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회직 8급 수석 및 최연소 합격자 이지현 씨를 만나다

김민주 / 2015-10-07 14:54:00
‘577.1대 1’. 올해 국회직 8급 공채시험 경쟁률이다. 국회직 8급 시험은 매년 높은 경쟁률과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합격자를 하늘이 점지해 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 역시 높은 경쟁률과 결코 쉽지 않았던 난이도로 수많은 수험생들이 좌절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좁은 문’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합격자는 나오기 마련이고, 국회사무처는 지난 3일 14명을 최종합격자로 결정하였다.

특히 올해 국회직 8급 시험 수석 및 최연소 합격자 이지현 씨는 2014년 9월 수험준비를 시작, 불과 10개월도 되지 않은 기간만에 수험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4명의 합격자 중 응시번호 81006887가 바로 그녀다.

국회직 8급 최종합격자 발표가 공고된 지 딱 일주일째 되던 지난 10일, 강변의 어느 카페에서 이지현 씨(23)를 만나 짧은 기간 합격할 수 있었던 수험 노하우와 수험생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그녀 모든 것에 대해 물어왔다. 물론, 그녀의 소소한 얘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편집자 주-

“이 길이 내 길이다”
지난해 9월. 이지현 씨는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 둔, 한마디로 취업준비생 신분이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녀는 평소 정책학에 관심이 많아 정책과 관련된 분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곧잘 해왔다. 그러던 중 국회직 8급을 알게 됐고, 무작정 시험준비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국회직 8급을 향한 10개월간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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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성적이 오를까?’ 이 두 가지 질문은 수험가의 영원한 숙제다. 그러면서도 해답이라고 한다면, 아니 정답에 가깝다면 그것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공부하라’, ‘집중하라’ 이 두 가지일 것이다. 이 답은 이지현 씨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저는 복습을 싫어하고 교재를 여러 번 읽어보는 것도 싫어해요. 그 대신 맨 앞줄에 앉아 수업에 바짝 집중하는 편이죠.”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놓은 이지현 씨의 대답에 적잖이 당황했다. 합격생들이 일반적으로 강조하는 복습을 싫어한다니, 기자는 왜요? 라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나왔다. 사실 공무원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부단한 복습과정과 함께 자기만의 정리노트쯤은 하나씩 갖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복습을 하지 않는다, 노트도 없다 등의 대답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대신, 매 수업마다 집중한다는 그녀의 대답을 통해 공부의 왕도는 바로 ‘집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중을 위해 그녀가 택한 것은 “수업시간에 잠이란 없다”이다. 지현 씨는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지 않았다. 길어봤자 자정까지 공부를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 덕분에 졸음으로 수업을 채우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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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것은 언제나 질문을 통해 해결했다"
그녀가 길지 않은 수험기간임에도 합격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포인트는 모르는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로 질문의 힘이다. 지현씨는 이해가 될 때까지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질문왕’이었다.

사실, 공무원 수험가에서는 이해보다 무작정 암기하는 게 낫다는 말도 있다. 모든 과목들이 학문용 공부가 아닌 수험용 공부가 되다보니 ‘일단 암기하고 보자’는 식의 공부가 수험생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부는 무너지기 십상이라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특히 그녀는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은 암기는 소용이 없다며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래서 이해가 될 때까지 선생님을 찾아가고 묻고 또 묻고를 반복했다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선생님과의 유대감도 커지고 결국 성적이 자연스레 상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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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너 자신을 알라’는 우리 자신의 무지(無知)를 자각하라는 말이다. 즉,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때에만 참다운 지식의 획득이 가능하고, 또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현 씨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학으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부전공으로 경제학을 공부해 둔 덕분에 경제학 점수로 이번 국회직 8급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까지 말했을 정도였다.
그녀가 약점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강점을 살리는 방법이었다. 비교적 안정적인 점수대를 유지하던 영어와 경제학을 살려 공부를 좀더 하고 또 행정학 공부로 스트레스 받을 때는 행정학 문제집을 잡고 늘어지는 것보다 경제학 문제집을 푸는 방안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한다. 또 하나, 기본서를 반복해서 정독하기보다 문제집을 푸는 것에 비중을 더 크게 뒀다.

