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매일경제를 비롯한 몇 개의 신문 등에 현행 25개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자격 시험의 합격률이 발표되었다. 매년 2천명의 총 정원 중 평균 83.1%의 합격률을 보이고 있고 계속 하락하여 오다가 드디어 작년에는 49.35%로 떨어졌다.
합격률이 높은 대학원도 상당수 불합격자를 내고 있었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실시된 지 근 10여년이 되고 대략 추계하여 보면 변호사 시험의 응시횟수 제한에 걸려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여도 변호사 기타 법조인이 될 수 없는 수가 1천명을 육박하고 있다. 그들이 사회에서 낙오감에 빠져 있음은 누구나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기존의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한 것을 요약해서 말하면 1.법률이외의 타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는 인물을 법조인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 2.장기간 사법시험 합격에 노력하다 실패하여 인생낙오자가 되는 병폐를 줄일 필요가 있다. 3.지역적 안배를 할 필요성이 있다. 4.학교강의를 기피하고 고시학원으로 가는 병폐를 줄일 필요가 있다. 5.사법시험 합격을 위하여 장기간 골방식 공부를 계속하게 하는 것은 법조인의 인격형성에 문제가 있는바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 6.법학교육을 받은 자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어야 하는데 사법시험제도를 그대로 두고는 그 인원 증가가 어렵다는 등이 그 이유다. 물론 이외에도 또 다른 이유(원인)가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는 지면 관계상 약하고, 위에서 언급한 여섯 가지를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보기로 한다.
첫째, 회계학 등 여러 가지 사회과학, 공학, 의학 등 자연과학, 기타 제반 분야에서 지식을 가진 자가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는 법전공자만이 법조인으로 진출할 수 있어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점에 대하여는 제도를 바꾸는 것을 논의하는 자들 간에 거의 견해가 일치하였고 나도 일리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문대학원의 입학에서 법학개론이나 기타 법률관계과목을 시험으로 부과할 수 없게 하였는바, 3년간 어설픈 교육으로 사건들을 제대로 법률적으로 엮고 정리할 수 있을지 극히 의문이었다. 법과목을 시험으로 부과하면 그 공부에 매달려 특수 분야 공부를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방학을 제외하면 2년도 못 할 기간 동안 기초 7법마저 연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었다. 이러한 결함을 보완하려면 점수비중은 20%를 넘지 않게 하면서 법학개론을 시험과목으로 과하는 제도를 택하였어야 한다. 자식하나가 대학, 대학원을 거쳐 미국유학까지 한 후 정보통신 및 컴퓨터학 교수로 재직 중인데 대학과 대학원의 석박사까지 거치는데 약 12년, 교수생활 7년이 지나서야 뭔가 문제점이 발견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20년이 지나서야 그 분야의 이해를 하는 정도의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과연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여 법조인이 되려는 뜻을 가진 자가 학부에서 자기전공분야에 대하여 얼마나 심도있는 공부를 할지는 의문이다.
흔히 미국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미국은 1.법조인이 법학전공자만이 갈 수 있는 특권의 길이 아니라는 사상이 뿌리내려져 있고 2.미국에서의 변호사도 20년 가까이 실무경험을 쌓아야 온전한 변호사 등이 될 수 있다. 그것을 미국변호사가 사무실을 꾸려 나가려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상당액의 수임료를 맡아야 가능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법률적으로 기타 사회적으로 경험 없는 신출내기 변호사들이 독립개업을 하는 것은 드물다고 한다. 미국이야말로 자기 전공 이외에 법률적으로도 20여년이 실무경험을 갖는 변호사들만이 제대로 변호사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이다.
우리나라의 변호사시장은 젊은 변호사들의 빈곤시장으로 세계적으로 그 예가 드물다. 특히 법 이외의 타 분야의 우수자들을 법조인으로 유인하는 제도는 법학이기주의 소산이고 타학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앞으로 타 분야의 전공의 우수자가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은 늘어 갈 텐데, 그 분야의 교수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일본에서 상당 대학이 재검토 하고 있듯이 종전과 같이 법과대학을 부활하여 그대로 두고 타 학과의 졸업자로서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자는 따로 법학개론 등을 20%~30% 반영하는 시험제도를 채택하고 그 수업 연한을 5년으로 늘려야한다. 미영독일 등에서와 같이 타 과목을 전공하고도 법조인이 되려는 자는 부유한 가정의 출신이어야 할 것이다, 종전의 법과대학을 부활시키고 대학원제도를 3년으로 하며 장학금제도를 늘려야한다. 아울러 종전의 사법시험제도를 일부 그대로 두되, 에비시험을 부활하고 시험과목을 조정하여야 한다. 전문대학원제도는 사법시험이 실패하여 낭인이 되는 것을 방지하여야한다는 주장이 제법 설득력을 가지고 주장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합격률이 24%까지 내려가는 대학원이 있었고, 따라서 낭인문제는 사법시험낭인 못지않게 다량배출 하고 있다. 경쟁사회에서는 경쟁에서 낙오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을 없애려면 아예 경쟁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를 이유로 한 사법시험 폐지는 지극히 단견이다.
