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권의 자의적 행정법규의 제정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행정독재 아닌가?
2015.5.29. 여당과 야당이 공무원연금개혁법안을 합의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국회법 제98조의2 제3항을 야당이 주장하여 여당이 받아들이는 형태의 합의로 개정하였으나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쳐 많은 논란이 있다.
국회법 제98조의2 제3항은 종래 “……당해大統領令등이 法律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中央行政機關의 長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던 것이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개정되었다.
즉 대통령등이 상위법률에 위반되는 경우에 수정ㆍ변경요구권이 인정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삼권분립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함으로써 법률적,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내의 여론과 전문가의 견해도 비슷할 정도로 대립되어 있는 현상이다. 반대하는 견해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과 국회선진화법이 존속하는 한 정부에서 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이에 따른 국회의 독재가 행해질 것이라는 것이다.우선,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견해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이러한 자치입법권은 삼권분립 원칙상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다. 국회에 입법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 위배 여부가 논란이 되면 헌법재판소의 통제를 받게 된다. 위헌 결정이 나면 폐지가 되는 것이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면 국회가 이 취지에 따라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명령ㆍ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 규정에 따른다면 국회는 예비적 심사는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최종적 심사는 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데일리한국, 2015.6.9. 인터넷). 다음으로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법규명령(대통령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문제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예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며 보도에 의하면 다음의 사항들이 같이 문제되었다(노컷뉴스, 5.30 인터넷). 세월호 특별법 18조에서는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에 대해서 "사무처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정한 시행령 제2조에서는 "사무처에 기획조정실, 진상규명국, 안전사회과 및 피해자지원점검과를 둔다"고 사무처 조직과 업무 분장 등을 규정하면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시행령이 상위법인 세월호 특별법을 위반한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이외에도 임금피크제문제, 누리과정(3~5살 무상보육) 예산배정 등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법률의 취지에 반하거나 법률에 규정이 없는 행정입법이 문제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행정부가 하고자 하는 목적을 법률로서는 이룰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정부입법으로 법률은 개괄적으로 정하거나 문제되는 내용을 규정하지 않고 제정한 후에 시행령에서 목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취한다는 것이다. 종래 정부에서 행해졌던 많은 민영화사업과 관련된 사항들이 대표적이다. 가스ㆍ철도 등 부문을 가리지 않고 공공기관 민영화 논란에선 어김없이 '시행령'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좌초되면,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시행령 개정이란 우회로를 노렸다. 여론과 언론의 감시로부터 다소 멀어질 수 있는 '비책'이기도 했다(프레시안, 5.31 인터넷). 그렇다면 행정입법이 법률이 위반되는 경우, 국회에서 통제하는 제도를 외국은 어떻게 두고 있는가?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입법적 거부, 영국에서는 의회의 제출절차, 독일의 동의권유보와 같은 제도가 있다. 미국의 입법적 거부(legislative veto)는 1983년 위헌결정을 받았으나, 그 후에 법률을 다시 제정하여 지금은 입법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의회의 입법권으로 행정입법의 효력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가 허용된다. 예산문제 등과 같이 특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행정입법의 효력여부를 의회가 결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사법적 통제수단의 미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행정입법에 대한 직접적 통제수단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사실 알다시피 위헌법률심사권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령심사권은 최종심이 대법원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구체적 규범통제를 하고 있으므로 법규명령이 법률이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에 근거한 처분의 효력을 소멸시키는데 그친다. 이러한 제도에 의하면, 대통령령과 같은 행정입법이 자의적으로 제정될 경우,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는 아무런 통제를 직접할 수 없다면 개인적으로는 이것이야말로 국회의 법률제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본다. 이재화 변호사는 “청와대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에 대해 ‘삼권분립 위배’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무식의 극치다”라고 면박을 주며 “세월호 특별법에 반하는 시행령을 제정한 대통령이 오히려 삼권분립에 반한다”라고 비판했다(로이슈 5.30 인터넷). 박근혜대통령이 야당이었던 시절에는 국회법 개정안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행정입법이 법률의 위임 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국회 소관 상임위)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처럼 운영되는 행정입법권은 국회의 기능을 오히려 무능하게 할 소지가 있으므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행정권의 독주(獨走)를 잊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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