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는 남는 장사인가”
▲최창호 변호사 |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금전소비대차 계약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법률행위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돈을 빌리는 사람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자 약정이나 변제기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계좌이체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굳이 처분문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정은 변한다.
이자의 지급과 관련하여 서양의 중세 교회법에서는 궁색한 채무자를 착취하는 비도덕적인 것이라는 이유로 이자의 징수를 금지하였는데, 상거래가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진전되면서 상거래에 이어 일반거래에서도 이자가 인정되게 되었다. 친한 사람 사이에 이자를 받는 것이 야박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국가라는 존재는 화폐제도를 창설하여 소비대차의 방법으로 금융기관들에 공급하고, 금융기관들은 역시 소비대차의 방법으로 이를 가계나 기업에 공급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기도 하고, 역으로 공급했던 화폐를 회수함으로써 과도한 경제활동을 완화시키기도 하는 등 소비대차를 중요한 경제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유기체의 내부에 피가 순환하는 것처럼 경제의 운용에 있어 금원의 유통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하여 금원을 빌려주었다가 사기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피해자의 탐욕이 스스로 피해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에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하더라도 20% 정도만 기소가 되고, 80% 정도는 불기소처분을 받고 있다. 대여금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무자력으로 승소판결문은 ‘흔들면 휴지’의 의미밖에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산을 빼돌린 채무자를 강제집행면탈죄(형법 제327조)로 고소한다고 하더라도 요건이 엄격하여 기소하기가 쉽지 않다. 채권자취소권(민법 제406조) 등이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승소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앱을 통한 사기범죄가 창궐하고 있다. 조금씩 수익금을 주다가 대단한 공시를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높은 수익을 희망하는 피해자들이 다액을 투자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금원을 입금한 후에는 연락이 되지 않고, 출금도 되지 않는다. 땅을 치고 후회하지만, 범인을 검거하거나, 피해금을 회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피해자는 경찰에 인터폴 공조를 통하여 해외에 있는 범인을 수사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국내에 있는 범인도 검거가 쉽지 않다. 특히 최근 고소사건의 폭증과 검수완박으로 일반 사기사건의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형사부 검사들의 노력으로 간신히 지탱되었던 사기사건의 수사는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고소인 조사를 할 때는 마치 범인의 처벌이 손쉬운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 이후로는 함흥차사인 경우가 많다.
사기죄로 얻는 이익보다 사기죄를 저질렀을 경우의 처벌과 민사상 배상이 더 엄중하다는 인식을 주지 못하는 한 오늘도 사기꾼들은 피해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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