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보완수사권 폐지가 진정한 개혁인가

피앤피뉴스

gosiweek@gmail.com | 2026-05-22 17:01:20

“보완수사권 폐지가 진정한 개혁인가”

 

 

 

 

 

▲최창호 변호사

1. 검사의 수사권과 사법 정의의 본질

근대 형사사법 체제에서 검사의 수사권은 단순히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한 권력의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법률전문가로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 사법 통제를 통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불가결한 장치다. 공소의 제기와 유지는 법원이 재판을 개시하도록 하는 핵심적 절차이며, 검사는 이를 위해 입증 책임을 진다. 증거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수사권 없이 공소권만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는 형사소송법의 대전제다. 검사의 수사권은 독자적 권한 그 자체보다 공소권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완적 권한이라는 점에서 정당성이 있다. 국가 형사사법의 목적이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고 죄지은 자를 엄벌하는 데 있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검사의 수사권과 보완수사 능력은 사법 정의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라고 보아야 한다.


2. 보완수사 폐지론의 주장과 그 논거

가. 최근 정치권과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검사의 보완수사 폐지론은 이른바 '수사·기소의 완전 분리'라는 명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소위 수기분리라는 용어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론 측에서 파생된 측면이 짙다. 수사·기소 분리는 권한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일정한 정책적 의미를 가질 수 있으나, 이를 예외 없는 절대 원칙으로 이해하는 것은 형사절차의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측면이 있다.

나. 보완수사 폐지를 주장하는 견해는,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계속 부여하는 한 기득권적 검찰 체제의 전면적인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수사와 기소를 기계적으로 분리하여 예외 없이 관철하는 것만이 진정한 검찰개혁이자 민주적 통제라는 막연한 논리에 불과하다.

다. 폐지론자들은 검사가 직접 수사에 관여할 경우 예단이 개입되어 객관성을 잃기 쉬우므로,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넘긴 기록만을 바탕으로 공소 제기 여부만을 심사하는 '소추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기록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검사가 직접 나설 것이 아니라 사법경찰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해결하거나,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사법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핵심적 견해다.


3. 보완수사 폐지에 반대하는 현실적·법리적 견해

가. 그러나 이러한 보완수사 폐지론은 형사사법의 구체적인 디테일과 수사 현실을 도외시한 이론적 관념에 불과하며, 만약 이것이 전면화된다면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절차는 극심한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경찰의 능력을 불신해서가 아니라, 제도 자체가 유발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맹점 때문이다.

나. 피의자·피해자의 대면 기회 박탈과 인권 침해
보완수사가 폐지되면 검사는 경찰이 작성한 서류 뭉치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도장 찍는 기계'로 전락한다. 단 한 번도 피의자의 얼굴을 보지 않고, 성폭력 사건 등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인 사건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못한 채 기소나 불기소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국민이 원하는 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가 기소 전 단계에서 검사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소명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은 오히려 피의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원은 법정에서 직접 증거를 조사하는 '직접주의' 내지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는데, 공소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는 검사에게 공소 제기 전 대면 확인조차 금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한 것이다. 피의자가 기소 이전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소명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구조는 적법절차 원칙 및 실질적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 대형 사건에서의 실체적 진실 은폐와 '핑퐁수사'의 폐해
수십 명의 피의자와 참고인이 얽힌 대형 부패 사건이나 정밀한 경제 범죄에서 검사가 수만 페이지의 기록을 검토하다 중대한 허점이나 진술의 모순을 발견했을 때,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매번 경찰로 기록을 되돌려 보내야 한다면 사법 절차는 마비된다.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를 오가는 이른바 '핑퐁수사'가 반복되는 동안, 증거는 인멸되고 공소시효는 흘러가 결국 범죄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관할이 상이하거나 다수 당사자가 관여되어 있는 사건에서 이러한 불합리가 빈발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백 명 피해자가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에서 보완 필요 사항이 발견될 때마다 경찰로 사건을 환송한다면, 피해 회복은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

라. 구속제도와의 법적 모순
현행 형사소송법상 검사에게 부여된 구속기간은 명백히 수사를 위한 기간이다.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서 검사에게 구속기간을 단축하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보완수사를 폐지하려면 영장 제도와 구속 제도 전반을 완전히 개편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밀한 대책 없이 수사·기소 분리라는 구호만 외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경찰에게 10일간의 구속기간을 보장하는 문명국가는 거의 없다.


4. 소위 영장실질심사와의 비교

영장실질심사 도입은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사법 절차의 통제를 강화한 조치이다. 이와 같은 인권 보호와 사법적 통제의 논리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지 필요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경찰의 독점적 수사권 행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실 수사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사법적 통제와 보완수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사법 통제를 강화해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자 했던 영장실질심사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도리어 수사 단계의 실질적 통제 장치인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인권 보장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에 역행하는 일이다. 영장실질심사가 수사기관 권한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강화한 제도라면, 보완수사는 경찰 수사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절차적 통제 장치라는 점에서 기능적으로 유사성이 있다.


5. 결론

결론적으로 검사의 보완수사 폐지론은 거대 담론과 원칙에만 천착한 나머지 형사절차의 촘촘한 디테일을 간과한 위험한 주장이다. 수사 단계에서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면 직접 보완수사가 필요 없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때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만약 협력을 강제화한다면 그것은 과거의 수사지휘권과 다를 바 없어져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원활한 협조가 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어떻게 그 공백을 보충할 것인지에 대한 실효적인 방안이 있어야 한다.

지난 수사권 조정 이후 불송치결정의 급증, 피해자 이의신청 증가, 사건 지연, 기록 부실 문제 등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형사사법 개혁은 권한을 단순히 제거하는 작업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동시에 보장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의 문제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개혁처럼 보일 수 있으나, 충분한 대안 없는 폐지는 결국 형사사법의 공백만 초래할 위험이 크다.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검사가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지,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절차 자체를 없애 사법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다. 디테일한 대책 없는 보완수사의 폐지는 결국 범죄 은폐를 돕고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억울함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므로, 현행 보완수사 제도는 실체적 진실 발견과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형사절차는 그물코와 같아서 한 가지 제도만 수정하더라도 부수적으로 연동되는 변화가 매우 크다. 형사절차는 적법한 절차 내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자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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