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준 변호사의 사건기록]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수술 전·후로 어떠한 내용의 설명을 들으셨나요

이선용 / 2020-01-06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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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낙준 변호사(백준법률사무소)

[최낙준 변호사의 사건기록]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수술 전·후로 어떠한 내용의 설명을 들으셨나요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최낙준 변호사입니다. 의료분쟁사건에서 반드시 확인하는 사실관계 중 하나는 ‘환자가 수술 전·후로 의사로부터 어떠한 내용의 설명을 들었는지’에 관한 것 입니다. 이를 통해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수술 또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 상당수가 수술(치료) 전·후로 의사에게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하지만, 진료기록지를 검토해 보면 의사로부터 적절한 설명을 들었던 것으로 드러나곤 합니다.
 
하지만 필자가 최근 진행한 의료분쟁사건은 종합병원에 입원했던 환자가 수술 전·후로 주치의로부터 현재의 병증, 수술방법, 치료경과, 사후관리방법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여 피해를 입은 사건이었습니다(위 사건은 병원측 역시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위 사건을 통해 재확인한 사실은 일부 환자는 여전히 의사로부터 적절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 의사의 설명의무와 관련하여
가. 의료분쟁과 관련하여 상담을 진행해 보면, 환자(피해자)측이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항은 크게 네 가지 정도입니다. 의사의 설명의무가 무엇이고 환자는 의사로부터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 모든 의료행위에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인지, 실제 수술을 진행하는 처치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로부터 설명을 들어도 설명의무 위반이 아닌지,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면 어느 정도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 등입니다.

나. 설명의 정도
의료소송에서 문제되는 의료과실은 크게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입니다.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은 다시 진단상 과실, 수술상 과실, 경과관찰상 과실 등으로, 설명의무 위반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설명의무 위반, 자기결정권과 무관한 설명의무 위반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설명의무는 자기결정권 보장과 관련하여 주로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설명의무의 범위 역시 자기결정권 침해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설명의무는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인정되는 것이고, 해당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해당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인 것입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41069 판결 참조).
 
즉, 의사는 환자측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의 내용, 방법, 필요성 및 위험성, 술 후 예상 경과 등을 설명하여 수술 및 치료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의사가 부적절한 설명으로 환자의 선택 기회를 침해했다면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성형수술(시술)에서는 의사의 설명의무가 더 강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 설명의무의 인정범위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해당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모든 의료행위에 인정되는 것입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참조).
 
다만,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 즉 의사가 예상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후유증에 대해서까지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의사에게 해당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41069 판결 참조).
 
라. 설명의무의 주체, 상대방
설명의무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당해 처치의사가 해야 하지만, 처치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설명을 해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참조). 설명의 상대방은 환자여야 합니다. 의사는 직접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환자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환자의 가족에게 대신 설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마. 입증책임 및 입증범위
판례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입증책임은 의사에게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참조).
 
한편 의료사고의 피해자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면, 법원은 의무기록지를 근거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판단하므로, 소송과정에서 복잡한 입증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만 청구하는 경우와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전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는 각각의 입증책임과 입증범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즉,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내지 부족으로 인하여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점만 입증하면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중대한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 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때의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합니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판결 참조). 이로 인해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전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겠습니다.
 
3. 마무리하며
환자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수술방법, 수술기회 등 선택의 기회를 침해받고 심지어 후유증까지 발생한 경우 그 억울함은 대단히 클 것입니다. 하지만,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은 바로 손해배상액 부분입니다. 실무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더라도 통상 500만 원 내외의 위자료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의료소송을 검토 중이라면, 앞서 본 내용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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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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