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무익한 교육현장의 끝없는 이념논쟁! - 정용상 교수(동국대 법과대)

/ 2015-11-10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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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비로소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난감한 상황 중의 하나가 공적·사적모임에서 이념을 바탕에 깐 부질없는 논쟁을 하는 경우이다. 이념관련 아젠다를 놓고 토론하는 전공학회도 아니고 그냥 동창회 모임이나 친목모임에서 조차도 멀쩡한 사람들이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절대타협불가이다. 상대의 말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하면서 이념으로 도포한 자기의 억지주장을 강요할 때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박장대소 하며 흥겹게 담소를 했는데 갑자기 돌격적으로 변하여 이념논쟁으로 한 판 붙을 태세의 위기일보직전 상황이 연출되면 그 날 모임분위기는 엉망이 되어 버린다. 분단된 조국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원통하고 억울한데, 특히 남한사회의 어느 분야(직역) 할 것 없이 이념으로 포장되어 한 치도 나아 갈 수 없는 토론불모지가 되어 있으니 누굴 원망할 것인가?

특히 천안함 침몰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금강산 박왕자 사망사건 등 국가안보적 사태가 일어났을 때는 정말 자로 잰 듯 진영 간의 평가가 확연히 갈린다. 우리사회의 갈등요인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이념갈등이라 생각된다. 이건 무슨 연유인지 도대체 ‘도’ 아니면 ‘모’이다. 중간지점이 없다. 달라도 적당히 달라야지 한쪽이 ‘고체’ 하면 반대편에서 ‘액체’ 하는 정도면 그래도 이해가 간다. 타이밍 상의 문제이지 둘 다 물은 물이니까! 그런데 대부분의 이념논쟁의 장에서 보면 양쪽의 처방이나 진단이 전혀 딴 판이다. 서로가 남남이라도 유분수지 완전 남남인 것 같은 그림이다. 왜 이럴까? 왜들 그럴까? 왜 부질없이 다 걸기를 한단 말인가? 참으로 안타깝다.

정치권이나 정부의 주요정책결정을 함에 있어서 여야의 대변인 논평은 물론이고, 정치지도자들이 나와서 인터뷰하는 내용을 들어 보면, 이건 같은 하늘 아래 살아서는 안 될 불구대천의 원수인 것 같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매사에 서로 다른 이념적 바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하여 오가는 설전은 마치 상대의 심장에 흉탄을 쏘는 것 같이 소름끼친다. 지난날의 학교무상급식이 이슈화 되었을 때도 그랬고, 남북정상회담 때도 그랬고, 국가적 이슈치고 극도의 국론분열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은 예가 없다. 결국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으로 돌리고 싶다. 전혀 토론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한국의 잘못된 학교교육이 그 원인이다. 물론 필자도 기분 같아서는 정치권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싶으나, 그 쪽은 하도 맷집이 좋아서 비판이 아니라 몽둥이로 두들겨도 패도 끄떡없는 지라, 아예 그들에게 책임지우기를 포기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이미 정평이 나 있지 않은가?

국정교과서 논쟁을 보자. 한 쪽에서는 좌편향의 왜곡된 한국현대사를 공공연히 교실에서 가르친다며 색깔론적 공격을 퍼 붓고, 다른 한 쪽에서는 친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려는 작당이라고 돌직구를 날리고, 이에 질 새라 역사학계는 물론이고 온갖 시민사회단체들이 두 패로 나뉘어 성명서 발표다 서명이다 하면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좌도 우도 아닌 중간지대의 역사학자들도 국정화를 반대하는 그룹이 더러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동원한 듯(?)한 수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면 정책은 그리로 흘러가는 것인지? 사전예방적 메커니즘은 없는지 아쉽다.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필자도 분명 의견은 있다. 그러나 침묵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치 아무런 실익도 없는 무익한 논쟁을 일삼으며 나라의 힘을 다 소진시킨 사색당쟁식 당파싸움화 하여 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 것 같은 우려 대문이다. 지금 정치권은 물론이고 이에 대해 의견을 내는 단체나 개인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티끌만큼의 잘못이나 책임이 없단 말인가? 늘 나만 정직하고 정의로운가? 국정화의 빌미를 제공한 바 없는데도 정부가 아무 명분도 없이 국정화를 추진한단 말인가? 반대로 검인정제도로 전환할 당시의 정부가 만에 하나 정치적 복선을 깔고 검인정화하여 비교육적 결과를 초래했다손 치자.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한들 그렇다고 그걸 빌미로 이 대명천지에 검인정을 버리고 국정화로 가겠다고 우기는 것 또한 소도 웃을 일이다. 결국 너도 나도 모두 이러한 논란의 원인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도 늘 나는 정의의 편이고 너는 불의의 화신이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싸움질만 한다. 참 갑갑하고 답답하다. 

