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공무원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채용 시험 중 화장실 사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중에 응시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도록 권고한 가운데 인사혁신처가 올해 안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공무원 임용을 위한 필기시험 중 응시자의 화장실 출입제한이 우리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 제도개선을 인사처와 행자부에 권고하였다. 특히 지난해 경기도 지방공무원 시험에서는 화장실 사용을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시험실 뒤편에서 소변을 처리하도록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시험실 뒤편에서 소변 봉투로 소변을 보라는 것은 국제인권 조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대우에 해당하고,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필기시험 중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시험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이 있지만, 시험의 공정성이라는 법익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속에서 조화롭게 추구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인권위는 다수가 응시하고 엄격한 시험관리가 요구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경우 수험생의 화장실 이용이 허용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험관리의 공정성 또는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응시생의 화장실 이용 제한이 필수적 전제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동안 인사혁신처는 시험 중 화장실 이용을 허용할 경우 ▲부정행위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는 점 ▲정숙한 시험 분위기 조성과 다른 응시자의 시험응시 몰입에 방해를 준다는 점 ▲허용 시 수험생의 추가 민원이 속출해 시험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시험 중 화장실 이용 시 재입실을 불허하였다. 다만, 인사처는 소변주기가 짧은 임산부, 과민성대장(방광)증후군 환자 등은 그동안에도 사전에 신청을 받아 별도 시험실을 마련하여 시험시간 중에도 화장실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시험 중 화장실 사용과 관련하여 인사처는 “시험의 직접 당사자인 수험생이 이 사안에 대하여 민감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시험시간 중 화장실 이용 허용 여부 또는 시험시간 분리 문제는 시험 집행의 효율성, 수험생의 인권 등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사처에서는 시험의 공정성·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험생의 인권도 보호될 수 있도록 합리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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