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주현 변호사(형사전문변호사, 법학박사)
[천주현 변호사의 사건이슈] 외견상 동의와 성범죄 성립
피해자 상황을 고려한 성범죄 유죄판결이 최근 광범위하게 선고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 기소 실력이 향상된 데에는 성범죄 사건을 전문적으로 분석한 대법원 판결이 큰 기여를 했다. 피해자성감수성을 존중한 '성인지감수성' 법리다.
과거부터 '사력을 다해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실 만으로 쉽게 무죄판결 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가 있었지만, 최근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정밀하게 보강된 것이 성인지감수성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명 무용가이면서 제자를 개인연습실에서 안고, 입과 목에 키스한 피고인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2019고합749 판결). 죄명은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 이 범죄는 강간, 강제추행죄가 요구하는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위력행사에 의한 추행을 인정한다.
3년 이하의 징역 사안인데, 징역 2년이 선고됐으니 엄한 처벌이다. 피고인은 신체접촉은 인정, 추행은 부인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위력을 포함한 강제성이 일체 없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설령 외견상 피해자가 동의한 것으로 보이더라도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하는 어떤 사정이나 상황이 있었다면 이는 부진정 동의로, 피해자가 행위자의 위력행사에 굴복했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죄행위를 감내하며 표면적으로 순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피고인이 자신의 현대무용계에서의 지위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음을 알고도 이를 이용해 애정 표현을 빙자해 피해자를 추행했다.'고 세밀하게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앞으로 위력 간음, 위력 추행죄가 사회에서 한동안 주목받을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 | 법학박사 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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