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부활론’ 다시 수면 위…한국법조인협회 “끝난 제도 흔들면 로스쿨 기반 무너진다”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3-12 17:06:06

정치권 일각 논의에 공개 반발…“고시 낭인 되풀이할 수 없다”
로스쿨 2만3000명 법조인·재학생 6000명 신뢰 문제 제기
“AI 시대 법조개혁은 선발시험 회귀 아닌 교육 체계 보완에서 출발해야”

 

 

 

 

[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사법시험 부활 가능성이 다시 정치권 주변에서 거론되자 법조계 내부 반발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때 역사 속으로 정리된 제도를 다시 꺼내 드는 움직임이 로스쿨 체계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인 단체를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분위기다.

한국법조인협회는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법시험 부활 논의와 이른바 ‘신사법시험’ 도입 주장에 대해 강한 우려를 담은 성명을 내고, 현행 법조인 양성 체계를 흔드는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입장 표명은 대통령실 내부 검토 가능성이 일부 언급되면서 법조계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공식적으로는 검토된 바 없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내부 여론조사 실시와 함께 50명에서 150명 수준 선발 규모까지 거론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법조계에서는 단순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선 움직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법협은 특히 사법시험이 폐지되기까지의 과정을 다시 꺼냈다. 장기간 수험 준비 과정에서 대규모 탈락자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냈고, 이른바 ‘고시 낭인’ 문제와 함께 기수 중심 문화, 전관예우 구조까지 남긴 채 2017년 제도가 종료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12년에 걸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로스쿨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단순히 시험 제도를 다시 만드는 문제를 넘어,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현재 체계 자체를 되돌리는 문제라는 해석이다.

이번 성명에서 가장 강하게 반박한 대목은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주장이다. 한법협은 사법시험 마지막 10년 동안 대졸 미만 합격자가 사실상 거의 없었던 반면, 로스쿨 체제에서는 학점은행제나 방송통신대 출신 합격자도 꾸준히 배출됐다고 설명했다. 전체 로스쿨 재학생 가운데 약 70%가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독일 사례를 둘러싼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일부에서 독일이 로스쿨형 제도를 폐기했다고 언급하지만, 실제 독일은 애초부터 한국식 국가 선발시험 구조를 운영한 적이 없고 공교육 기반 자격시험 체계를 유지해왔다는 설명이다. 독일 변호사시험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70~80% 수준 합격률을 유지하는 구조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투트랙’ 방식 도입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왔다. 로스쿨과 별도로 공직 법조인을 뽑는 별도 시험을 두면 결국 제도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사례처럼 대학 교육보다 시험 준비 중심으로 수험생이 이동하면서 다시 학원 중심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현재 로스쿨 제도를 거쳐 법조계에 진입한 변호사는 약 2만3000명, 재학생은 약 6000명 수준이다. 한법협은 국가 정책을 신뢰하고 현재 제도 안에서 진입한 이들의 신뢰 역시 정책 논의 과정에서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안에서는 제도 개선 논의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AI 기술 확산과 국제 분쟁 증가, 공공 법률서비스 수요 확대 등 실제 법조 환경 변화에 맞춘 인력 구조 논의가 먼저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법협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지키고 사법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현행 변호사시험법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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