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법률안거부권

피앤피뉴스 / 2024-11-19 10:38:52

법률안거부권

 

 

▲ 최창호 변호사

법률안거부권은 국회에서 의결하여 정부에 이송된 법률안에 대하여 대통령이 이의를 제기하여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권한으로 ‘법률안재의요구권’이라고 한다. 이는 국회의 고유권한이라 할 수 있는 법률제정권에 대하여 대통령이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여소야대 상황의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권력분립원칙을 실현하는 중추가 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여당이 다수당인 경우에는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다. 87년 헌법 체제에서 국회해산권을 가지고 있는 않은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다수당인 야권의 공세를 방어함에 있어 법률안거부권은 필수적인 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법률안 거부권의 행사를 통하여 의회의 경솔한 입법을 방지하고, 의회가 입법을 통해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 대통령은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안과 정책적으로 부당한 법률안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하여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회가 법률제정에 관한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경우에는 무소불위의 괴물이 될 수 있다. 위헌적인 법률이 제정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행정권을 형해화하는 법률의 제정으로 행정마비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 사유의 제한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뉘고 있다. 제한적 해석론은,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은 헌법에 근거해서만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안과 재정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한 법률안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률안거부권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는 것으로 권력분립원칙을 실현하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타당한 근거, 즉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근거 없이 대통령의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 법률안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여 권력분립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제한적 해석론에 의하면, 대통령은 정책적인 견해 차이가 있더라도 국회에서 심의를 거쳐 이송된 법률안에 대하여는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무제한설은, 헌법 조문을 근거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 사유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또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유를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일관적이지 않고 비효율적으로 만들 것이 라고 주장한다. 즉,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동떨어진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입법권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에 대한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법률안거부권 행사의 실질적인 요건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거부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정당한 사유와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① 집행불능의 법률안, ② 국익에 반하는 법률안, ③ 집행부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법률안, ④ 위헌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법률안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대통령은 법률안에 대한 위헌성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에 의한 심사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 법률안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국회는 그 법률안을 재의에 부치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override)함으로써 그 법률안을 법률로서 확정시킬 수 있다.

법률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뉜다. 정당한 이유가 없는 법률안거부권의 남용은 탄핵소추가 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헌법은 대통령에게 법률안거부권을 부여함으로써 법률안거부권의 행사여부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정치적 재량을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법률안거부권의 행사로 인하여 법률안이 최종적으로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국회의 재의를 요구함으로써 입법절차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는 재의를 통하여 대통령의 거부권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안거부권 남용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거론하는 것은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한편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있는 경우에 국회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할 수 없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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