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수사종결권의 한계와 전건송치 제도의 필요성”
| ▲최창호 변호사 |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형사사법 시스템의 신뢰도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검찰은 수사지휘권과 유치장감찰권 등을 행사하며 사법경찰관의 수사 과정을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개정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에게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며 검찰의 통제권을 대폭 축소했다. 개혁이라는 명목하에 진행된 이 조치가 가져온 부작용은 현재 국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으며, 특히 '사건 암장'과 '지방 토호 세력과의 유착'이라는 심각한 사법 불신을 낳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법경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는 '전건(全件) 송치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2. 1차 수사종결권의 폐해: 사건 암장과 국민 구제 공백
가. 사건암장과 외부통제의 부재
과거에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이 검사의 판단을 거쳤으나, 현행 제도에서는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자체적으로 종결(불송치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외부 통제 없는 독점적 수사종결권 부여는 필연적으로 밀실 수사를 낳고, 결과적으로 법의 사각지대에서 사건이 영구히 묻히는 '사건 암장(暗葬)'의 위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나. 가시성의 상실과 피해 구제 지연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묻어버릴 경우,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 한 해당 사건은 사법 시스템 내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특히 2022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박탈되면서, 아동·장애인 등 스스로 의사표현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나 공익 고발 사건이 불송치될 경우 이를 구제할 방법이 원천 차단되었다. 법률 지식이 부족하거나 비용 부담으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은 자신의 사건이 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법적 구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다. 불송치 기록 검토의 한계
비록 검찰이 불송치 기록을 송부받아 검토한다고 하지만, 경찰이 작성한 제한적인 서류와 정보에만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서류만으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나 수사 과정의 왜곡, 고의적인 사건 축소 여부를 완벽히 포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인력과 시간의 한계 속에서 부실 수사나 고의적인 사건 축소가 은폐될 가능성이 상시 존재한다.
3. 지방 토호 유착과 밀실 수사의 위험성
가. 권력 독점에 따른 구조적 위험
지방자치시대의 심화와 맞물려,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둔 사법경찰과 지방 토호 세력 간의 유착 문제는 형사사법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검사는 주기적인 인사이동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지역 유착 가능성이 낮은 반면, 지역 기반 인사 구조가 장기간 고착되는 경찰 조직의 특성상 수사권 독점은 이러한 위험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는 경찰 개개인의 청렴성 문제를 넘어, 외부적 견제 장치 없이 독점적 권한을 행사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나. 지역 연고주의와 수사 편향성
지방 경찰관들은 해당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지역 유력 인사, 정치인, 기업가 등과 학연, 지연 등으로 얽히기 쉽다. 외부에 의한 실시간 통제 장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경찰이 독점적인 수사종결권까지 쥐게 되면 지역 토호가 연루된 범죄를 '혐의없음'으로 무마해 줄 수 있는 자의적 재량의 범위가 넓어졌다.
다. 견제와 균형의 붕괴
과거에는 검찰의 수사지휘라는 외부적 시선이 존재했기에 경찰 역시 지역 사회의 압력이나 청탁으로부터 최소한의 방어막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찰 내부의 결재선만 통과하면 사건을 종결할 수 있어, 사후적 조치만으로는 밀실 수사와 자의적 판단을 실시간으로 견제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4. 권력 분립과 적법절차 원칙의 훼손
가. 헌법적 영장주의 체계의 약화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적법절차 원칙의 핵심은 인신구속과 수사 과정에서 엄격한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인권 침해의 소지가 가장 큰 수사 단계에서 통제 장치를 제거한 것은 헌법적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헌법은 검사의 신청에 의한 영장주의를 채택함으로써 강제수사 과정에 사법적 통제 장치를 예정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 단계 전반에 대한 검사의 실질적 통제 기능이 약화될 경우, 헌법이 예정한 기본권 보호 체계 역시 약화될 우려가 있다.
나. 준사법기관에 의한 통제 무력화
검사는 단순한 소추기관을 넘어, 수사의 적법성을 감독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옹호해야 하는 준사법기관이다. 과거 수사지휘와 유치장감찰은 경찰의 권력 남용을 막는 강력한 브레이크였다.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는 검사의 사법적 통제를 우회하거나 약화시킨 현재의 시스템은 권력 분립의 원리에도 반한다.
다. 수사 지연으로 인한 피의자의 고통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이루어지더라도,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를 핑퐁식으로 오가며 수사가 극도로 지연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역시 장기간 불안정한 신분에 놓이게 만드는 반인권적 결과를 낳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5. 결론: 실체적 진실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전건송치의 당위성
경찰의 수사 역량 강화와 민주적 통제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수사권 조정은 결과적으로 수사 기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사법 불신만 가중시켰다. 범죄를 은폐하는 사건 암장을 막고, 지방 토호와의 유착 고리를 끊어내며,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전건송치 제도'의 재도입이다.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의 기록과 증거를 예외 없이 검찰에 송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검사가 실체적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법률적 판단을 내리는 2중의 필터링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전건송치는 경찰의 수사권을 격하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 사법 시스템의 공백을 메우고 밀실 수사의 우려로부터 경찰 스스로를 보호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형사사법 시스템의 최우선 가치는 권력기관 간의 권한 배분이 아닌, 오직 '국민의 인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에 있기 때문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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