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적 법률의 위헌 여부”
▲최창호 변호사 |
일반적 법률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가진 법률을 말하고, 처분적 법률은 일반적·추상적 사항을 규율하는 일반적 법률과 달리 사법·행정을 매개로 하지 아니하고 직접 구체적인 사건을 규율하거나 특정인에게만 적용되어 직접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를 발생하게 하는 법률, 즉 자동집행력을 갖는 법률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특례법, 특별조치법, 임시조치법 또는 특별법이라는 형식으로 규정된 법률 중 처분적 법률의 성격을 가지는 법률이 다수 존재한다. 이에 따라 헌법에 의하여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법률의 특성인 일반성과 추상성을 가지지 아니하는 처분적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허용되는가 하는 논의가 있다.
2. 견해의 대립
가. 개관
종전에는 처분적 법률이 일정한 범위의 국민 또는 특정한 사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기관리를 위한 처분적 법률의 존재가 불가피하고, 극단적인 개별적·구체적 처분이나 재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고, 긴요하게 국가적 배려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처분적 법률을 허용하자는 입장이 다수라 할 수 있다.
3. 허영 교수의 입장
그렇지만 독일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에서는 아직도 처분적 법률에 대하여 경계의 태도를 버리고 있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독일기본법 제19조 제1항은 “이 기본법에 따라 기본권이 법률에 의하여 또는 법률에 근거하여 제한될 수 있는 경우 그 법률은 일반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개별적 경우에만 적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 법률은 또한 기본권의 해당 조항을 적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처분적 법률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처분적 법률에 대하여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고, 오늘날 사정이 완화되기는 하였으나 처분적 법률은 여전히 국회가 갖는 법률제정권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4. 한수웅 교수의 입장
위와 같은 견해에 대하여 독일기본법 제19조 제1항은 처분적 법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사건법률을 의미하는 것으로, 처분적 법률은 개별사건법률이 아닌 한 헌법적으로 허용된다는 견해가 있다.
5. 헌법재판소의 입장
개별사건법률금지의 원칙은 “법률은 일반적으로 적용되어야지 어떤 개별사건에만 적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라는 법원칙이라 할 것인바, 이는 헌법상 평등원칙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또한 그 기본정신은 입법자에 대하여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은 일반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형식을 요구함으로써 평등원칙위반의 위험성을 입법과정에서 미리 제거하려는 데 있다.
개별사건법률은 개별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자의적인 규정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별사건법률금지의 원칙이 법률제정에 있어서 입법자가 평등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규범이 개별사건법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 비록 특정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단지 하나의 사건만을 규율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에는 합헌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개별사건법률의 위헌 여부는, 그 형식만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고, 평등의 원칙이 추구하는 실질적 내용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따져야 비로소 가려진다.
6. 결
법률의 일반성이란 국가가 모든 국민에 대하여 유지해야 하는 등거리의 표현이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 대하여 동일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청은 모든 국민의 평등한 대우를 보장하고, 이로써 법치국가에서 하나의 지주를 형성한다. 이러한 점에서 개별사건법률은 모든 국민과의 관계에서 유지해야 하는 등거리를 국가가 벗어났다고 하는 것의 신호이고, 이로써 평등원칙에 위반될 위험성을 고지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개별사건법률에 대하여는 입법자가 평등원칙을 위반하지 아니하도록 보다 주의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할 것이다. 개별사건법률은 개별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자의적인 규정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