이용 사례를 자체 분석한 결과, 사전·사후 심리검사 데이터를 확보한 대상자들의 우울 및 불안 수치가 상담 종결 시점에 뚜렷하게 경감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24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해당 기관을 통해 바우처 상담을 이용한 인원은 총 146명(재이용 포함 166건)으로 집계됐다. 센터는 2025년 10월부터 객관적 척도인 PHQ-9(우울증 선별도구)와 GAD-7(불안장애 선별도구) 검사를 도입해 초기와 종결 시점에 걸쳐 평가를 진행해 왔으며, 이번 분석은 전·후 검사 결과가 완비된 3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1회기(상담 개시) 시점 평균 15.1점이던 PHQ-9 점수는 마지막 회기(상담 종결) 시점 5.6점으로 대폭 낮아졌다. 불안 척도인 GAD-7 평균 점수 역시 11.4점에서 4.6점으로 경감됐다. 전체 대상자 31명 중 29명(93.5%)의 우울 점수가 종결 시점에 낮아졌으며, 상담 초기 PHQ-9 10점 이상(중등도 이상)이었던 26명 중 23명(88%)은 종결 단계에서 10점 미만(경미 또는 정상 범위)으로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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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 시작(1회기)과 종결(마지막 회기) 시점의 평균 PHQ-9·GAD-7 점수(기관 자체 자료, 31명) | 자료 제공: 심리상담센터 재희 |
PHQ-9·GAD-7로 본 상담 전후 변화
PHQ-9과 GAD-7은 각각 우울과 불안 증상의 심각도를 측정하는 공인된 자기보고식 심리검사 도구다. 비록 단일 기관의 전·후 비교 자료로 대조군을 포함한 통제 연구는 아니지만, 실제 공공 바우처 이용자의 실질적 심리 지표 변화를 확인한 임상 현장 데이터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시사점을 지닌다..
장재희 심리상담센터 재희 원장은 “이번 자료는 실제 현장에서 바우처를 이용한 사람들이 상담 과정에서 어떤 심리적 변화를 보였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며 “여러 제공기관에서 이용자의 변화를 공통된 기준으로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 중심 지원체계, 관계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상담 현장에서는 내담자의 정서적 위기가 개인의 내적 요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요 정책 과제로 제기된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상담을 의뢰했더라도, 심층 면담 과정에서 부부 갈등, 부모-자녀 간 불화 등 가족 구성원 간 역동이 핵심 원인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 단위의 지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계에서 부부나 가족이 함께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장 원장은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과 가족관계의 문제가 분리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며 “개인상담을 기본으로 하되,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부부·가족상담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정책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상담 기준과 사전 검사 정보 연계도 과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도서벽지 거주자 등 내방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 비대면 상담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전국 제공기관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의 유연성을 극대화하려면, 대면이 불가능한 예외적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화상·유선 상담의 프로토콜과 품질 관리 가이드라인이 명문화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행정복지센터 등 바우처 신청 창구에서 선행된 기초 검사나 면담 이력이 실제 상담기관과 공유되지 않아, 내담자가 동일한 호소 문제를 재설명하거나 유사 선별검사를 반복해야 하는 행정 비효율도 개선점으로 꼽혔다. 다만 민감한 의료·심리 정보가 수반되는 만큼, 정보 주체의 명확한 사전 동의를 전제로 상담 수행에 필수적인 핵심 정보만을 안전하게 연계하는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
장 원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이용자가 동의한 정보가 적절하게 연계된다면, 행정기관과 제공기관의 불필요한 행정력 소모와 이용자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상담의 연속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와 이용자의 경험이 제도 개선 과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담 접근성에서 나아가 이용 이후의 변화 살펴야
정신건강심리상담바우처는 경제적 장벽으로 전문적 심리 개입을 받지 못하던 취약계층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 시행 2년을 넘어선 만큼, 단순 이용자 수 중심의 양적 성과를 넘어 호소 문제의 유형, 종결 후 일상 회복 수준, 제공 회기의 적절성 등 질적 성과를 평가하는 관리 체계가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별 사례의 위험도와 만성화 정도에 따라 개입 기간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현행 8회기 일괄 지원을 넘어 위기도가 높은 고위험군에게 추가 개입을 지원하는 탄력적 예외 규정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실제 센터의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종결 이후 ‘추가적인 심리적 위기 시 바우처를 재이용하고 싶다’는 지속 개입 수요가 높게 나타났다.
장 원장은 “상담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중요한 첫 단계”라며 “앞으로는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용자의 상담 경험과 변화를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현장에서 확인되는 제도적 과제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심리상담센터 재희는 2021년 서울 중랑구에 개원한 전문 심리상담기관이자 정신건강심리상담바우처 공식 제공기관으로, 개인 심리상담을 비롯해 부부·가족상담, 영어 및 중국어 다국어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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