둘째, 지역적 안배문제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채택하면서 대체로 지방인구에 비례하여 정원을 지방대학에 분산 인가하였다. 그것은 주로 지방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이 그 지방에서 개업하여 지방주민이 법률적 구제의 도움을 받게 하고 파급적으로 경제발전 인구 분산 등의 효과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적 구상은 거의 완전히 실패하였다.
이 정책을 채택할 때, 변호사가 없거나 매우 적은 소도시에 변호사가 사무실을 개설해 줄 것을 기대하였으나 소송의뢰사건이 적어 지방 전문대학원출신의 변호사들도 대도시로 몰려 개업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애당초에 각 전문대학원이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생각하여 지방출신자들을 대학원에 거의 입학시키지 않고 그동안 사법시험의 합격률이 높았던 대학출신자들만 입학시켰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내가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나, 대부분의 지방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은 자기대학 출신도 거의 선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자원의 지방 분산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할 수 있다. 지방분산, 지방발전이라는 고상한 이념은 지방에 하숙비를 뿌려주는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셋째, 기존 사법시험제도 하에서 학원으로 몰리는 현상은 학교강의의 느슨함과 비능률 때문이었다. 학원에서는 시험위주의 긴장상태를 유지해주기 때문이었다. 학교강의 행태와 내용 때문에 또 판례 등을 열심히 소개하지 않는 결점 때문에 또 비법학도가 단시일내에 법학의 기능공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학교강의의 비능률적면과 사법시험의 출제방식내용의 검토 없이 만연히 이 제도로 옮겨간다는 것은 학교강의 제반결점은 그대로 둔 채였다. 사법시험시절 몇 개의 월간법률전문지는 살아있었고, 교수들은 제법 간단한 논문을 발표하고, 수험준비생들은 그 잡지를 읽어 교과서의 부족부분을 보완하였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제도하에서는 그 잡지들이 팔려나가지 않아 폐간되었다. 고시계는 전통상 출혈을 무릅쓰고 몇 개월 간격으로 출간을 계속하고 있으나 독자가 300명 미만이라고 하니 언제 폐간될지 위험스럽기만 하다. 지금 행정고시, 기타 자격시험준비생의 일부를 제외하고 변호사시험 준비생은 거의 학원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대학원 강의내용과 방법이 충실해서가 아니라 대학원에서의 강의를 소화시키는 것과 거기에서 내어주는 자료소화에도 시간이 부족하여 못 따라가므로 학원으로 올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기술적 송무지식을 가진 변호사들의 교육내용에 한계가 있어보인다. 그들은 대부분 송무지식은 있으나 그것은 1년 이내에 다 전달하고 실체적 지식이 없어 곤난을 겪는다고 한다. 특히 송무의뢰를 많이 받는 유능한 변호사들은 주로 경제적 이유로 대학원을 떠났다고한다. 정체성의 면에서나 현행 대학제도는 많은 결점을 내포하고 있다.
넷째, 기존 사법시험제도가 인격형성, 윤리형성에 문제가 있어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도대체 판단의 오류다. 도덕(윤리)과 인격은 자라올 때의 가정 분위기와 학교시절의 생활관계에서 형성되는 것이지 성인이 된 후 어떤 제도에 의하여 그것들이 길러지는 면은 극히 적다. 종래의 사법시험제도하에서는 고생이 심하여 병적인격자가 되기 쉽고, 변호사시험에 청춘을 바치다가 낭인이 될 수밖에 없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인격형성의 면에서 낫다고 하는 근거 없는 발상은 극히 오류다.
다섯번째, 사법시험제도하에서는 1000명을 뽑았으나, 현행 법학전문대학원은 25개를 인가하고 그 정원을 2000명으로 하였으나 누적되어온 변호사시험의 불합격자의 수와 앞으로의 그 수의 증가로 보아 결코 인원수가 늘었다고 할 수 없다. 제도에 대한 어떤 논의도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그 제도를 시행하여 보아야 장단점이 부각되고, 시정책이 나올 수 있다. 이제 이 제도의 시행 후 10년이 지났고, 시행당초부터 우려했던 결정적 결점이 노정(露呈)되고있어, 10개의 점에 대하여 재검토하여 수정‧변경을 하여야한다.
지금같이 변호사시험의 불합격자의 누적을 내버려두면 조만간 변시 합격자수는 2000명의 대학원 수료자의 절반 이하에서 더욱 줄어들어 많은 학비를 들이고도 낭인을 양산하는 것은 국가의 정책의 의도가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동안 신문, 잡지, 토론, KBS방송, 경기도 변호사회지등에서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주장하여왔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제도담당부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인가받은 25개의 대학의 로비영향으로 제도고수에 노력해 온 것 같다. 사법시험의 일부존치와 제도의 수정요구에 대하여 대학원을 인가받지 못한 80여개 대학의 불만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 교육부는 대법원 및 법무부와 협의하여 법학교육의 개선차원에서 정치인과 정부, 사법부는 적극적 개혁마인드로 법학전문대학원제도에 다시 손을 댈 필요가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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