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형사사법체계의 개편
피앤피뉴스
gosiweek@gmail.com | 2025-08-25 10:10:06
“형사사법체계의 개편”
한편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 및 중수청을 신설하고, 법무부 또는 행안부에 국수위를 설치하겠다는 큰 그림이 진행되고 있다. 시기를 정해 놓고, 추석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한다. 제목을 개혁이라고 칭한다고 하여 개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개악이 될 수도 있고, 형사사법체계가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다. 새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망하는 것은 한순간이면 충분하다. 숙의가 필요하다.
헌법 제89조 제16호에는 검찰총장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검찰총장을 공소청장 또는 기소청장이라고 칭하면서 법률에 규정하겠다고 한다. 헌법의 내용을 법률로 변경하겠다는 취지이다. 심히 우려스럽다. 설치되는 중수청을 법무부 또는 행안부 중 어느 부의 외청으로 할 것인지도 논란이 된다. 행안부 산하라면 국수본, 중수청이 모두 행안부 산하에 속하게 된다. 정보, 수사 및 공권력행사의 권한을 지닌 14만 경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이다. 경찰국가를 경험하고서도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 이전 정권에서도 자치경찰제도 등이 언급되었으나,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검찰청법을 폐지한다고 하여 수사, 공소제기, 공소유지, 집행에 이르는 형사사법이 제대로 운용된다고 볼 수 없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러한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현재 검사가 보유하고 있는 보완수사권도 박탈되어 없게 된다면, 검사는 송치되는 사건을 검토한 후 기소하거나 불기소만 하면 된다. 불기소하면 국수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다. 기소 후에 무죄가 나면 보완수사권도 없고, 관계자가 진술을 번복하였으므로 경찰의 수사미진이라고 주장하면 된다. 결국 현재의 즉결심판처럼 공소제기 절차가 운용되어 억울한 피고인이 생기거나, 불만을 가진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것인지, 좋아서 의견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인지 검찰 쪽에서 별로 의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 고검검사급 인사가 단행되었으나, 며칠 후 폐지될 기관의 구성원으로 별 의미가 없는 인사이다. 검찰총장이 없어도 조직 운영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변경하였다고 문제가 되느니 차라리 검찰총장 임명하지 않는 것이 여권의 입장에서는 편할 수도 있다. 보완수사권도 없어진 마당에 어디에 소속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검찰 수사관이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식약처, 금융, 지방 민생·환경 등의 특사경은 현재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검사의 지휘를 받는 특사경이 향후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활동을 할 것인지 의문이다.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하거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을 생각해 보면,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조차 박탈하는 경우에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이 발생할 것인가는 명약관화하다. 책임소재가 불투명한 제도적 사유로 결국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실무상으로는 현재도 책임소재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몇 년간 고소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소재조차 알 수 없는 사건이 많이 있다.
현재 검찰에서 위임받아 처리하고 있는 국가 송무를 어떻게 담당할 것인가에 대하여도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1년에 200억 원가량의 예산을 사용한다는 공수처의 존립 여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것이 원칙이라면 이에 반하는 공수처의 역할도 재조명해 보아야 한다.
중수청이 설립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검찰의 현재 수사력이 중수청으로 이전된다고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중수청의 물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준비해야 한다. 현재의 건물을 그래도 사용하면서 간판만 변경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불송치되는 사건에 대한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등을 과연 국수위의 국가수사심의회가 담당할 수 있는지 걱정된다. 현재 검찰의 형사부에서 주로 담당하는 역할을 비법률가에게 담당하게 하는 체제가 되는데, 피해자의 실효적인 인권보호에 효과적인 방안이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전건송치를 통하여 법률전문가의 통제를 받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국수위의 구성이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또한 KICS 형사사법포털시스템을 운영하는 것도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많은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시간을 정해 놓은 기차는 달리고만 있다.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고, 현재의 형사사법개편의 태도는 이를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총론만으로 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각론과 디테일이 촘촘하게 구성되어야 형사사법제도가 무리 없이 운영된다. 절차의 지연과 복잡성으로 인하여 혼란이 발생할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피의자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웃을 수 있겠으나, 민초들은 피눈물 흘리게 된다. 현재 진행되는 논의는 우리나라 형사사법의 뼈대를 바꾸는 중대한 일이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왜 국가는 존재해야 하는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숙의를 통하여 국민을 위한 제도의 개편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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