지현 씨는 “기본서를 회독하는 것보다 문제집을 통해서 틀린 부분만 제대로 파악해도 기본서를 읽은 효과는 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결국 본인의 판단대로 이번 국회직 8급 필기시험에 경제학과 영어점수로 행정학을 만회해 합격했다고 밝혔다.

학원·강사·교재 선택은?
교재 선택과 강사 선택에 대한 질문에는 “질문을 잘 받아 주시는 선생님을 선택 한다”고 말했다. 어떤 선생님의 경우 “공무원시험에 이렇게 하나하나 묻고 따지면 합격 못한다”는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이후 당장 선생님을 바꿨다고 말했다. 교재는 선생님에 따라 선택하는 편이고 교재선택에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현 씨는 동영상 강의가 좋은 점이라면 반복해서 볼 수 있는 점이라고 했지만 막상 학원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강의를 반복해서 본적은 없다고 했다. 이유라면, 인터넷을 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잡다한 검색을 하다가 시간이 가버리기도 하고 합격수기라도 살펴보면 좌절감이 느껴져 의욕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인터넷 강의를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았다.

필기시험 전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수험생에게 필기시험 전날은 아마 수험생활 중 가장 심난한 하루가 되지 않을 까 생각된다. “필기시험 전 휴식이냐, 아니면 한 자라도 더 보는 것이 득일까?”의 질문에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남을 듯하다. 그러나 지현 씨는 후회 없이 ‘휴식’이라고 말했다. 필기시험 전날 그녀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시험 전날인 만큼 공부가 손에 잡히지도 않았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마음에 휴식을 취하는 게 더 나은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면접시험, 책 한권을 정독했다
지현 씨는 면접시험을 앞두고 오대혁 선생님의 조언으로 책과 신문을 읽어둔 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읽은 한정권의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 한다’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슬럼프, 마음을 비우고 찍었더니…”
수험생활에 당당하고 철옹성 같던 그녀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수험생활 7개월 차에 접어들던 지난 3월, 슬럼프가 시작됐다. 시험이 점점 가까워 오자 오히려 공부에 의욕도 없고 합격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져 수업을 들으러 가지도 않았다.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평소 좋아하던 만화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부를 게을리하던 슬럼프 기간에 치른 모의고사 점수는 쑥쑥 올랐고 덕분에 5월이 지날 쯤엔 슬럼프가 저절로 극복되었다. 지현 씨는 웃으며 이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찍은 문제들이 잘 찍혀 지더라고요”

비하인드 스토리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보통 ‘먹기’, ‘자기’, ‘수다’ 등을 꼽는다면 지현 씨는 ‘만화’와 ‘엄마와의 통화’라고 전했다. 엄마와의 통화로 마음을 다잡고 또 만화를 통해 활력소를 되찾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노량진 생활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았다. ‘복도녀(복도에서 수다 떠는 학생)’, ‘왕건(라이벌)’ 등 노량진 생활인만이 아는 소소한 얘기를 인터뷰 내내 깔깔대며 얘기했다. 그녀에겐 아마도 이 노량진 생활이 힘들었지만 함께한 수험생들이 있었기에 좋은 추억으로 남은 게 아닐까?

“매일같이 하던 공부를 안하니 뭔가 이상하다”며 “운전면허를 따려고 공부 중인데 시간이 애매해서 이마저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간 참아온 만화책 읽기도 돌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여자 수험생이라면 노량진에 입성한 이상, 美를 포기해야하는 것이 정설이다. 지현씨도 마찬가지다. 필기시험 준비로 찐 살이 면접 준비 때 빠지긴 했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원하던 대로 국회직 공무원이 된 지현 씨는 앞으로의 포부가 대단했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수험생활을 시작했지만 국회직 8급에 합격한 이상 학교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 새내기 공무원에 불과해 어떤 사안에 굵직굵직하게 해결은 못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차근차근 해내겠다고 말하며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남겼다. 그간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아니었다면 아마 합격은 꿈도 못 꿨을 거라며 효도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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