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

피앤피뉴스 / 2024-02-15 17:24:03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


선거철이 다가오면 각종 여론조사 관련 전화가 온다. 또한 어떻게 개인정보를 알았는지 수시로 상품을 판매한다거나 보험회사 등의 연락이 오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보는 다른 나라에도 제공되고 있을 정도로 모두 노출되었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오늘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사실상 맑은 유리 어항 속의 금붕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상당부분 제약을 당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 할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와 같이 비록 무인도에 들어가 혼자 살면서 자연인과 같이 되더라도 감시사회의 번득이는 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아무리 스스로의 주거에 숨어서 외톨이로 지낸다고 하더라도 감시의 매서운 눈초리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켜서 메일과 기사를 검색하고, 아파트를 나와서 CCTV에 촬영되고, 교통카드를 사용하여 동선이 파악되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재화를 구입하면서 인터넷을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한다면 우리에게 프라이버시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안면인식 기술의 개발 등으로 인하여 소위 Street Crime에 대한 대응은 획기적으로 강화되어, 언론에 등장하는 강력사건 등의 범인은 예상 외로 손쉽게 검거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유출과 기본권인 프라이버시의 침해는 새로운 양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과학기술의 편리함을 포기하면서 삶을 영위하거나, 통제 내지 감시와 자유로운 삶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여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프라이버시의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과학기술의 혜택을 향유하고 안전사회에 거주하자는 움직임이 존재하기도 한다.

존재론적인 자아인 한 개인은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의 정보를 국가를 비롯한 타인에게 넘기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존재는 새로운 부(富)를 창출하기도 한다. 선거인 명부의 소지는 선거에 임박한 후보자에게 매력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페이스북은 애초에 학생들의 성명, 사진 및 전화번호가 기록된 주소록에 불과하였으나, 데이터베이스에 집적되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소셜미디어 대기업으로 등장하였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에게 좋은 투자처가 되고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지만, 페이스북의 사용은 우리에게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할 과제를 함께 가져왔다. 페이스북을 통하여 우리는 실제로 만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을 가상 공간을 통하여 만나게 된다. 그런데 페이스북에 떨어뜨린 정보의 부스러기들은 결국 정보의 통합을 통하여 새로운 디지털 존재로 재탄생할 수 있다. 모자이크 이론을 통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정보와의 결합이 이루어진다면 극단적으로는 본인을 공격하는 무기가 될 위험을 수반할 수도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으로 얽히고 설킨 정보의 혼합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수시로 위협하고 있다.

아나로그 시대의 느슨한 인간관계는 디지털 시대의 정보 집적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다마스쿠스의 군대에서 근무한다는 미인 여군은 수시로 친구신청을 한다. 친구신청을 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여도 친구신청의 요청은 줄어들지 않는다. 인간의 자율성의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는 부적절한 침입으로부터 벗어나고, 특정한 일들을 공적인 감시와 시야로부터 회피하려는 권리라 할 것이다.

한편 정부가 기업으로부터의 과도한 정보의 수집과 이용은 개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사회적 및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과도한 정보의 수집과 감시를 인식하게 된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행동을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과도한 정보수집은 사회에 대한 심각한 위축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위협을 느낀 개인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제한하게 된다. 디지털시대의 프라이버시는 정보자동화로 인하여 심각하게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상공간에서의 잊힐 권리(또는 잊혀질 권리)가 논의되고 있음은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리 선한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기업은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라이버시의 부득이한 노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여야 할 임무는 오롯이 우리의 몫으로 귀착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일정 부분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면서 과학기술의 이익을 향유하는 편리한 삶을 살 것인지 여부에 대한 타협의 미학을 고민하여야 하는 순간에 서 있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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