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을 절대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리바이어던인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리바이어던인가?
요즘 세상이 너무나 어수선하다. 가장 가까이로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辭意)를 표명하고, 주말에는 세월호 1주기 기념식이 열리고, 조금 더 거슬러 가면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여러 나라 순방을 떠나고, 그 며칠 앞에는 성완종 전 국회의원이자 기업인이 북한산에서 억울하다는 내용의 쪽지를 남기고 자살했다.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강타하고, 세월호 1주기가 국민의 가슴을 강타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조례에 의하면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는 금지되어 있고, 서울광장에서는 집회와 시위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세월호 1주기 추모행사는 서울광장에서 행해졌으나, 폭력으로 얼룩진 '추모광장'…대통령은 해외순방ㆍ사실상 식물총리ㆍ정쟁빠진 정치권, 광화문서 유가족·시민-경찰 격렬하게 대치, 경찰 '차벽'설치…유가족 등 100여명 연행에 '강경진압' 논란 …… 이것이 대체로 4월20일 신문의 주된 제목이다.
추모행사는 서울광장에서 행해졌으나, 유족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연행되면서 저녁 내내 격렬하게 대치하며 충돌하였다. 일반 시민들의 통행 조차 가로막는 차벽(車壁)에 흥분한 참가자들은 경찰 버스를 부수는 것은 물론 경찰들의 방패ㆍ마이크 등 집기를 뺏어 집어 던졌다. 경찰들도 시민을 폭행하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이날 하루에만 광화문 일대에서 20명의 유가족 등 100여명의 시민이 경찰에 연행됐다(아시아경제 2015.4.20. 인터넷).
경찰의 주장과 유족 측의 주장이 서로 상반된다.
경찰도 70여명 다치고 수많은 장비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를 불법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19일 "집회 참석자들이 먼저 태평로를 점거하고 나와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차벽을 설치했다"며 "세월호 1주기를 감안해 적극 협조했음에도 불법ㆍ폭력시위를 벌인데 대해 민ㆍ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엄정히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4ㆍ16연대는 "경찰은 16일부터 이어진 추모행사에 차벽을 설치해 헌화조차 못하게 한데 이어 시민들에게 최루액과 물대포를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며 "추모와 조문조차 허용되지 않는 국가적 폭력 앞에 유가족과 시민들은 저항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였다.
보도매체의 입장도 서로 상반된다.
조ㆍ중ㆍ동 등 보수신문은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성’을 강조하며 ‘불법시위’를 부각시켰다. 조선은 <태극기 불태운 시위대>를 1면에 배치했다. 중앙은 <태극기 태우고, 경찰 폭행... “폭력 시위에 외부세력 개입”>제하의 기사에서 “경찰버스, 트럭 등 차벽을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과격양상을 보여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위대에 물대포를 발사했다”고 했다.
경찰의 시위진압 행위에 대해 국제 앰네스티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를 과도하다고 비판하고, 18일 성명에서 “불필요한 경찰력을 사용해 유가족을 해산하려 한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을 보도한 매체는 한겨레, 경향, JTBC만 이었다.
우선, 경찰의 차벽설치는 개인적으로 대단히 적절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2009년 차벽설치로 통행을 제지한 것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사건은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후 추모행사를 위해 다수의 시민들이 덕수궁앞에 모이고, 더 많은 시민들이 추모행사를 위해 모여들자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여 서울광장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였다.
이에 차벽을 설치하여 통행을 제지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가 문제되어 헌법 재판소에서는 주문으로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다(헌재 2011.6.30. 2009헌마406)라고 결정하였다.
1. 경찰청장이 2009.6.3. 경찰버스들로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을 둘러싸 통행을 제지한 행위(이하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라고 한다)가 청구인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적극)
이번의 차벽(車壁)설치는 어떠한가?
차벽트럭 18대와 차량 470여대, 안전펜스를 경북궁, 광화문 등 집회 인근 도심에 촘촘히 설치하여 통행까지 가로 막았으며, 100여명 밖에 안 되는 유가족ㆍ시민들을 몇 배가 넘는 경찰력을 동원해 한 군데 몰아 놓고 위협하는가 하면 물대포ㆍ최루액을 난사하는 등 강경진압으로 일관했다. 2009년에 비해 훨씬 강화된 수단들이 동원되었다.
우리는 지금 국가란 무엇인가? 스스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17세기 영국의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국가를 『리바이어던(Leviathan)』(구약성서 욥기에 나오는 무자비한 바다괴물)이라 하면서 국가의 존재 이전의 자연상태에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war of each against all)’일 뿐이며, 인간을 협동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국가의 통제 하에 있을 때라고 주장했다.
종전과는 달리 현재 홉즈의 사상에 대해서는 평가가 상반되고 있다. 홉스는 “새로운 철학의 빛나는 땅을 개척한 위대한 콜럼버스였다”는 찬사(讚辭)와 “최고의 무신론자이며 맘스베리(Malmesbury: 홉스의 고향)의 악마(惡魔)였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는다. 과거 홉스를 절대군주론자로 규정한 적이 있었으나 현재 홉스는 절대주의와 왕권신수설에 반하는 시민으로부터 나온 왕권을 옹호하면서 절대적인 교회권력을 견제했다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현재 우리의 국가나 경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절대권력을 가지고 이를 휘두르는 괴물인 리바이어던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아니면 절대권력으로부터 시민을 지켜주는 파수병으로 이해하여야 하는가?
지금의 우리의 국가권력이 행하는 행태(行態)는 마치 국민을 범법자(犯法者)로 보아 감시하고 통제하여야만 국가권력이 유지된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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