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형사사법시스템의 변화 전망

피앤피뉴스 / 2025-06-23 10:30:19
“형사사법시스템의 변화 전망”

 

 

 

 

 

▲최창호 변호사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국가수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수위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수사 방향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기구로서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를 설치하고자 하는 법안이다.

그동안 검찰이 검찰권을 공평하게 행사하지 아니하고, 별건수사, 먼지털이수사, 인권침해수사, 중복수사, 권한남용 등을 하였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제도를 개혁함에는 신속한 수사, 피해자 구제에 만전을 기하는 조치 등 국민의 기본권이 진정으로 보장되는 조치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수위는 헌법상 근거 없는 기관으로서, 그 설치 및 권한 부여는 다수의 헌법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중대한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입법자가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법률로 새로운 행정기관을 설치할 수는 있는 것이고, 국가인권위원회, 공수처 등이 헌법상 근거 없이 설치되어 있는 기관이므로, 국회의 입법형성권 내에 설치된다면 국수위법이 명백하게 위헌이라고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체계정합적인 입장에서 볼 때 국수위는 서구 문명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기존의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이질적인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심도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되나, 독립된 합의제 기구의 형태로 수사기관에 대해 실질적 지휘·조정·감독권을 행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사기관(검찰청, 경찰청 등)은 행정부 소속 기관으로서 소속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되는데, 국수위가 이러한 통제 체계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려고 하는 구조는 행정권의 조직 및 권한 배분에 대한 헌법 질서의 중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다.
국수위의 위원 다수가 국회 추천, 민간단체, 시민단체 추천 등으로 구성되는 경우, 행정부 내부 기구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는 행정부 내부 기능에 대해 입법권이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로 삼권분립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국수위는 다양한 수사기관을 지휘·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해 의견 표명 및 조정 권한까지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경찰 관련 법률 및 공수처법 등의 구조와 충돌을 야기할 수 있고, 수사기관 고유의 수사 공정성과 전문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한편 수사기관 간 갈등이나 중복 조정은 법률로 명확히 규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이를 위원회의 조정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오히려 중앙집중적 수사 통제 구조가 수사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특정 정권이 위원회 위원을 구성함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에는 수사의 자율성 및 공정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수 있고,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즉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명분 아래 실질적으로는 여권 편향적인 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발생하는 것이다.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검사에 의한 수사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명목에 따라 공소청과 중수청을 설치하고, 국가수사위원회를 총리 산하에 설치하자는 것이 최근 발의된 법안들의 요지라 할 수 있다.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구성된다면 당장 기존 검찰에서 수사하던 부패범죄, 대형 금융 내지 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한 검찰청을 폐지하면 우선 제대로 된 수사를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중수청에서 수사하여 송치한 몇만 페이지가 되는 다수당사자가 연관된 금융범죄 사건을 공소청 소속 검사가 기록만 읽고 공소장을 작성하여 기소하는 것이 용이한 일이 아닐 것임은 명백하다. 송치 의견서를 원용하면 된다는 입장에 서게 된다면, 결국 공소청 검사는 유명무실하므로 존재할 필요조차 없다. 검찰제도가 존재하지 않고 경찰서별로 공소유지 변호사를 고용하여 운영을 하다다가 1985년을 전후하여 검찰제도를 창설한 영국의 예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독일에서는 몸통 없는 머리에 해당하는 검찰이 손과 발에 해당하는 머리 없는 몸통을 지휘하여 수사를 하고 있다. 머리 없는 몸통의 통제에 대한 철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권한이 비대해지면 그에 대한 견제와 통제도 비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라 일컬어지는 민주법치국가의 정신이다.

공소유지 또한 문제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검사가 공판전 증거보전절차 등을 포함하여 증거법에 관한 규정이 존재한다. 검사가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한 권한만 보유한다면 거의 형사소송법을 해체할 정도로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국가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기본법은 형사소송법이다. 형사소송법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수사위원회법, 공소청법, 중수청법이라는 특별법으로 형사사법 시스템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검찰청에 평생 한 번도 갈 일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만에 하나 범죄 피해자가 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해 보면 완전히 다른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범죄피해자는 법률가에 의한 판단을 받고 싶은데 수사관이 불송치하고, 이에 대한 불복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법률가의 정당한 판단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을 침해를 이유로 힘든 불복절차(제대로 규정되는 경우를 상정할 경우)를 거쳐야 한다.

