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들은 일을 마치고 책을 펼치는 순간, 그냥 눈이 감긴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을 읽는 것 자체가 노동이고 사치다. 이 책의 저자 이상희 씨는 평생 책이란 걸 낼 생각은 해본 적 없는 동주민센터에 근무하는 평범한 9급 공무원이다.
계약직으로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경험하고,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정규직 공채시험에 도전하지만 나이 많은 아줌마, 직장인으로서의 절대적인 시간적 제한 등 여러 현실 조건 때문에 번번이 좌절했다. 그러다 공시생 친구 소개로 한국사 전한길 강사를 만나고, 그의 유튜브 쓴소리를 듣게 된 후 본격 공시에 도전한다.
한 아이의 엄마, 혹시 모를 불안감에 놓을 수 없었던 직장 등 여러 불리한 조건에서 2015년 1월 직장 앞 독서실 잡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해 3월 서울시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합격했다. 합격 후 신입 공무원 연수 이틀 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나왔다.
이후 전한길 강사의 네이버 카페에 합격수기를 올리고, 많은 공시생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 끝에 그 시절 자신의 이야기와 전한길 카페에 올렸던 글들을 엮어 ‘부장님 죄송해요 공무원 합격했어요’를 출간하게 됐다.
이상희 작가는 “1년간은 최선을 다해 일일이 답변을 드렸고, 1년이 지나고도 쪽지와 메일이 이어졌지만, 서울시 발령 후 일하고 적응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며 “나중엔 답변을 할 힘이 더 이상 남아 있질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이상희 작가는 당시 공부했던 기억은 “음~”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즉, 나는 강을 건넜고 배를 떠나보냈고 점차 잊혀갔다는 것. 그래서 2016년 합격 후, 이 이야기를 2년 넘게 묻어놓았다.
답변 못 한 쪽지, 메일들은 찝찝하게 작가의 마음 속을 맴돌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다 되어 가니 어느 순간 여전히 쪽지는 계속 오는데 그 순간 이상희 작가는 “아! 나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지 내가 어떻게 공부했었지?”라며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가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결국, 다시 한길샘 카페에 들어가 봤고 질문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었다.
막노동을 하는 사람, 계약직 직장인, 3교대 근무자, 공익 사회복무요원, 주부, 직장에 나가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가장, 전업 수험생, 장수생들의 질문을 그냥 지나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이상희 작가는 “이 책은 나에게 용기 내어 질문해 준 그 한분 한분에 대한 답변이다”며 “내가 타고 왔던 배는 기억에서 저만치 사라져 가고 있지만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기억의 배를 소환하기로, 한 번에 다 쏟아 붓고 완전히 떠나보내기로, 그렇게 잊기 전에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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