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호 변호사 |
헌법재판에서 과잉금지원칙이 적용되는 경우, 그 논증 방법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위헌 결정을 이끌어낼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 기존 법령을 전문가의 시각에서 재검토하고 재해석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려는 것이 이러한 논의의 목적이다.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논증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입법 당시에는 타당하게 보였던 목적의 정당성 자체를 흔드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실증 데이터, 연감, 통계 등을 제시하여 사회적·의학적·제도적 환경이 변화하였음을 논증할 필요가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공익이라는 입법 목적의 실질적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① 수단의 적합성에 대한 반박, ② 최소침해성 위배 여부, ③ 법익균형성에 관한 정량적 자료 제시 등의 논증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현행 법령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입법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실증적 자료나 비교법적 분석을 통해 설명하거나,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을 제시하는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만이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진 규제 체계를 유지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논증 역시 일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조력존엄사(의사조력자살)’ 사건과 관련하여 캐나다의 사례는 세계적으로 가장 전향적인 입법 변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난 모델로 자주 인용된다. 최근 캐나다의 MAiD(Medical Assistance in Dying) 제도는 그 허용 범위가 급격히 확대되었다가 최근에는 일정한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 연방대법원은 Carter v. Canada (Attorney General) 판결에서 의사조력자살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형법 규정이 신체·자유·안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위헌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따라 2016년 Bill C-14가 제정되면서 MAiD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후 퀘벡주 상급법원은 Truchon v. Attorney General of Canada 판결에서 ‘자연사가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경우’에만 존엄사를 허용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이 입법에 반영되면서 불치병 환자뿐 아니라 심각하고 회복 불가능한 고통을 겪는 환자까지 대상이 확대되었다.
존엄사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자기결정권의 범위와 생명 보호를 위한 국가의 의무 사이의 형량이다. 현행 형법은 자살을 돕는 모든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형법 제252조에 근거한다.
따라서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조력자살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한지 여부가 논란이 된다.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조력자살 금지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으로서 위헌이라는 견해가 존재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조력존엄사의 허용이 자칫 경제적 부담이나 간병 문제 등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도록 압박받는 이른바 ‘사회적 타살’을 조장하거나 생명 경시 풍조를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캐나다 연방대법원의 Carter 판결은 이러한 논쟁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의사의 조력을 받아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였다. ① 자신의 상태에 대해 동의할 능력이 있는 성인일 것. ②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 또는 장애가 있을 것, ③ 그로 인해 참을 수 없는 극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을 것. 법원은 의사 조력 사망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형법 규정이 Canadian Charter of Rights and Freedoms Section 7 이 보장하는 권리를 침해하며, 이는 민주사회에서 정당화될 수 없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시하였다.
존엄사 논쟁에서 이른바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 이론은 반대 측이 제시하는 가장 강력한 논거 가운데 하나이다. 즉 예외적 허용이 시작되면 그 논리적·제도적 억제력이 약화되어 결국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허용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말기 환자에게 허용된다면 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비말기 환자는 허용되지 않는지, 더 나아가 정신질환자의 경우는 왜 허용되지 않는지와 같은 평등권 논리가 제기되면서 허용 범위가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논리적 경사면). 또한 경제적 취약계층이나 장애인이 가족이나 사회의 압박 속에서 사실상 죽음을 ‘선택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회적 남용 가능성도 제기된다(실질적 경사면).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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