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집단수용시설의 구조적 모순과 인권 침해에 관한 고찰: 격리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포용으로

피앤피뉴스 / 2026-07-24 10:44:16

집단수용시설의 구조적 모순과 인권 침해에 관한 고찰

: 격리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포용으로

 

 

 

 

 

▲최창호 변호사
1. 서론: 집단수용시설의 개념과 사회적 기능의 변질

가. 집단수용시설은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계층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오며 수많은 인권침해와 구조적 부조리를 낳았다. 과거 부랑인 정화 대책에서부터 이어진 국가의 물리적 격리 정책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나. 집단수용시설이란 장애인, 노인, 아동, 부랑인, 정신질환자 등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사유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거나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다수의 사람을 일정 공간에 집단으로 거주하게 하며 보호, 치료, 요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의 형성 과정에서 이러한 시설은 자조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을 구호하고 사회적 치안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다. 그러나 본래의 구호 목적과 달리, 집단수용시설은 점차 사회적 소수자를 주류 사회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격리하는 통제 메커니즘으로 기능해 왔다. 시설 내 복지와 보호라는 미명하에 거주인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제약되었으며, 이는 사회가 짊어져야 할 복지 책임을 특정 공간에 은폐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집단수용시설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배제와 격리를 공식화하는 구조적 모순의 중심지가 되었다.


2. 부랑인 정책 등 과거 격리 중심 정책의 폐해와 문제점

한국 현대사에서 집단수용시설의 구조적 문제는 과거 정부가 시행한 부랑인 정화 및 격리 중심의 정책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시행된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와 명확한 기준 없이 '부랑인'을 규정하고, 이들을 강제로 포획하여 수용시설에 구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국가가 치안 유지와 도시 미관 정비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취약계층의 기본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시기 형제복지원 사건이나 선감학원 사건 등에서 드러난 비극은 단순히 일부 시설 운영자의 일탈이 아니었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강제 수용을 독려하고 시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방기한 결과로 나타난 구조적 폭력이었다. 부랑인으로 낙인찍힌 이들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설에 갇혔으며, 강제 노역, 폭행, 사망에 이르는 극단적인 인권유린에 노출되었다. 이러한 과거의 정책은 사회적 약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관리가 필요한 '제거 대상'으로 취급하는 왜곡된 복지 패러다임을 고착화시켰으며, 그 유산은 오늘날 현대 수용시설의 폐쇄성과 통제 중심 운영체제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3. 집단수용시설을 둘러싼 불합리한 차별과 인권 침해

집단수용시설의 존재와 운영은 그 자체로 헌법상 보장된 평등의 원칙과 인간 존엄성에 위배되는 불합리한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 질병, 장애, 빈곤 등 통제하기 어려운 개인적·사회적 사유를 근거로 인간을 사회로부터 분리하여 특정 공간에 집단으로 거주하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잠재적 차별 행위이다. 일반 시민들이 누리는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가 시설 거주인에게는 제도적으로 제한되거나 박탈된다.

이러한 차별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현행 제도 체계는 시설 내부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나 불이익에 대해 실효성 있는 구제 절차를 신속하게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률적인 시간표에 따라 식사, 수면, 여가가 통제되는 배급식 복지는 개인의 개성과 주체성을 지워버린다. 이는 비시설 거주인과 시설 거주인 간의 구조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시설에 수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적 낙인을 찍어 이들이 다시 주류 사회로 복귀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4. 단계별 문제점: 입소, 운영, 퇴소의 구조적 모순

가. 집단수용시설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취약계층이 시설과 관계를 맺고 단절하는 전 과정, 즉 '입소', '운영', '퇴소'의 각 단계에서 중층적으로 나타난다.

나. 입소 단계
입소 단계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자기결정권의 상실과 적법절차의 부재이다. 상당수의 시설 입소는 당사자의 자발적이고 진정한 동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부양의무자의 부담 경감 요구나 지자체의 행정 편의적 판단에 의해 '강제적' 혹은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진다. 입소 대상자에게 시설의 환경이나 입소 후의 삶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며, 입소 결정에 대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가 매우 미비하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되는 입소는 시작부터 인간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다. 운영 단계
운영 단계는 폐쇄성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상시화와 획일화된 통제로 요약된다. 집단수용시설은 외부와의 소통이 제한된 독립된 공간이기에 내부에서 발생하는 폭력, 가혹행위, 횡령 등의 부조리가 외부에 쉽게 알려지지 않는다.

또한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거주인의 일상이 극도로 규칙화되고 획일화된다. 좁은 공간에 다수의 인원을 수용하다 보니 사생활의 자유는 사실상 무력화되며, 서열화된 권력 구조 속에서 시설 종사자와 거주인 간의 종속적 관계가 형성된다. 개별 거주인의 욕구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보다는 시설 관리 체제의 유지와 통제가 최우선시되는 운영 방식은 거주인의 정신적·신체적 자립 능력을 점진적으로 퇴화시킨다.

라. 퇴소 단계

퇴소 단계에서는 사회적 안전망과 자립 지원 체계의 부재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오랜 기간 시설에 수용되어 있던 거주인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로 복귀하고자 할 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주거, 소득, 고용, 돌봄 등의 통합적 지원 제도가 매우 부족하다. 대다수의 시설은 퇴소 이후의 지속적인 사후 관리에 소홀하며, 국가와 지자체 역시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기보다 시설 재입소를 유도하는 악순환을 방치하곤 한다. 이로 인해 거주인은 시설 밖의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퇴소를 포기하거나, 퇴소 후에도 사회 적응에 실패하여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회전문 현상'을 겪게 된다.


5. 결론 및 향후 과제: 탈시설화와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 패러다임 전환

가. 집단수용시설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인권 침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격리·수용 중심 복지 패러다임을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핵심 과제는 '탈시설화(Deinstitutionalization)'의 전면적 이행과 지역사회 통합 돌봄 체계의 구축이다.

나. 시설 중심의 예산 구조를 지역사회 자립 지원 예산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는 시설 거주인이 퇴소 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지원주택(Supportive Housing)을 대폭 확충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초 소득 보장 제도와 활동지원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다. 입소 과정에서 당사자의 실질적인 조력을 보장하는 '공공 옴부즈만 제도'나 '사법적 심사 제도'를 도입하여 부당한 강제 수용을 엄격히 방지해야 한다. 당사자가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법적 성년후견 제도를 정비하고 옹호 체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라. 기존 수용시설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개편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일정 수준의 주거 지원이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대규모 집단 수용 방식이 아닌 소규모 그룹홈 형태로 전환하여 사생활을 보장하고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일상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마. 취약계층을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관리하는 방식은 일시적인 편의를 줄 수 있을지언정 결코 정의로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어우러져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집단수용시설의 점진적 해체와 지역사회 중심의 포용적 복지 정책 실현은 헌법이 선언한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완성하기 위해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책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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