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음력절기상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署)다 . 옛 어른들은 처서가 되면 여름내 괴롭히던 모기도 주둥이가 삐뚤어져서 사람을 물지 못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도 차창의 기온은 43도를 가리키고 있다. 거의 매일 비슷한 수치다. 그런데,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36.9도라고 했다. 1907년 우리나라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무덥다고 하는 올여름의 기온은 매일 폭염주의보와 함께 열대야로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광복절 전후로 끝날 줄 알았던 올여름의 무더위가 다음 주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상청이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거나 태풍을 만들어 낼 수는 없고 단순히 하늘의 기상을 관측하여 예보하는 곳인데도, 요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은 그 일기분석이 엉터리라는 사실이다. 물론,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 여름 들어서 날씨가 유난히 무덥다보니 엉뚱하게도 타겟이 기상청으로 쏠리고 있다.
문제는 5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최첨단 기상관측기기를 도입하고서도 그 이전보다 더 엉티리 일기예보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미국 등은 성층권에 인공위성을 띄워 직접 관측한 기상자료를 분석해서 일기예보를 발표하고 있지만, 한국은 인공위성은커녕 풍선이 아닌 지상의 슈퍼컴퓨터로 예보를 하고 있다는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기술이 있으므로 중국, 일본처럼 기상위성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은데도 이처럼 기본적인 기상상황을 캡처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으니, 차라리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일기예보보다 홍콩, 대만, 일본, 중국 등 인접국가에서 발표하는 일기예보를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여론도 많다.
사실 케이블방송에서 볼 수 있는 미국 CNN의 일기예보는 앵커가 하늘의 천문변화를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설명하면서 앞으로의 과정까지 시뮬레이션을 보여주고, 일본도 전 열도를 마치 그물망처럼 촘촘히 세분해서 3시간 간격으로 일기예보를 발표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많다. 그런데, 우리는 1980년대에는 크로마키 기술이 없어서 기상 캐스터가 일일이 직접 일기도를 그려가면서 설명을 해서 당시 라디오로 일기예보를 들은 섬 주민들은 방송을 듣고 일기도를 직접 따라서 그렸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한세대가 지난 지금까지도 주요도시별 일기현황은 두루뭉술하게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서울 지방의 날씨라고 해도 이것이 광화문 지역을 기준한 것인지, 영등포나 강남 서초 혹은 강북의 정릉이나 월곡동과는 어느 정도 적응될 것인지 항상 의문이다.
기상청은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8월말까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일본 동쪽 바다 위에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에 비해 남북으로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서 중국으로부터 열파(熱波)라고 불리는 평년대비 3-5도 높은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 유입되고 있어서 무덥다는 분석이다.
아무튼 국민들은 올 여름철의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 기상청을 탓하는 이유는 간단한다. 장마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으나 이렇다 할 비는 몇 번 내리지 않았고, 그 기간에도 비 소식은 수시로 있었지만 기상청의 예보는 그때마다 빗나갔다. 또, 이후에 찾아온 폭염관련 예보도 ‘일기예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기상청은 폭염 종료 시점까지 맞추지 못해 오보로 누적된 불신을 만회할 마지막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그러자 차제에 기상청의 일기예보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어떻게든 예보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기예보와 사회 경제적 비용간의 상관관계는 매우 밀접한데도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19일 오후 3시쯤 괌 북서쪽 약 570km 부근 해상에서 제9호 태풍 ‘민들레(MINDULLE)’가 발생하여 북상중인데, 태풍 민들레는 중심기압 996hPa, 최대풍속 초속 18~32m/s, 시속 65~115km/h의 강풍을 동반한 소형으로서 21일 오후 일본 도쿄 남남동쪽 약750km 부근 해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태풍이름을 정한 제9호 태풍 민들레는 7호 태풍 ‘찬투’(CHANTHU)와 비슷하게 일본 동해안쪽으로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직접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올해 들어 발생한 9개의 태풍 모두 한반도를 비껴가면서 ‘태풍 없는 여름’이 지속돼 폭염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고, 대전지방은 지난 7월 16일 비가 내린 뒤 한달 이상 비구경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이 비를 내려주는 곳은 아니지만, 사람이나 기구 모두가 제 몫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받는 비난을 언제쯤 면할 수 있을는지 측은하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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