기본적으로 기소는 수사를 전제로 한다. 수사권조정 이전에도 사실상 일반 범죄는 경찰이 다 수사하고, 검사는 보완수사하여 기소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거의 98퍼센트 정도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수만 페이지가 되는 대형사건이 구속되어 송치되었는데, 공소유지에 필요한 사항의 수사가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수사권이 없는 검사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구속피의자를 석방시켜야 하는지, 현재 형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검사의 구속기간은 어떻게 변경하여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검사의 보완수사마저 금지한다면 형사사법제도의 운영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10일이라는 장기의 구속기간을 향유하고 있는 경찰도 48시간만의 체포시한을 인정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원래 검사의 기본 역할은 기소(prosecution)이다. 검사가 수사기관이 아닌 인권보장의 역할에 충실하여 중수청, 국수본 및 일부 공수처 사건에 대하여 기소권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행사한다면 우리나라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에 직면할 수 있다.

2024년 전국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이 총 677,979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각주: 조선일보 2025. 6. 21. 억울함 줄여주려는 선의가…고소·고발 급증 불러왔다). 이중 20퍼센트 정도가 기소된다면 나머지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 항고, 재항고 등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수사사건 중 불송치 사건에 대한 처리, 수사심의신청의 처리를 자체 구성원으로 처리할 것인지, 파견 검사 내지 수사관으로 처리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사무 감사 등은 상당한 수사경험이 없는 이상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고, 기존의 감찰조직 등과 업무 중복이 우려된다. 수사심의회의 기능 수행과정에서 재판이나 수사에 부당하게 간섭한다는 비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수사기관을 통할한다는 국수위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 행정조사를 한다는 개념도 생소하다. 행정조사기본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행정조사”란 행정기관이 정책을 결정하거나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현장조사ㆍ문서열람ㆍ시료채취 등을 하거나 조사대상자에게 보고요구ㆍ자료제출요구 및 출석ㆍ진술요구를 행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이 국가기관 사이의 업무협조가 원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도 법체계상 맞지 않아 보인다. 형사절차에 관한 다툼을 행정절차로 다툰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건처분 무효확인 등 형사절차에 관한 다툼을 행정절차로 불복하는 경우에는 각하하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등의 관련 법률이 개정된다면 검사는 공소청으로 신분 소속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관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수사관들이 중수청 수사관으로 신분을 변경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법무부의 다른 직역으로 신분 내지 직렬을 변경하여야 한다. 현재 수사관들의 동요가 심하여 당분간 제대로 된 검찰 업무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 중수청을 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면, 검찰 수사관의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6천여 명에 달하는 검찰 수사인력을 중심으로 법무부 소속으로 중수청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전 정부에서 시행된 설익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폐지 등형사사법체계의 변화로 서민과 약자의 절규는 더 커졌고, 수사는 지체되었으며, 문제점을 보완할 것이라는 목소리는 공수표로 전락하였다. 숙려 되지 못한 제도와 정책은 강행되었고,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떠안게 되었다.

수사기관이 다원화된다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기관 간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핑퐁사건의 증대로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추락한 상태이다.
중수본, 국수본에 집중되는 권한을 통제할 수단이 사라지고,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무력화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제도는 프랑스 혁명 이후 규문주의를 타파하면서 탄생한 제도이다. 위원회 제도가 바람직하지 않은 수사의 영역에서 책임 소재가 불투명한 국수위가 수사의 통제 역할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찰의 수사개시를 통제함으로써 그동안 존재하였던 검찰에 대한 비난은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 또한 경찰 사건의 전건송치를 통하여 검찰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더 빠른 개혁이라는 속도전이 아니라 더 나은 개혁이 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개혁이 가능하려면 시간을 가지고 숙고하고, 사법시스템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작동함으로써 죄지은 자를 적절하게 엄벌하고,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능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제 검찰은 객관의무를 기본으로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인권수호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번 사법개혁 법안이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위한 진정한 개혁이 될 것인지 여부는 우리 모두의 권익에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 할 것이므로,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심사숙고하여 형사사법시스템의 개선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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