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무공무원의 전문적인 능력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결과가 수치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세법, 회계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공직에 입성할 수 있는 현행 시험제도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의원(안양 동안을, 기재위)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회계실무능력검정시험(2급) 합격률이 최근 5년새 37.2%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17회) 47.1%의 합격률을 기록했던 이 시험은 5년이 지난 2016년(26회) 9.9%로 곤두박질쳤다.
2012년 17회부터 2016년 26회까지의 합격률은 △17회 47.1% △18회 44.4% △19회 37.5% △20회 12.4% △21회 35.4% △22회 20.4% △23회 15.9% △24회 18.7% △25회 18.9% △26회 9.9%로 집계됐다.
또 일반조사요원자격시험(2급) 합격률도 2012년(47회) 45.6%에서 2016년(56회) 20.6%로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회계실무능력검정시험(2급)과 일반조사요원자격시험(2급)은 국세공무원이 국세청 재직 중에 치르는 시험으로 조세행정 전문성의 척도가 되는 시험이다.
이 같은 합격률 하락의 원인으로 지난 2013년 9급 세무공무원 선발시험부터 전공과목인 세법과 회계학이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세법·회계학이 선택과목으로 전환된 첫 해인 2014년 9급 공채 합격자 중 전공 2과목(세법·회계학)을 모두 선택한 사람은 31.9%였고, 한 과목 이상 선택한 사람은 42.9%였다.
반면 2016년에는 두 과목 모두 선택한 합격자가 19.9%, 한 과목 이상 선택한 사람이 29.5%로 더 낮아졌다. 즉 지난해의 경우 국가직 9급 세무직 합격자의 70%가 세법·회계 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세무공무원이 된 셈이다.

최근 3년간 9급 공채 세무직 합격자의 전공과목 선택 비율을 살펴보면 ▲2014년-세법·회계학 31.9%, 세법 6.5%, 회계학 4.5% ▲2015년-세법·회계학 18.1%, 세법 3.8%, 회계학 3.0% ▲2016년-세법·회계학 19.9%, 세법 4.8%, 회계학 4.9%였다.
세법과 회계학을 선택하지 않은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각 지방국세청에서는 이런 공무원에게 세무업무를 맡기기 위해 별도의 예산과 시간을 책정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방국세청들은 이들의 승진에 필요한 자격시험 통과를 위해 국민혈세로 ‘과외공부’를 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자료를 제출받은 심재철 의원은 “세무전문 인력을 선발하여 정예요원으로 키워야 함에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국세청이 자격증시험 합격을 위한 사설학원 노릇을 하고 있다”며 “선발시험 및 교육훈련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6월 26일 인사청문회 당시 9급 세무직 공채 과목 중 세법과 회계학의 필수과목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승희 청장은 “시험과목이 개편되면서 우려했던 세무 행정의 질이 떨어진 것은 상당 부분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세무직 9급의 전문과목인 세법과 회계학을 필수과목으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 역시 실무를 모르는 신입 공무원 선발의 부작용에 공감하며 9급 공채 각 직렬별 전문과목을 의무적으로 1과목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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