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낙준 변호사 (백준법률사무소)
[최낙준 변호사의 사건기록]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의 기산시점을 주의하세요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최낙준 변호사입니다.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면서 계약서 상의 임차인 명의를 변경하는 경우(또는 임대차계약이 만료되기 전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제3자에게 임차권을 양도하는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의 기산시점을 다르게 생각하여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제10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임차인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이러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임차권의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기간을 고려한다면, 그 기산시점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필자가 최근 임대인측을 대리하여 진행했던 ‘건물인도청구소송’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의 기산시점이 쟁점으로 다투어진 바 있어, 위 내용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 사건은 (구)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어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기간이 5년이었습니다).
2. 사실관계
가. 갑(임대인)과 을(임차인)은 2012. 3. 10. 임대목적물은 갑이 소유하는 상가점포(이하, 이 사건 점포라고 함), 보증금 1억원, 월 차임 3백 만원, 기간 2012. 3. 10.부터 2014. 3. 9.까지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1차 임대차계약), 갑은 이 사건 점포를 을에게 인도하였습니다.
이후 갑은 2014. 11. 5. 을의 친모인 병과 위 1차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2차 임대차계약), 2015. 3. 5. 임차인 병과 임대차계약을 체결(갱신)하였으며(3차 임대차계약), 2017. 1. 9. 병과 임대기간을 1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제4차 임대차계약). 위 1차 내지 4차 임대차계약서 내용은 임대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은 동일하였습니다.
나. 한편 갑은 2018. 1.경 병에게 제4차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면 계약갱신이 곤란하니 계약만료시 이 사건 점포의 인도를 요청한다고 내용의 통지를 하였지만, 병은 갑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한다면서 점포 인도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갑이 병을 상대로 이 사건 건물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었습니다.
3. 사건의 쟁점
가. 갑은 이 사건 소송을 통해 ‘병은 제4차 임대차계약에 터잡아 현재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사용하고 있는데, 제1차 내지 제4차 임대차계약에 걸쳐 피고가 점유·사용한 임대차기간은 모두 5년을 초과한 6년에 이르고 있으므로 제4차 임대차계약은 갱신됨이 없이 종료되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해 병은 병 자신이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된 시기는 2차 임대차계약일부터이므로 그 기간이 아직 5년을 초과하지 않았고(5년 초과시점은 2019. 11. 5.) 이미 갑에게 정당한 계약갱신요구를 행사했으므로, 갑의 이 사건 점포 인도청구는 부당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나. 갑은 이 사건 1차 임대차계약과 2차 임대차계약의 각 계약서상의 임차인 명의는 다르지만, 실질적으로 임차인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위 1차, 2차 임대차계약은 단순히 임차인 명의만 변경하여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더하여 가사 을과 병은 서로 다른 임차인이라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병은 을의 임차권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 신분이므로 1차 임대차기간을 포한한 5년간에 한하여 계약갱신요구권이 허용된다고 주장했습니다.
4. 사건의 경과
가. 이에 대해 제1심은 ① 이 사건 2차 임대차계약서는 종전의 임대차계약서와 보증금, 월 차임금액, 지급일, 임대기간 등이 동일한 내용으로 작성된 점, ② 임차보증금도 기존에 지급한 임차보증금으로 그 지급이 갈음된 점, ③ 실질적으로 병이 이 사건 점포를 점유·사용하면서 사업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면, 실제의 사업자로서 임차한 주체는 ‘병’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병의 계약갱신요구권은 1차 임대차계약 체결시점인 2012. 3. 10.부터 5년까지만 인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병은 위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갑과 병은 이 사건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서로 합의하여 사건을 원만하게 종결하였습니다.
나. 한편 위 항소심 진행 중에 병은 ‘갑이 피고의 권리금회수를 방해하였으므로 갑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으며, 이 경우 병의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와 갑의 손해금 지급 채무 사이에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는 항변을 추가하였습니다.
위 병의 항변이 부당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는 임대차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채무가 아니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소정의 임대인의 방해금지의무 위반이라는 별개의 사실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발생원인 상이)으로서, 병의 이 사건 건물인도의무와 대가관계 등 어떤 형태의 이행상의 견련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기(견련관계 없음) 때문입니다. 실제로 병이 위 주장과 같은 손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라면 별도로 소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그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최근 대법원 역시 임대차계약 종료에 따른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는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하여 발생하나,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고 있으므로 양 채무는 동일한 법률요건이 아닌 별개의 원인에 기하여 발생한 것일 뿐 아니라 공평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 사이에 이행상 견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동시이행관계를 부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8다242727 판결).
5. 마무리하며
이 사건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하나의 사실관계를 가지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였습니다. 임대인 갑은, 임차인 을과 병이 한 가족이고 실제 상가건물을 점유· 사용한 사람이 병이었으므로, 임대차계약서 상의 임차인 명의가 을에서 병으로 변경되어 계약이 다시 체결되었더라도 각 임대차계약은 동일성을 유지한다고 보았지만,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서 상의 임차인 명의가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임대차계약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새로 체결한 임대차계약서 상의 임차인 명의가 종전 임대차계약서 상의 임차인 명의와 다르더라도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동일한 임대차계약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임차인이 간과하여 다툼이 시작된 사건이었습니다.
계약의 당사자들은 계약 체결과 이행 과정에서 ‘이심전심’ 보다 ‘동상이몽’의 경우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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