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검찰 해체론 관견

피앤피뉴스 / 2025-06-19 11:53:49
“검찰 해체론 관견”

 

 

 

 

▲최창호 변호사
2024. 12. 3. 비상계엄의 발령과 2025. 4. 4.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선고를 거쳐 2025. 6. 3.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새로운 정부는 가히 검찰 해체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형사사법 체계의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검찰이라는 제도를 해체하고, 공소청 및 중수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인식한 수많은 정권에 의하여 검찰제도는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다시 우리 형사사법의 체계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검찰제도는 규문주의 형사절차를 폐지하고 수사와 공소제기의 권한을 담당하기 위하여 탄생한 제도이다. 필자가 맨처음 형사소송법을 공부할 때, 검사는 수사단계,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에 이르기까지 형사사법의 주재자라는 내용을 배우면서 익혔다. 그런데 정권에 따라 정치적인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과도한 권한 집중, 정치적 사건에서의 중립성 훼손, 인권침해 내지 견제장치의 부족 등을 이유로 검찰에 대한 비난이 지속되었다. 검찰은 뼈를 깍는 노력을 통하여 이제는 연체동물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으나, 검찰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시도는 결국 검수완박이라는 조어를 통하여 평가될 수 있을 만큼의 대대적인 변혁이 이루어졌다. 검경수사권조정을 통한 수사대상의 축소, 일반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들어선 새로운 정부는 검찰청을 완전히 해체하여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만들겠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 검사라는 용어는 영장청구권과 관련하여 2회 등장하고, 헌법 제89조에서 검찰총장의 임명과 관련하여 국무회의이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제 검찰이 없어지면 헌법에 근거를 둔 제도가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검찰이 헌법에 근거를 둔 제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권자의 헌법적 결단에 의하여 헌법에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검찰제도 자체가 없어질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머릿속으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것도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판사에게 심리와 판결을 분리하는 것, 의사에게 진료와 처방을 분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 보면 유사하다. 그 동안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 경찰을 통제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초동수사기관으로 특수분야 등에서의 역할이 과대 평가되는 바람에 이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수사총량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경찰에 대한 통제 기능은 유지시켜야 한다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개정 및 공수처의 등장으로 우리의 형사사법은 상당한 변화에 직면하였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와 관련하여 모든 수사기관이 조직의 총력을 다하여 서로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법령의 미비로 인한 혼란이 초래된 것은 우리 모두가 목도한 바와 같다.

검수완박으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때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그 당시에도 사후에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보완하면 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검수완박 이후 새로운 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에 큰 문제가 발생하였고, 특히 신속한 권리 구제가 되고 있지 않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개선된 것이 없다. 결국 힘이나 돈이 없는 민초들만 힘이 드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국가의 운영은 실험실의 현상과는 다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동물농장 (Animal Farm)에 나오는 유명한 풍자적 구절이라 할 수 있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더 평등하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평등을 외치지만 실질적으로는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모순된 체제를 풍자하는 의미로 이해된다. 처음에는 동물들 사이의 평등을 주장했던 혁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도자 계층(돼지들)이 특권을 누리며 점점 더 독재적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오늘날에도 권력자나 조직이 표면적으로는 평등과 공정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특권을 정당화한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형사사법체제는 오랜 기간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해가면서 차근차근 수정해 나가야 하는 깨어지기 쉬운 도자기와 같은 것이다. 오래된 도자기가 더욱 가치가 있는 것과 같이 선배들이 그러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였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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