필자는 늘 교육의 독립·자유·자치·자율을 강조해 왔다. 교육부문은 정말 조심해서 건드려야 한다. 교육은 한 번 엎질러지면 주어 담을 수가 없거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정치, 경제, 노동, 복지 등 그 어떤 영역도 교육현장을 지배하려 해서도 안 되고, 학교를 시장(?)으로 착각하면 더더군다나 안 된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는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기업주가 골병(고생?)이 들지만, 학교에서는 비록 적법절차에 의한 파업을 해도 학교 경영자(정부 또는 학교법인)가 골병드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게 된다. 권력이나 영리, 특정이념을 목적으로 교육을 볼모로 잡으면, 학생이 멍들고, 나라가 망하고 더 나아가 민족도 망한다. 교육을 자유케 해 줘야 한다. 학교의 공기는 자유로워야 한다.

교육현장의 핫 이슈인 전교조 얘기를 한 번 해 보자. 당시 국민의 시각에서는 전교조와 한국교총이 교육현장에서의 좌우 양각을 형성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교육기득권을 가진 쪽에서는 전교조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단체라고 격하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의 부패와 부정이 도를 넘어 사회문제화 될 시점이었다. 누가 전교조를 탄생케 했는가? 그 당시 부패한 교육감독관청과 교단현장의 지도자들이다. 그들이 전교조창립의 당위를 제공한 일등공신들이다. 전교조는 창립당시 참교육의 기치를 내 걸고 촌지거부, 교권옹호, 교원인사의 공정성 확보, 학교지배구조의 개혁으로 교장의 독선과 전횡의 방지 등 교육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방향성을 세워 교사와 학부모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기존의 한국교총이나 교장들은 결사반대를 했었다. 그러나 전교조의 창립 당시의 참교육을 위한 주의·주장은 꽤나 신선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조합원 10만여 명의 공룡조직으로, 너무 거대담론에 매달리다 보니 교육현장과 정서적으로 멀어지면서 정치결사체적 성격을 띄고 정치투쟁일변도로 나아가므로 인하여 조합원의 지지도 잃고, 국민의 사랑도 잃고, 결국 정부에 대한 영향력도 미미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특정 이념집단으로 오해를 받지 말아야 하는데도 과격한 정치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극단의 진보(좌파)로 분류되어 다수의 국민(학부모)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단체가 되어 버렸다. 스스로는 극구 부인할지 모르겠으나 국민의 눈에는 전교조가 좌파단체로 보였고, 한국교총과 대적하면서 교육권력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전교조는 교육현장에 약도 주고 병도 주는 격이 되어 버렸다. 교육현장에 이념대립의 전을 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한 번 이식하면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현장에 이념을 이식하면 그건 아편이요 마약과도 같다. 그런 학교는 미래가 없다. 희망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교육(학교)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주장의 이면에는 전교조출신의 역사교사들이 그 간에 학교현장에서 올바른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깊게 깔려 있을 것이다. 결국 교과서 국정화의 먼 원인제공은 교단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직무유기(?) 탓이 상당하다. 물론 정치권의 교육현장 침략(?)의 후유증이기도 하다. 이게 더 근본적인 원인일지, 아니면 이러한 주장 역시 전교조의 생성과 유관한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잘 모른다. 그러니 누구도 교육을 함부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교육현장이 이념쟁투의 전쟁터가 되면 큰일이다. 이념성향이 보수건 진보건, 우건 좌건 간에 제발 교육을 흔들지 말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정의가 하수와 같이 흐르는 교정을 만들려면 교육의 독립과 자유를 지켜주고, 어떤 경우에도 교육과 관련한 그 무엇에 대해서도 이념의 덧칠을 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잘 가르쳐야 하는지에 우선적으로 지혜를 모으는 학교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학교는 지역사회공동체와 교육지원기관 간에 소통과 통합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진보의 것도 보수의 것도, 여당의 것도 야당의 것도, 시민단체의 것도 아닌 오직 국민의 것이다. 교육을 자유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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