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床異夢 [ 동상이몽 ] - 같은 침상(寢床)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
「멀고도 가까운」이란 책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말이다. 우리들도 때론 동상이몽과 같은 대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멀고도 가까운, 가깝고도 먼 사이는 종종 우리를 외롭게 만든다.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내면에서 느끼는 감정들 또한 때론 멀거나 가깝게 느껴 질 때가 있다. 인생의 목표를 물어보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답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지지만 우리는 종종 소소한 일상에서 이것이 바로 행복이구나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느끼게 되는 경우이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야기란, 말하는 행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이다. 이야기는 나침반이고 건축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길을 찾고, 성전과 감옥을 지어 올린다. 이야기 없이 지내는 건 북극의 툰드라나 얼음뿐인 바다처럼 사방으로 펼쳐진 세상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 과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는 당신이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혹은 그의 이야기를 여러분 스스로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13p)
저자 리베카 솔닛의 책 첫 문장은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로 시작한다. 그녀는 이 질문을 본인 자신에게도 묻는다. 그녀에게 멀고도 가까운 사이에 있는 사람은 어머니였으며 그녀의 이야기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어머니의 집 살구나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보통의 어머니와 딸의 사이는 친구 같은 모녀지간이지만 솔닛의 어머니는 백설공주를 향한 왕비의 시기심처럼 딸의 금발머리, 재능 등의 모든 것을 질투한다. 아들들은 어머니의 가장 좋은 모습만 상영하는 극장의 관객이었고 딸은 늘 무대 뒤에, 상황이 훨씬 더 지저분한 곳에 머물렀다. 숙제처럼 떨어진 살구 앞에서 어머니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봄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자신의 암투병, 아이슬란드의 늑대이야기, 눈의 여왕, 프랑케슈타인, 체 게바라의 혁명에 이르는 이야기까지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로 실을 이어가듯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어머니의 삶도 이해하면서 화해를 하게 된다.
어떤 감정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 다음에 상상해야만 한다. 감정이입은 다른 이의 고통을 감지하고 그것을 본인이 겪었던 고통과 비교해 해석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그들과 함께 아파하는 일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당신 스스로에게 해 주는 이야기일수도 있다. (157 p)
옮긴이의 말을 들여다보면 ‘타인의 이야기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내 이야기의 일부를 비워 내는 것, 그렇게 타인의 어휘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더 커진 경계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저자 리베카 솔닛이 책 한 권을 지나오며, 그 안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며 거친 과정이 그것이었다’ 라는 표현이 이 책의 핵심내용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살구, 거울, 얼음, 비행, 숨, 감다, 매듭, 풀다, 숨, 비행, 얼음, 거울, 살구로 매듭을 기준으로 각 제목이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인생의 여정이란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 그리고 시작의 살구와 끝의 살구의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여정 속에서 ‘성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내포되어 커지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어려웠다. 읽는 내내 나를 돌아봐야 했으며 작가와 나는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내면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담은 글을 보다보면 이래서 작가구나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담긴 메시지는 그녀의 문학적 식견이 상당히 깊음을 말해주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다른 책인 <맨스플레인-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라는 도발적인 제목부터 끌리는 이 책을 읽어야겠다.
'미소'로 찬찬히 읽어내주는 人 ㅣ은향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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