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에도 편히 웃을 수 없는 게 ‘공시족’의 애환이다. TV에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방영하는 프로그램, SNS에는 크리스마스 파티 등 공시족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결국 ‘나홀로 독서실’이 크리스마스를 맞은 공시족의 선택. 분명 이 굴욕(?)은 2018년에는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욱이 연말을 즈음해서 내년도 시험일정이 속속 공개되고 있고, 경찰공무원 채용일정도 22일 발표되면서 공시족에게 크리스마스를 즐길 여유는 없다. 이에 기자는 크리스마스 당일 공시족의 ‘성지’인 노량진에 직접 찾아가봤다.
대한민국에 공무원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경찰‧소방 등 공무원 채용 증원 공략에 따라, 이곳 노량진은 ‘공시 로또’를 잡기 위한 수험생들의 수요로 늘 붐빈다.
다만, 시험일정이 모두 완료된 시기와 연말이 맞물리면서 성탄절 당일 오전께 찾은 노량진은 평소와 달리 차분한 모습에 한산하기까지 했다. 수험생들은 모두 독서실 속으로 숨어버렸고, 점심이 되어서야 삼삼오오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노량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인 ‘컵밥’은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공시생들의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 컵밥거리에서 만난 수험생 이병진 씨(가명)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지 올해로 1년째다. 병진 씨는 “크리스마스에도 별다른 생각 없이 독서실에서 공부 중”이라며 “수험생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중배 씨(가명)는 “2년 동안 번번이 불합격만 했는데 그 생각을 하니 연말연시나 크리스마스는 오히려 사치라고 느껴지더라”며 “내년도 채용에서는 꼭 합격해서 후련한 마음으로 연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점심을 전후하여 노량진에도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렸다. 스님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별한 산타로 변신한 것. 사단법인 자비명상과 YES 자원봉사단은 떡과 핫팩 등을 나눠주며 수험생에게 합격을 기원했다. 김자연 씨(가명)는 “덕분에 크리스마스를 잠시나마 느꼈다”며 “모두의 응원대로 더 열심히 공부해 내년에는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수험생들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관리에도 소홀해선 안 되겠다. 최근 노량진 고시촌에서 두 명의 결핵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수험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욱이 두 번째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8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노량진 고시촌 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이지만 수험생들은 시험 준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원과 독서실로 나오고 있다.

수험생 정지욱 씨(가명)는 “함께 스터디를 하는 친구들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붐비는 곳에 가는 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마스크를 꼭 하고, 소독제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면서 2017년도 이제 끝자락이다. 여전히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수험생들은 다가오는 ‘봄’에 대한 기대로 하루하루 힘차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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