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변호사의 이혼 에피소드] 3. 이혼적령기

피앤피뉴스 / 2024-02-16 14:20:24
3. 이혼적령기


80대인 A는 수십년간 배우자 B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왔고, 자녀들도 B의 폭행을 묵인했다. 주변에서는 ‘그 나이 먹고 무슨 이혼이냐? 지금까지 참고 산 거 자식들한테 창피 보이지 말고 그냥 살아라.’고 했다. 그럼에도 A는 죽기 전에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어 B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그날 단칸방을 얻어 집을 나왔다. A는 좁은 단칸방이 B와 함께 사는 아파트보다 더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라 느꼈다.

가정법원에서는 가사조사(부부간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는지, 파탄되었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를 가정법원 내에서 조사하는 절차)를 진행했고, 조사 중에도 B는 A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사조사 후 조정기일(가정법원 내 조정실에 당사자들, 조정위원들이 함께 출석하여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해보는 기일)을 진행했지만, 무조건 이혼당할 수 없다는 B의 고집 때문에 조정이 되지 않았고, 결국 가정법원에서는 판결선고기일을 지정했다.

판결선고기일 전날까지도 B는 A가 사는 곳을 찾아내려 하고, 계속 A에게 연락하여 욕을 하며 A를 괴롭혔다. 가정법원은 가사조사 결과 및 A가 제출한 근거를 바탕으로 ‘A와 B는 이혼한다. B는 A에게 위자료 및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가 B로부터 받은 위자료 및 재산분할금은 A 혼자 노후를 보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액수였다.

최근 수십년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는 ‘황혼이혼’이 늘고 있습니다. 황혼이혼을 접하게 되면서 ‘결혼적령기’라는 말이 있듯이 이혼에도 ‘적정한 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정한 때’라는 건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이혼이 무조건적인 해결책도 아닙니다. 다만, 누군가가 장기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이혼을 선택하려고 한다면, 그 선택을 함에 있어 얼마나 긴 시간의 고민을 거쳤을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은지 변호사
법무법인 그날 파트너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이혼’ 전문 등록
이혼소송 1,000건 이상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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