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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호 변호사 |
1.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우리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원리를 선언하고 있고, 이러한 국민주권원리가 지배하는 구조에서 국민이 보유하고 행사하는 헌법제정권력에 의하여 제정된 헌법으로부터 국가권력이 창설되고 유효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이러한 주권자인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주권원리는 헌법상 최고원리로서 헌법의 모든 사항을 규율하고 있다. 국민주권은 군주주권, 국가주권, 의회주권을 부정하는 것이며 오로지 국민만이 주권자의 지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헌법이나 국가 그리고 지배 내지 통치(Herrschaft)의 정당성은 오로지 국민에 바탕을 둘 때에만 정당화된다는 정당화원리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국가라고 함은 군주국가나 귀족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고, 국가와 지배의 정당성이 국민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대의민주주의
권력의 원천은 국민이지만 모든 국가권력의 행사를 국민이 직접할 수는 없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은 그 대표를 통해 권력을 간접적으로 행사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국민의 직접적인 권력행사는 특정 사안에 대한 국민 투표 등의 방법으로만 행사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가의사는 직접민주주의의 경우와 달리 국민이 이를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별개로 존재하는 국가의사결정권자가 이를 결정한다. 이를 권력의 측면에서 보면, 국민이 국가권력을 직접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사결정권자인 국민의 대표자가 이를 행사하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권능(국가의사결정권)과 이를 보유 · 행사할 자를 정하는 권능(통치기관구성권)을 분리하여, 전자는 국민대표기관인 통치기관(예, 대통령)에게 권한(competence, Kompetenz)으로 부여하고, 후자는 국민에게 권리(right, Recht)로 보장한다.
대의원리에서는 국민이 통치기관을 결정 · 구성한다는 점에서 국민주권원리를 관철시키고 있으며, 통치권력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에서 통치하는 자와 통치를 받는 자가 그 지위와 역할에서 구별 · 분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신정정치나 군주정치와 구별되는 것입니다.(정종섭, 헌법학원론, 박영사, 2018, 929면.)
3. 대의기관의 민주적 정당성
헌법은 국가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구분하고, 입법권은 국회에, 행정권은 행정부에, 사법권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모두 국민이 그 대표들을 통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대의기관들이다.
그런데, 이 대의기관들의 권력행사가 국민의 권력행사가 되려면 그 권력의 위임이 국민에게 이어져야 한다. 이와 같이 그 권력행사가 국민의 권력행사로 인정될 수 있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민주적 정당성(demokratische Legitimität)이라고 할 수 있다.
4. 민주적 정당성의 요소
국가기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로는 ① 국민의 의사인 헌법에 근거를 가져야 한다는 ‘규범적 정당성’, ② 권력담당자의 임명과정에서 국민에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인적 정당성’, ③ 권력 행사가 내용적으로 법률에 적합해야한다는 ‘내용적 정당성’이 필요하다.
인적 정당성은 선거를 통해 적정하게 선출되는 경우에 부여되는 직접적 정당성과 선출직으로부터 임명 등 절차로 부여되는 간접적 정당성으로 나누어진다. 내용적 정당성은 권력행사의 내용에 대하여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체제의 존재를 통해 부여된다. 의회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표적인 것은 의회를 통한 통제와 책임이다. 이에 따라 의회가 행정부의 장관 등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를 두고,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장관은 지휘감독권을 통하여 소속 공무원들을 통제하는 책임행정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한편, 의원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도 의회와 같이 직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행정권 행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대통령의 행정기관에 대한 지휘감독체계도 행정기관의 권력행사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요소 중 하나로 논하여 지고 있다.
5. 헌법재판의 입법작용 기능
헌법재판이 입법작용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지 여부는 규범통제를 둘러싸고 발생한다. 국가작용 중 법률의 제정, 개정, 폐지를 입법행위라고 한다. 그런데 이와 규범가치적으로 등가인 행위가 헌법재판에서도 발생한다. 국회의 입법작용을 적극적인 입법활동이라고 한다면, 위헌법률심판과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소극적인 입법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헌법률심판이 입법작용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여 헌법재판이 받드시 입법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헌법재판의 중심적인 성질은 어디까지나 재판작용이므로, 헌법재판은 위헌법률심판에 있어서도 가치평가적으로 사실상 입법작용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데 그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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