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現 서울사이버대학 법무행정 겸임교수 프란치스코 1세 (Jorge Mario Bergoglio, Francis) 교황께서 대한민국을 5일간 방문하여 한국 사회에 많은 파장을 던졌다. 교황께서 한국의 일정을 마치고 떠난 오늘 18일 월요일, 대부분의 대한민국의 국민이 교황께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교황보다 낮은 자세로 특히 사회적 약자(弱者) 어루만져 준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있나 싶다. 어쩌면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 부끄러움을 간직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가? 가장 맘에 새겨야 할 분이 대통령일 것 같다. 그리고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자성(自省)하여야 할 분들이 특히 일부 개신교지도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목사의 봉급은 높아가고, 교회의 부지는 광활해지고, 교회의 빌딩은 마천루를 방불케 하고, 교회의 자동차는 고급 세단을....... 낮은 곳이라고는 도저히 하나도 없다. 교황께서 한국에 남기도 떠난 것이 무엇인가? 쏘울, 실천, 터치(touch), 명량이라는 키워드로 모 아침 방송에서 정리하는 것을 듣기도 하였다. 그리고 꾸밈없는 진정성, 낮은 곳에서의 치유ㆍ소통의 빛을 남기고 한국은 떠나셨다. 이 모든 결과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정한 배려(配慮)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세월호이다. 지난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세월호 유족들이 교황을 영접(迎接)했다. 교황은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유족을 위로했다. 유족들을 향한 교황의 관심과 위로는 한국을 떠난 18일 자필 편지를 보낸 것까지 5일 내내 이어졌다. 교황이 “기억하겠다”고 한 대상은 유족만이 아니었다. 장애인, 위안부 할머니, 새터민, 쌍용차 해고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희생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 모두였다. 그는 이들을 각종 행사에 초대해 관심을 보였다. 지금 세월호는 어떻게 되었는가? 세월호의 사고원인은 선주회사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 세월호 사고에서 선주회사와 관리감독을 못한 정부가 가장 큰 문제였음은 틀림없다고 하더라도 사고 후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재난안전관리체계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면 인명피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재난관리를 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 잘못이오’라고 나서는 사람이나 부서(府署)가 없다.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면서 위로는 하였으나,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사고 발생 후 7시간동안 어떠한 조처(措處)를 취했는지에 대해 논란(論難)이 있어 대통령의 행적(行蹟)을 밝히라고 하니, 정부는 이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대통령의 사고 후 7시간의 행적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칼럼으로 보도했으며, 이를 인용보도한 일본의 산케이(産經) 신문(新聞) 한국 지국장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정부는 그렇다고 하고, 여당(與黨)은 어떠한가? 기댈 곳이 없는 세월호가족을 여당의 어느 누구가 보듬어 주고, 그들의 말을 진정으로 들어 준 여당의 국회의원이 있는가? ‘바다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라느니, ‘보상을 하면 국가재정이 거들난다’느니 하면서 얼마나 비아냥거렸는가? 뙤약볕에서 단식을 하면서 진상규명을 해달라는데, 그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다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단다. 좋다. 그렇다고 하자. 그래도 그들은 그 누구 한사람 세월호 가족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께서 그들 앞에 섰다. 세월호 가족은 약자(弱者)다. 그들을 힘을 가진 대통령이나 여당이 보듬어주지 않으면 누가 그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겠는가? 아무도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여당(與黨)은 오늘 민생법안을 통과시켜주어야 한다고 한다. 국민들은 민생법안이 무엇인지 모른다. 의료영리화를 위한 법이 민생법안인지? 카지노설치를 위한 법이 민생법안인지? 부동산경기활성화를 위한 법이 민생법안인지? 여당(與黨)이 지목하는 법이 민생법안인지? 도무지 정리가 안된다. 세월호 가족을 위한 법의 내용은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만들어 두고, 가족들의 견해는 단 한마디도 반영하지 않고, 야당(野堂)과 협의해서 통과시키려고 한다. 어제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이성적(理性的)인 면(面)도 있다. 그러나 세월호 가족들은 여당을 이성적인 당(黨)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눈물로써 위로하고 국가개조까지 외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어지고, 특검에서 여야 동수로 추천하되, 세월호 가족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이 골자(骨子)다. 타당한 면도 있다. 그러나 세월호 가족은 여당이 자신의 입맛에 드는 인사만 추천하면서 동의하라면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해 결국은 조사가 불충분하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황께서도 세월호 가족들 앞에 서는데 왜? 대통령과 여당의 국회의원은 그들 앞에서 그들을 보듬어 주거나 의견을 듣고 반영할 생각을 하지 않는가? 누구를 위한 대통령이며,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인가? 진정으로 세월호 가족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소리를 지를 때 그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함은 물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느껴주어야만 진정한 소통과 화해를 함께하는 아름다운 국가가 되는 것이다. 영화 ‘명량’이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면에서 볼 수 있겠으나 답답한 우리의 현상을 시원하게 풀어 달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어 정부에서 말하는 ‘적폐(積弊)’를 시원하게 소탕하는 영웅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홍공의 무협영화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시절에 그들만의 무협영화가 발전하게 된 것이 영국의 지배하에 있던 그들 즉 약자(弱者)의 가슴을 뚫어주는 시원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에겐 적폐를 해소하는 영웅도 필요하겠으나 약자와 대화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온화한 영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교황의 5일간 한국 방문, 너무나 낮은 자세로 약자를 보듬어 주는 모습,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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