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은 항고소송의 유형으로 취소소송, 무효확인소송,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이라는 세 가지 행정소송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행정사건소송법」의 규정을 본받은 것이었다. 즉 우리나라나 일본은 위의 세 가지 항고소송 외에 이른바 무명항고소송(법정외항고소송)이라 하여 의무이행소송, 적극적 형성판결을 요하는 행정소송, 작위의 의무 확인소송, 예방적 부작위 확인소송, 직무명령소 등에 대하여 학설의 일부는 인정하나, 판례는 이들 유형 내지 그 변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나 일본이 독일 기타 몇 개의 선진국에 비하여 항고소송의 유형이 매우 제한되어 있어 국민의 행정작용에 대한 구제가 대단히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행정소송의 역사를 볼 때, 사법부에 행정소송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법원)가 행정에 간섭하는 것으로 고전적 권력 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행정소송에서 열기주의를 인정하는 등 행정소송 사항을 제한하여 왔다.
그 것은 행정권에서 재량의 확대와 더불어 행정을 “법치주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 왔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독일과 독일 제도를 모방하던 상당수의 나라들이 행정작용을 국민의 권리 또는 권리 침해의 위험에 대한 구제의 길을 확대해 왔다. 다시 말하면 일찍이 행정소송(행정재판)을 인정해 온 프랑스는 “월권소송”의 법리에 의하여, 다양한 행정소송 형태를 인정하고, 독일에서도 의무이행소송, 일정한 급부소송, 부작위 의무확인소송 등이 인정되었다.
또 미국·영국 그리고 영미법을 모방한 일부국가에서는 이른바 “직무명령소송”에 의해서 독일에서 인정되는 「의무이행소송」 유사의 행정소송이 인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여러 가지 형태의 항고소송을 인정치 않는 것은 입법자가 법원이 행정에 깊숙이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고, 법원도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입법자가 “법치행정의 안목”을 높여 7~8종의 무형항고소송을 명문화 하는 것이고, 차선책으로는 법원이 이러한 유형의 소송을 인정하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툭하면 「사법의 적극주의」를 내세우면서 실제는 「소극적 실정법 안주」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우리사법의 맹점의 하나를 본다. 물론 법원은 재판실무에서 입법을 뛰어 넘는 재판을 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민의 권리구제 방법의 다양성 강구를 위한 이른바 “무명항고소송”의 인정은 조속한 행정 소송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국회입법이 국회의원들이 행정에 편들어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원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미 법원이 “행정소송”으로 행정에 간섭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는 이상 “실질적·기능적 법치주의”를 위해서는 더 깊이 행정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지금 항고소송의 패소판결에 대하여 행정청의 항소·상고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위에서 말한 “무명항고소송”을 인정하면서, 행정청이 패소한 경우 상소(항소·상고)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본적으로 “형식적 권력분립론”에 안주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의한 양심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입법 동화적 태도로서 실질적 법치주의를 외면하는 것이다.
오늘날 환경문제와 급부행정의 과제 등이 날로 더해가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이 분야 등에서 위헌법률 심사와 헌법소원에서, 또 법원의 행정재판에서 적극적 자세를 보여 입법과 행정을 견제하지 않으면 복리국가 지향적이 아니라고 보면 논리의 비약일까.
지금 대법원이 행정부와 모종의 「재판거래」라는 로비를 했느냐를 놓고, 상당히 시끄럽다. 우리는 그동안 몇 번의 “사법파동”을 거치면서 사법부는 꾸준히 제자리를 찾아왔다. 국회기 재판을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의 권익보도를 할 수 있도록 입법의 뒷받침을 하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나, 국회에 그런 입법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에는 사법부가 나서서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이 요구된다. 사법부가 여러 가지 항고소송의 인정에 인색한 것은 낡은 “사법권관”에 안주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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