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치 자료 한꺼번에 요구 883명…초과근무 795명·내부 행정업무 지연 699명
97% “권리남용적 청구 별도 기준 필요”…노조 “국민 알권리는 충분히 보장해야”

수년치 자료를 한꺼번에 요구하거나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정보공개청구 때문에 본래 맡은 업무가 밀렸다는 공무원이 10명 중 9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담이 가장 컸던 정보공개청구 한 건을 처리하는 데 40시간 이상 걸렸다는 응답도 16%에 달했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시군구연맹)은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조합원 1173명을 대상으로 ‘악의적·반복적 정보공개청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4%(1098명)가 반복적·대량 정보공개청구로 담당 업무가 지연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가운데 55%(606명)는 이런 업무 지연을 ‘자주’ 또는 ‘매우 자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정보공개청구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은 ‘수년치 자료를 한꺼번에 청구하는 사례’로 883명이 꼽았다.
동일인이 같거나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청구했다는 응답은 684명, 한 번에 매우 많은 건수나 분량을 요구한 사례는 653명이었다. 여러 부서 자료를 광범위하게 요구한 경우가 593명, 별도로 자료를 취합·정리·가공해야 했다는 응답도 590명에 달했다. 담당자를 압박하거나 괴롭히기 위한 것으로 느껴지는 반복 청구를 경험했다는 공무원도 507명이었다.
가장 부담이 컸던 정보공개청구 한 건을 기준으로 3시간 이상~8시간 미만이 22%(257명)로 가장 많았다. 8시간 이상~16시간 미만은 20%(230명), 16시간 이상~40시간 미만은 17%(198명)였다.
특히 40시간 이상 걸렸다는 응답도 16%(189명)였다. 반면 1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은 5명으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복·대량 청구에 따른 영향은 다른 행정업무로 이어졌다는 게 조사 결과다.
업무에 미친 영향을 복수로 선택하도록 한 결과 초과근무 발생이 795명으로 가장 많았다. 보고서 작성 등 내부 행정업무 지연 699명, 일반 민원처리 지연 674명, 현장 출장·점검 지연 469명, 부서 전체 업무부담 증가 467명 순이었다.
연가·휴식 사용 제한도 422명이었고 정책·사업 추진 지연 321명, 인허가·신고 업무 지연은 203명이었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의 90%(1050명)는 반복적·대량 정보공개청구를 처리하느라 다른 주민의 민원이나 행정서비스가 늦어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가끔 있다’가 582명, ‘자주 있다’ 324명, ‘매우 자주 있다’ 144명이었다.
초과근무 경험을 묻는 조사에서는 연 1~2회가 23%(268명)로 가장 많았고 분기별 1회 21%(242명), 월 2~3회 19%(229명), 월 1회 16%(194명), 주 1회 이상 13%(147명)로 집계됐다. 초과근무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8%(93명)였다.
반복적·대량 정보공개청구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한다고 답한 공무원은 95%(1112명)였다. 일반 주민이 받아야 할 행정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응답도 97%(1137명)로 나타났다.
처리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으로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907명으로 가장 많았고 업무량 증가 889명, 본연 업무 지연 886명, 처리기한 압박 781명, 업무 의욕 저하 669명 등이 뒤를 이었다.
현행 제도로 반복적·대량 청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강했다. 응답자의 92%(1079명)는 현행 정보공개제도에 악의적·반복적·대량 청구에 적절히 대응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답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되 정보공개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권리남용적 청구에는 별도의 처리 기준이나 제한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7%(1139명)였다. 이 가운데 80%(937명)는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군구연맹은 지난 4월 행정안전부와 간담회를 열어 악의적·반복적 정보공개청구에 대응할 법적 근거와 청구 범위·기간에 대한 기준, 담당 공무원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김민성 시군구연맹 위원장은 “정보공개제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제도인 만큼 정당한 정보공개청구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일부 악의적·반복적·과도한 청구로 공무원의 본연 업무가 지연되고 그 피해가 다른 주민의 행정서비스 지연으로까지 이어지는 현실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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