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실체가 드러난 법무부의 ‘메타인지’ 과락자 대량양산을 위한 변호사시험 개정 - 누구를 위한 변호사시험 개정인가?

이선용 / 2020-10-13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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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필구(전남대 로스쿨 7기)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변호사시험 합격률 논란을 바라보며’를 읽은 학생들의 의구심
작년 3.18일 법률신문에는 이영남 법조인력과장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논란을 바라보며’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전혀 이루어진 적 없는 합의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 제도의 정상화 및 교육의 미래를 우려한 이들의 항거를 ‘시험 떨어질까 봐 불안한 학생들’의 태도로 치부하는 태도, 오탈제도에 대한 합리적 근거 없는 맹신 등 기존 기득권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감동 0%의 그저 그런 글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학생들의 이목을 끄는 단어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메타인지’였습니다. 학생들은 도대체 저 단어가 아무런 개연성 없이 왜 나온 것이냐는 의문에 휩싸였습니다. ‘앞으로 메타콘은 절대 안 사 먹는다’, ‘메타콘은 무슨 죄냐’라는 식의 농담이 오가기도 하였습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생각하여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것과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며 자신의 학습 과정을 조절할 줄 아는 지능과 관련된 인식’을 말합니다.
 
다만, 교육을 통한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넘어선 균형 잡힌 시각과 메타인지적 접근이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초다붙, 법무부초시, 누적합격률 등 고금에 유례가 없는 그리고 상상할 수조차 없는 개념들을 창조해가며 학생들을 탄압해온 법무부 법조인력과 수장이 하는 말이었기에 뭔가 싸늘한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는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긴급입수된 위 사진들을 보고서는 법무부의 메타인지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법무부의 메타인지 그것은 바로 ‘과락자의 대량배출을 통한 면과락 자격시험화의 달성’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격시험의 조건인 ‘면과락 전원합격’이라는 요청은 들어주되, 학생의 태반 이상을 시험도 보기 전에 과락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하부터는 저 법무부의 개선안이 왜 학생들의 절반 이상을 과락으로 만드는지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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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기존 변호사시험의 점수구성 - 타 시험의 과락남용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절묘한 점수분포 
(구)사법시험을 비롯하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 많은 자격증시험이 과락제도를 활용하여 명목상으로는 자격시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능력 시험으로 악용되고 있었습니다. 주관식의 채점이라는 것은 채점 기준이 존재하지만, 채점기관의 지시 및 기존 관행에 의하여 점수부여의 범위가 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변호사시험 모의고사의 경우 100점짜리 사례형 문제에서 31점을 받은 사람이 250명 중 1등을 하는 경우가 채점하는 교수의 성향에 따라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가 있으므로 로스쿨 제도의 설계자들은 선택형을 원점수로 부과하여 과락의 발생을 방지하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현재 변호사시험은 선택형이 각 문항의 25%(총점 400점 중 100점, 문항 40개)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선택형의 경우 선택형 문항의 절반 수준인 19~21 사이에 평균이 형성되고 아무리 공부를 못 하는 경우라 해도 16개 이상은 문제를 맞힙니다. 로스쿨 교육이 학생들의 수준을 최소 면과락 이상으로는 끌어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사례형 300점은 표준정규분포곡선에 의해 점수가 부여되기 때문에, 응시자의 답안이 전체 시험자의 절반 수준의 실력이면 150점이 부여되고, 만약 그 응시자의 사례 점수가 전체 응시자 중에서 꼴등 수준이라면 100점 정도가 부여됩니다. 결국, 선택형과 사례형 어느 한쪽만 평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면 총점 400점 중 160점을 넘게 되어 과락을 부여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시험이 설계된 것입니다. 실제 변호사시험에서도 공법 형사법 민사법에서는 과락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Ⅲ. 법무부 안에 따른 과락비율의 변화 - 시험도 보기 전에 응시자의 절반이 과락 

1. 법무부 개선안에 대한 간략한 분석
위 법무부 개선안의 개요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는 현재 선택형 100점 사례형(기록형 포함) 300점을 선택형 50점, 사례형 300점으로 바꾸는 것, 두 번째는 선택형의 비중을 50점으로 줄이는 대신 사례형(기록형 포함)의 비중을 350점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작년 8회 변시를 기준으로 합격자가 받아야 하는 사례 점수는 사례 평균의 50점입니다. 이 경우 합격자가 맞아야 하는 선택형의 개수는 105개, 전체 150개 중 약 70%의 득점을 해야 합니다. 만약 선택형에서 과목별로 50점이 빠져나가고 사례 혹은 기록형에 50점이 더해지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요? 과목별로 50점의 20%인 10점의 점수가 감소하게 되는 것입니다. 민사법의 경우에는 선택형이 70문제, 165점의 1/2인 82.5의 20%인 17점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민·형·공 3과목을 합하면 빠져나가는 점수는 약 37점입니다.
 
