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생활숙박시설은 숙박시설”…주거 목적 믿고 계약했어도 취소 쉽지 않다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3-18 17:18:10

계약서·확인서에 숙박시설 용도 반복 명시…대법원, 수분양자 승소 원심 뒤집어
홍보 과정에 ‘거주’ 표현 있었지만 세제·용도 제한 정보 함께 제공된 점 반영
엄정숙 변호사 “계약 전 건물 용도·관련 법규 직접 확인이 분쟁 예방의 핵심”
▲엄정숙 변호사

 

 

 

 

 

[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생활숙박시설을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믿고 분양계약을 맺었더라도, 계약서와 별도 확인서에 숙박시설이라는 점이 명확히 적혀 있었다면 착오를 이유로 계약 자체를 취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는 지난 1월 29일 수분양자 4명이 분양사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사건번호 2025다217022).


쟁점은 서울 소재 생활숙박시설 분양 과정에서 수분양자들이 ‘실제 거주가 가능한 시설’로 인식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였다. 원고들은 2021년 초 분양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을 낸 뒤, 분양사업자 측이 해당 건물을 주거형 상품처럼 안내해 착오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계약을 취소하고 납부한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다.

앞선 1심과 2심은 모두 수분양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원심은 분양대행 과정에서 실거주 가능성을 강조하는 설명이 있었고, 관련 제도 변화나 법적 제한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봤다. 홍보 문구와 상담 과정이 계약 체결 판단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분양 홍보 자료 전체를 보면 ‘주거’, ‘거주’라는 표현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숙박시설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설명도 반복적으로 제시됐다고 봤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제외, 전매 제한 없음, 1가구 2주택 산정 제외 같은 문구 역시 일반 주택이 아닌 숙박시설 특성과 연결된 정보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계약 체결 당시 작성된 문서 내용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계약서 표지에 생활숙박시설이라는 명칭이 적혀 있었고, 계약 조항에는 숙박시설 외 용도로 사용해 발생하는 불이익을 수분양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별도 확인서에도 숙박업 운영 의무와 관련한 동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는 점이 함께 고려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계약 당사자들이 해당 건물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정을 인식한 상태에서 계약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거 목적이 계약 동기였더라도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명확히 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단은 생활숙박시설 분쟁에서 광고 문구보다 계약서 문언의 비중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활숙박시설은 건축법상 숙박시설로 분류되며, 주택과 달리 본래 주거 목적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엄정숙 변호사는 “대법원이 계약서와 확인서 같은 처분문서의 표현을 중심으로 법률효과를 판단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생활숙박시설은 처음부터 영업시설군에 속했고, 일부 지역에서 장기간 주거처럼 이용된 사례가 있었더라도 법적 성격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 광고만 보고 계약 여부를 결정하면 분쟁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건물의 법적 용도, 사용 제한, 관련 세금 구조를 계약 전에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송심에서는 수분양자들의 착오 주장에 대한 추가 판단이 이어지지만, 대법원이 계약 문서 해석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 만큼 하급심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생활숙박시설을 둘러싼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유사 사건의 기준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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