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쾌락에 빠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인가?
강남구청 ‘댓글부대’로 지목된 시민의식선진화팀 팀원들은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지난 10월15일 구의회에 출석하기 하루 전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각종 현안 기사에 댓글 폭탄을 퍼부었다(경향신문, 2015.12.9.인터넷, 내용과 표 참조).

네이버에 달린 수 십개 댓글 중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열한 정치꾼”으로 비하하고 시정 운영을 “깡패 같은 행정”이라고 폄훼한 대목도 있다. 댓글은 대부분 근무시간에 작성됐다.
팀원 김모 씨(7급)는 신 구청장이 구의회에 출석하면서 “여론 왜곡이 심하다”며 들고 나온 연합뉴스 기사에 댓글을 직접 달았다. 김씨는 오전 11시 43분 아이디 ‘kij6****’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내년 총선 출마 안 한다”’ 기사에 “구청장이 구민들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책무. 특히나 서울시가 이렇게 깡패 같은 행정을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구청장 자격이 없는 거지. 서울시는 이걸 언론플레이로 마녀사냥 하는 행위를 중지하고,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대화에 나서라”고 썼다(경향신문 참조).
우리 사회에서 서초구청과 같은 댓글이 문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대선(大選) 때 소위 ‘국정원의 댓글사건’ 즉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國家情報院輿論操作事件) 또는 대선 개입 사건(大選介入事件)은 2012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기간 중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소속 심리정보국 소속 요원들이 국가정보원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에 게시글을 남김으로써 국가정보원이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사건을 일컫는다(위키백과).
그리고 군대조직 내에서도 대선(大選) 때 댓글로 정치적 활동을 하여 문제가 된 사건도 있다. 2013년 12월 기준으로 국군사이버사령부 직원들이 대선에 개입하는 글을 올린 것이 그것이며,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에서 트위터에 수 십 만건 이상의 정치·대선개입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되어 대선 때 댓글 문제가 더욱 확대되었으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까지 제기되고 있다(위키백과).
국가기관이나 서초구는 이런 댓글 등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심리학에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라는 말이 있다. 이는 대체로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에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순간적 과정이 너무 즐거워서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즐기는 감정을 말한다. 흔히 ‘달콤한 악마’ 정도로 이해되는 것이다(“의외의 심리학, 뜻밖의 선택”, 김헌식, 위즈덤하우스, 2010 참조).
길티 플레저 현상은 자신이 죄스러운 행동을 하면서도 물론 기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며, 타인의 죄스런 행동을 보면서도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타인이 죄스런 행동을 하게 되면 자신이 후회보다는 쾌락을 더 느끼게 된다.
타인이 죄스런 행동을 하였을 때 자신은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가 더 될 수 있다. 타인이 도덕적ㆍ윤리적 금기를 어기는 것은 내가 이를 어기는 것이 아니므로 자신은 그에 대한 죄의식은 느끼지 못하고 쾌락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익명을 통한 상대방의 비방은 일종은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특정 권력자나 서초구청장은 자신이 직접 댓글을 달면서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신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면서 상대방, 즉 야당의 대선후보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난을 받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성(匿名性)이 길티 플레저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인터넷의 악플 문화도 길티 플레저의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된다. 익명성이라는 강력한 도구로 무장한 대중은 악플을 다는 행위로 상대방에게 심한 욕설이나 비난을 가함으로써 일종의 즐거움을 얻는다.
서초구청이나 국가에서 일정한 조직을 동원하여 익명으로 댓글을 통하여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판적 내용으로 정당한 내용을 폄훼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볼 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러한 길티 플레저가 발생하는 이유,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체로 억압으로부터 생겨난다고 한다. 실험의 결과로 한 그룹에는 “흰 곰을 생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흰 곰이 생각나면 종을 치라고 하고 다른 한 그룹에는 “흰 곰을 생각하라”고 지시하고 흰 곰이 생각나면 종을 치라고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전자가 경우가 거의 종을 치고, 후자의 경우는 거의 종을 치지 않았다고 한다(웨그너의 실험).
길티 플레저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그 맛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마이클 슈워츠 박사는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에서 사람들이 인스턴트식품을 계속 찾는 원인의 하나로 “인스턴트 식품이 체내에서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절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김헌식, 위의 책). 다시 말해 아무리 몸에 안 좋은 정크푸드라도 자기 입맛에 맞으면 사람들은 끊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가기관과 서초구청장은 정크식품의 달콤함에 빠져 댓글의 죄의식을 부추겨 자신의 쾌락을 즐기는 우둔(愚鈍)함을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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