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수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관한 최신판례
1.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강동호 변호사입니다.
최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인하여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신설이 있었는데, 임차주택을 매수한 사람에게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그 적용범위에 대해 명확한 법률이나 확립된 판례가 없어서 불명확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도입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전에 임대인이 제3자와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까지 받았다면 갱신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1심 법원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302250)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 관련 법규
우선 이와 관련한 법규는 아래와 같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 ① 제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9.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최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서는 임차인의 임대차 보장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 임차인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도입했습니다. 다만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형평을 위하여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했는데, 같은 조 제1항 제8호는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는 경우'를, 제9호는 '그 밖에 임차인이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3. 최신 1심 법원의 판결 및 사실관계
사안의 개요
1) 기초 사실
가. 원고(새로운 소유자)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2020. 7. 31.)되기 약 3주 전인 2020. 7. 5. 에 실거주 목적으로 피고(임차인)가 임차인으로 있는 아파트에 대한 매수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0. 30.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습니다.
나. 피고의 임대차 계약은 2021. 4. 14. 이 만료 예정일이었는데 피고 는 원고가 소유권을 넘겨받기 직전인 2020. 10. 5. 기존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기간 연장을 요구했으나, 집주인은 실제 거주예정인 원고에게 아파트를 매도했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다. 원고는 집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에도 피고가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하자 "이전 집 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해 피고와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봐야 한다"며 피고를 상대로 법원에 건물 인도 소송을 냈습니다.
2) 쟁점의 정리
사안에서 원고는 2020. 7. 5. 에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2020. 10. 30. 에 마쳤고, 임차인은 그 사이의 2020. 10. 5.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요구를 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개정 당시 계속 중인 임대차에도 적용되므로 사안의 임대차관계에도 개정법이 적용됨은 의문이 없으나, 새로운 소유자인 원고는 임차인인 피고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이후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므로 임대인의 지위에서 계약갱신의 거절이 가능한지, 주택의 원소유자가 실제 거주할 예정인 원고에게 주택을 매도했다는 사유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등이 문제되었던 사안입니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가. 원고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에 실제 거주 목적으로 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도 지급해 피고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당연히 자신들이 실제 거주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믿음에 어떠한 잘못도 없는 점,
나. 만약 피고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2020년 10월 이전에 원고가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면 주택의 원소유자로부터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해 적법하게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다. 매매계약 체결 당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실행되기 전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형평에 반하는 점,
라. 주택의 원소유자가 개정 법률 시행 이전에 실제 거주예정인 원고에게 아파트를 매도했다는 것을 이유로 피고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한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9호 중 '그 밖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임차인이자 직접점유자인 피고는 임대차 종료일이 도래하면 원래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원고에게 임차보증금 5000만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아파트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 라고 판시하여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여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규정한 것은 임차인이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안정적으로 연장하여 임차인의 주거권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데 그 도입 취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갱신요구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게 되면 선의의 제3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가하여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갱신요구권에 따른 임차인의 권리과 실제 거주할 수 있다고 신뢰한 제3자의 정당한 기대는 양자의 균형을 고려하여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합니다.
대상판결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전에 매매계약을 맺고 계약금까지 지급하여 실제 거주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자에 대하여 그 신뢰가 보호가치 있는 것이라면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로서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형평을 도모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