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수의 공무원 면접위원 후기 ①
김형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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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위원 전체회의를 마치고 배정된 각자의 면접실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내 머릿속에 필기시험은 잘 보았는데 면접에서 떨어지는 20%의 수험생들의 참혹한 얼굴들이 아른거렸다. “참 내가 못할 짓을 해야 되는구나!”라는 자조감이 밀려왔다.
배정된 방은 면접위원석과 수험생석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나는 법대교수 자격으로 정중앙 면접관 자리로 배정되어 자리에 앉았다. 내 좌우에 계신 두 분은 고위직 공무원 같아 보였다. 그분들은 주로 실무적인 질문을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수험생석은 그냥 의자 하나만 놓여 있었다. 수험생들은 우리 면접위원들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자기소개서, 특정적으로 부여되는 개별주제(사회적 이슈에 대한 개인의 의견, 상급 공무원과의 갈등 극복방법 등)에 대한 개인 주제발표문을 미리 작성하고 있었다.
각 면접실의 면접위원들은 하루종일 대강 15~20명 정도의 수험생들을 상대로 면접을 실시하였다.
면접위원 입장에서 보면, 수험생은 정장을 착용하는 것이 깔끔하게 보여서 첫인상이 좋아 보였다. 면접에 임하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일단 노크를 두 번 정도 하고 들어와서 90도로 폴더 인사를 한 뒤, 수험번호와 이름을 말하고 면접위원들에게 자기가 정성껏 준비한 자기소개서와 개인 주제발표문을 나눠 주고나서 의자 앞에 잠시 서 있었다. 간혹 면접위원들(중앙에 앉은 내가 면접위원장 역할)이 앉으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자기가 먼저 자리에 앉는 수험생들이 있었다. 긴장을 해서 그랬겠지만, 아직 면접을 보지 않은 필기시험 합격자들이 있다면, 가운데 앉은 면접위원장이 앉으라고 할 때까지 잠시 서 있는 것이 좋다.
나는 면접위원장으로서 먼저 수험생의 신상명세서(면접위원에게는 수험생의 필기시험 성적은 절대 공개되지 않음)를 훑어보면서 수험생의 본인 여부를 잠시 확인하고, 수험생의 이름을 부르며, 자기소개를 2~3분 정도 해 보라고 말했다. 간혹 많이 긴장하는 수험생에게는 물을 마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면접시험의 비중이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수험생들은 대부분 긴장을 많이 하게 된다. 혹시 면접위원장이 물을 마시라는 말을 안하더라도 많이 긴장이 된다면 “면접관님! 제가 너무 긴장이 되어서 그런데 물을 좀 마셔도 되겠습니까?”라고 정중하게 말씀을 드리고 나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는 짧은 시간에 주어진 자기 자랑시간이다.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지나치게 겸손하기보다 자기가 가진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특히 국가직 공무원으로서 활동하는데 필요한 상명하복의 태도와 자기 개성보다는 조직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성격을 부각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기소개가 끝나면, 개인 주제발표가 있는데, 이 주제는 국가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발표하는 시간이다. 내 기억에는 15분 이내로 발표하게 되어 있었다. 난 개인적으로 수험생의 발표시간 관리도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결코 15분에서 단 1분이라도 초과해서는 아니된다. 12~14분 정도의 발표시간이 좋다. 어떤 수험생은 계속 긴장을 해서 주제발표를 7~8분 정도하고 마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는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
수험생은 미리 거울을 보면서 발표할 때의 표정관리 및 발음 연습을 충분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나치게 웃는 모습보다는 살짝 미소를 띠다가 자기 논리를 전개할 때는 살짝 격앙된 표정이 도움이 된다.
수험생의 주제 발표가 끝나고 나면 면접위원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아마도 면접위원장인 내가 먼저 질문을 했던 것 같다. 먼저 주제발표에서 수험생에게 궁금한 점 몇 가지를 질문하였다. 정말 개인적인 주제발표이니까 질문을 받으면, 소신있게 또박또박 답변을 하면 된다.
질문을 받게 되면, 수험생은 질문을 한 면접위원에게 감사의 표시와 함께 짧게 면접위원의 질문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멘트를 할 필요가 있다. 혹시 면접위원의 질문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주저하지 말고 정중하게 질문을 다시 요청해야 된다.
면접위원장을 포함한 면접위원들은 주제발표에 대한 질문이 끝나면, 수험생 개인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가장 감동을 받은 책은 무엇인가?”, “가족 중에 누구를 가장 사랑하며, 그 이유는?”,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이며, 가장 친해지게 된 이유는?”,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담을 잠시 소개해보시죠”, “장차 국가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직속 상관의 지시에 불만이 생긴다면 어떻게 행동할건가요?”, “장차 국가직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담당업무의 근거법령이 없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대처할건가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에 대해서 설명해보세요.” 등의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태도는 혹시 질문 중에 잘 모르는 내용이 있다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빨리 답변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만약 모르는데도 아는 것처럼 대충 이야기하면 오히려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면접이 종료되어 면접위원장이 “수고하셨습니다. 나가셔도 좋습니다.”라고 하면 수험생은 환한 미소로 “면접관님!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에 퇴장하면 된다.
두서없이 적었지만 대한민국의 멋진 예비 청년 공무원들의 건투를 빌어본다.
김형남 교수
캘리포니아 센트럴 대학교, 단국대, 경성대 법대 교수 | 법학박사 | 미국 워싱턴 주 변호사 | 세계헌법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 성균관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위원 | 15년간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사법시험 제1차시험 출제위원, 제2차시험 출제위원, 제3차 면접위원 | 15년간 행정안전부 국가고시센터 출제위원, 선정위원 및 면접위원 (행정고시, 5급 승진시험, 국가직 7급·9급, 지방직 7급·9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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