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마비 사태와 해결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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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호 변호사 |
헌법은 조직규범 수권규범으로서 헌법재판소를 창설하여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위헌법률심판 등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통치작용의 합헌성을 담보할 것을 설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헌법재판과 관련한 기본적인 설계를 법률제정을 통해 구체화할 것을 명령한다(헌법 제113조 제3항). 그래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헌법재판소법 제정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1988. 8. 5. 제정된 헌법재판소법은 총6장, 제1조부터 제79조까지 총 79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 경우 재판관 중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을,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한다(헌법 제111조 제3항, 헌법재판소법 제6조 제1항).
그런데 국회가 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에서 모든 헌법재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헌법재판의 심리는 7인 이상의 재판관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3인의 재판관 선출을 지연할 경우 위헌·위법인 상태를 실질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후임 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정파간 갈등으로 후임 재판관이 적시에 임명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퇴임하는 재판관이 후임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심리·결정 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여야대치 상황으로 헌법재판관 추천 절차가 지연되고, 현재 국정 감사 중인 국회에서의 상황으로 인하여 헌법재판소의 심리불능 사태가 초래되고, 재판관들의 공석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신속한 재판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헌법재판소법에서 예비재판관제도나 임시의 지위를 가지는 재판관제도에 관하여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입법의 불비에 해당하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3인의 임기 만료가 2024. 10. 17.로 임박하였음에도 후임 재판관의 선출과 임명이 언제 이루어질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선출 3인의 헌법재판판에 대한 선출이 한꺼번에 이루어지지 않아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인의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는 2024. 10. 17. 기준으로, 최소한 한 달 전쯤인 2024. 9. 20.까지는 후보자 선정 작업이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여야의 이견으로 결정 작업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 기능이 마비 위기에 처한 것은 야당이 국회 몫 재판관 3인 중 2인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재판관 9인 중 3인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3인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3인은 국회 몫인데 구체적인 추천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지금과 비슷한 의석 분포일 경우 여야가 각 1인을 추천하고 나머지 1인은 서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취하여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당이 2인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온전히 국회의 선의에 맡기기에는 헌법재판의 불능과 이로 인한 위헌상태의 지속이라는 피해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현저한 손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선출 재판관이 지연되어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할 수단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소법 제23조에 대한 위헌결정을 하여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법 이외에는 사실상 다른 방안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법에서 헌법재판제도에 관하여 정밀하게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입법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판관 3인의 공석사태는 2024. 10. 18부터 진행되고, 시간적으로 매우 근접하여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이 인용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마비되므로, 긴급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기본권 등을 보장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 등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기능이 정파적 이익에 몰두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종속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22대 국회는 빈번한 탄핵소추를 하여 관련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청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후임 재판관을 선출하지 않아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는 후임 재관판에 대한 선출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에도 정파적 이익을 앞세운 정당에 의하여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헌법은 법률의 상위에 존재하는 것이고, 법률의 규정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마비되고, 형해화되는 급박한 현실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국회의 재판관 선출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기능 마비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효력정지가처분 사건의 신속한 인용결정이라 할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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