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주현 변호사(형사전문변호사, 법학박사)
[천주현 변호사의 사건이슈] 공갈죄의 협박이란?
공갈은 폭행·협박으로 재물 등을 갈취하는 범죄로, 강도죄와 비슷하지만 폭행·협박의 강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공갈은 사기와 같이 하자있는 의사나마 재물교부자가 처분의사를 가진 경우고, 강도는 처분행위 없이 강제로 타인의 재물을 빼앗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러한 공갈죄는 협박에 의한 공갈이 실무상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협박은 타인에 대한 해악의 고지를 말한다. 따라서 ‘돈을 주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버리겠다’는 협박은 공갈죄의 협박으로 볼 수 없다. 공무집행방해죄에서도 ‘자신이 죽어버리겠다’며 흉기로 자해한 피고인을 동죄 유죄로 보지 않았다.
그런데 2020. 1. 24. 동아일보는 특이한 사건을 보도했다. 사장으로부터 퇴직을 권유받은 직원이 ‘위로금을 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해 6천만원의 돈을 뜯은 것이 공갈죄 유죄가 돼 징역 1년이 선고됐다는 기사다.
필자는 '죽어버릴것',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내용이 공갈죄의 협박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기사화되지 못한 구체적 협박내용이 추가로 더 있어야 유죄가 유지될 것이다.
그간 대법원이 '죽어버리겠다'고 하였음에도 피해자에 대한 협박으로 본 사례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횟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가 모래 채취에 관하여 항의하는 데에 화가 나서, 횟집 주방에 있던 회칼 2자루를 들고 나와 죽어버리겠다며 자해하려고 한 행위가 단순히 자해행위 시늉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어떠한 해악을 가할 듯한 위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 경우이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4316 판결).
반면 같은 행위를 공무원에 대한 협박으로 보지 않은 사례로, 경찰관의 임의동행을 요구받은 피고인이 자기 집 안방으로 피하여 문을 잠그는 방식으로 임의동행 요구를 거절한 후 방안에서 면도칼로 앞가슴 등을 그어 피를 보이면서 자신이 죽어버리겠다고 불온한 언사를 한 경우 이는 자해자학행위에 불과하고 경찰관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나 해악의 고지표시가 되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 있다(대법원 1976. 3. 9, 선고 75도3779 판결).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 | 법학박사 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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