변호사시험의 경우 1점에 분포하는 인원이 약 10에서 15명 사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37점이 빠져나간다면 각 공법, 형사법의 경우에는 약 100명에서 150명, 민사법의 경우에는 170명에서 230명 사이에 과락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법무부는 누적응시자 및 미졸업자의 수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자 시험을 본 응시자들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았던 것이고, 그 방법으로 과락자의 증가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또한 매해 변호사시험 합격점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학생들의 수준이 상승하고, 이것이 원점수로 반영이 되는 선택형 과목을 통해 나타나자 선택형의 비중을 줄여 학생들이 공부를 못해 점수가 낮아진다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2. 첫 번째 개선안에 대한 분석 
만약 첫 번째 개선안대로 변호사시험이 개선되었다고 했을 때의 과락률을 추정해 보겠습니다. 사례형의 점수분포는 현재와 그대로이니 응시자 중 딱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표준점수는 150점 일 것입니다. 그리고 최하위는 100점을 받을 것입니다. 즉 50등부터 100등까지 표준점수 1점당 1%씩 깎여나가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100명 중 75등을 했다면 표준점수는 약 125점 정도를 받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기서 75등을 한 사람은 과연 몇 개의 선택형 문제를 맞을까요? 한번 계산을 해 보겠습니다. 제6회 변호사시험의 경우 합격자(1등부터 51등)까지의 선택형 평균은 약 92개 제7회 변호사시험의 경우 합격자(1등부터 49등)까지의 선택형 평균은 약 97개 정도입니다(위 수치는 공식 공개된 것이 아니라 학원가의 추정입니다) 즉 평균적으로 사례가 50%대에 있는 사람들은 선택형을 60% 정도 맞춘다는 가정이 가능하며 이는 선택형의 득점 정도가 사례형에 약 1.2배 정도가 된다는 것을 추론하게 해 줍니다.
 
이를 하위 25%인 사람에게 적용할 경우 이 사람은 25×1.2 = 30% 정도의 선택형 점수를 득점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개정된 선택형 점수인 50점에 곱하게 되면 이 사람이 얻게 되는 선택형의 점수는 약 15점(한 문제에 2.5점 즉 20문제 중 약 6문제를 맞추는 샘이 됨)을 얻게 됩니다. 이 경우 하위 25%의 득점은 약 140점으로서 시험에 과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즉 기존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주요과목 과락자가 25%나 발생하게 되는 학생 탄압적 결과가 첫 번째 개정안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과목별로 25% 정도의 과락자가 발생한다면 주요과목 3과목 중 한 과목 이상의 과락자의 발생비율은 40%에 육박할 것입니다.
 
3. 두 번째 개선안에 대한 분석
두 번째 개선안 역시 첫 번째 개선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번째 개선안에 따르면 점수분포는 선택형 50점 사례형 350점이 된다. 여기서 사례형의 경우 응시자 중 딱 절반의 성적을 받은 사람은 표준점수 175점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1%당 점수의 경우 사례형의 만점이 300점일 때 1점이었기 때문에 만점이 350점이 된 경우에는 1×(350/300 = 7/6)이 된다. 즉 1%당 1.16점의 가감이 있게 된다.
 
만약 100명 중 70등을 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였을 때, 그 사람의 사례 점수는 175 - (1.16×25 = 29) = 146점이 된다. 여기에 앞서 구했던 선택형 점수 15점을 더하면 161점이 된다. 이 사람 역시 과락권 점수가 된다. 결국, 2번째 개선안도 과목별로 약 25%의 과락자를 발생시키며 과락자의 발생비율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Ⅳ. 이번 개선안을 통해 알 수 있는 법무부의 현실 인식
일단 법무부는 2.18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총궐기대회 및 이후 변호사시험의 정상화와 이를 통한 교육의 정상화를 지향하는 이들의 움직임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변호사시험이 면과락자를 전원 선발하는 자격시험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및 법조계의 미래와 국민을 위해서는 지극히 바람직하지만,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구태법조인들에게는 최악이 될 수 있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자체를 절반 가까이가 과락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형태로 바꾸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변호사시험을 면과락자를 전원 선발하는 자격시험으로 만들어 줬어, 너희가 요구했던 거지? 근데 절반이 과락이네? 너희가 말할 때 누적합격률 정원대비합격률 같은 용어가 고금에 유례가 없다고 했었지? 근데 과락자를 선발하는 시험은 없어. 그러니까 너희도 받아들여’
 
라는 술수를 법무부가 로스쿨 학생들에게,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님들에게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양자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 지난 3월 18일 법률신문에서 법조인력과장이 말한 ‘다만, 교육을 통한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넘어선 균형 잡힌 시각과 메타인지적 접근’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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