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경력 20년, 전역 뒤에도 ‘경력’으로 인정…직무능력은행으로 민간 취업 성공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9-11 18:09:17
강원랜드, 신입채용서 증빙 62건→인정서 20부로 대체…재제출 요구 ‘0건’
NCS 활용 에너넷 신입사원 정착률 69.3%→82.6%…업무오류·안전사고 30% 감소
육군 부사관으로 약 20년간 포병 사격지휘와 작전업무를 맡았지만 전역 후 민간 취업시장에서는 그 경력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박모 씨. 군에서 쌓은 경험이 민간기업에는 익숙하지 않은 군사용어로 남으면서 사실상 ‘무경력’처럼 느껴졌다.
변화의 계기는 ‘직무능력은행’이었다. 군 경력과 토목기사·측량기능사 등 국가기술자격을 직무능력인정서 한 장에 담아 자신의 경험을 민간에서 통용되는 직무역량으로 제시했고, 결국 토목엔지니어링 분야로 전직하는 데 성공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1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2026년도 직무능력은행 및 NCS 기업활용 우수사례’ 시상식을 열고 개인과 기업의 활용 사례를 공개했다. 그동안 별도로 진행했던 직무능력은행 활용 우수사례 공모전과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업활용 우수사례 경진대회 시상식을 올해 처음 통합했다.
직무능력은행은 개인이 보유한 자격과 교육·훈련, 경력 등 직무능력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고 필요할 때 ‘직무능력인정서’로 발급받아 취업이나 경력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기업도 지원자나 근로자의 직무능력 정보를 확인해 채용과 인사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2023년 9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해 8월 말까지 누적 계좌 발급은 11만761건, 인정서 발급은 14만7382건이다.
현재 직무능력은행에는 국가기술자격과 국방자격, 국가공인 민간자격을 비롯해 폴리텍대학 교육정보, 평생학습계좌제 학습이력, 고교 NCS 기반 교과 이수내역, 직업훈련 과정, 고용보험 가입정보, 개인사업자등록정보, 군 경력, 해외 일경험 등 19종의 정보가 연계돼 있다.
올해 직무능력은행 활용 공모전에서는 단체와 개인 부문을 합쳐 10개 사례가 선정됐다.
단체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강원랜드는 올해 신입직원 채용부터 직무능력인정서를 자격·경력 공식 증빙서류로 활용했다.
1차 신입채용에서 지원자 20명이 인정서를 제출하면서 기존에 각각 내야 했던 62건의 개별 증빙을 인정서 20부로 대체했다. 1명당 평균 3.1건, 최대 6건의 자격·경력을 한 장으로 확인했다.
기존 방식으로 서류를 낸 지원자에게는 5건의 추가자료 제출 요구가 발생했지만 직무능력인정서를 이용한 지원자에게는 재제출 요구가 한 건도 없었다. 채용 만족도 조사에서 ‘채용 과정에서 회사의 배려가 느껴졌다’는 항목도 4.27점에서 4.49점으로 올랐다.
개인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이모 씨는 14년 넘게 절삭공구 설계 연구원으로 일하며 여러 기관에 흩어진 경력과 자격, 훈련 이력을 직무능력은행에 모았다.
이를 통해 부족한 역량을 확인한 뒤 교육과 자격 취득으로 연결했고, 매번 일주일 이상 걸리던 승진보고서 작성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
30년간 금융·IT 분야에서 일한 뒤 퇴직한 또 다른 수상자는 기존 경력을 직무능력 중심으로 다시 정리하고 AI 역량을 추가로 개발해 퇴직 4개월 만에 증권사 차세대 프로젝트에 재취업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기술·태도를 국가가 표준화한 것으로, 기업에서는 채용과 교육·훈련, 배치·승진, 임금체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올해 NCS 기업활용 부문에서는 10개 기업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최우수상을 받은 에너넷은 2022년부터 NCS를 활용해 직무분석을 시작한 뒤 채용과 교육, 평가, 임금체계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최근 사업영역이 실내건축공사와 식음료(F&B) 등으로 넓어지자 외부 컨설팅에 의존하지 않고 현업 담당자와 부서장이 직접 참여해 약 30개 직무를 새로 정립했다.
그 결과 신입사원 정착률은 69.36%에서 82.67%로 13.31%포인트 상승했고, 업무오류·안전사고는 31건에서 23건으로 약 30% 줄었다. 자료 마지막 18페이지에 실린 우수사례에도 이 같은 변화가 수치로 제시됐다.
아성플라스틱밸브는 NCS를 토대로 직무별 역할과 필요한 역량을 정리하고 채용·교육·평가·보상에 적용했다. 2022년 16.5%였던 이직률은 2025년 8.7%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엠아이티에스솔루션도 NCS 기반 직무기술서와 채용공고, 면접문항, 평가도구 등을 개발한 뒤 이직률이 35%에서 4%로 감소했다. 성경식품은 인사시스템에 대한 직원 만족도가 100점 기준 47점에서 91.6점으로 높아졌다.
직무능력은행이 개인에게는 기존 경력을 취업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수단이라면, NCS는 기업이 학력이나 연공보다 실제 직무를 중심으로 사람을 뽑고 평가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번 사례들은 제도 자체보다 실제 채용과 이직, 경력관리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편도인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직무능력은행과 NCS는 개인의 생애 경력관리와 기업의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도구”라며 개인의 경력개발과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